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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뽀가 쓴 시입니다

3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7/10
    밤펜
  2. 2007/07/05
    고양이(5)
    밤펜
  3. 2007/07/03
    인 연
    밤펜
  4. 2007/06/30
    낚 시
    밤펜
  5. 2007/06/25
    수박도 아는 것
    밤펜
  6. 2007/06/21
    어느 봄날의 구두
    밤펜
  7. 2007/06/14
    나무에게
    밤펜
  8. 2007/06/07
    안녕
    밤펜
  9. 2007/06/03
    이별(2)
    밤펜
  10. 2007/06/01
    별2
    밤펜

          

속 



허기진 목구멍으로 돼지막창을

구워 던져주었다 속이 꿈틀대며

남의 속을 잘도 받아먹었다


엄지와 검지로 손가락뼈를 돌려 본다

물기 빠지고 마디가 끊어졌으나

제 속을 알아보고도 손가락은 가지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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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고양이 



 


하늘이 요긴한 능력을 주시어

네 발 달린 자, 하늘 나는 자, 뿌리 박힌 자

죽은 자에게까지 말 전해 듣게 하시매

쫓겨난 자들 아픔 온 몸으로 쓰다듬고저

손을 내밀었으나 굽고 딱딱하게 일어선 

언덕 위 그 고양이

처음 건넨 말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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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연

   

인  연

                 -인골수습현장에서


사람은 가고 뼈만 누웠습니다

대칼*을 손에 쥔 불한당인 나는 한 평

관 안의 휴식을 불러 깨우지요

비 온 뒤 연탄마냥 손끝에서 부서지는

왼쪽 정강이, 타다 남은 젓가락이군요

허리의 작은 코뿔소는 척추를 타고 달리며

목도 날개도 쭉- 빼고 고니로 날다가

오스카 상반신같은 손아귀에 덥썩,

그게 아마 뒷 목 쯤이라지요

도끼 같은 엉치뼈는 어디에 숨겼었나요,

넓적다리로 몽둥이를 드니 심성 착한

원시인의 눈망울이 저 너머에 있습니다

조심스레 흙이 낀 이빨을 솔질하며 하냥

입 안의 내 혀도 부지런히 이빨을 닦네요

콧노래 흥얼거리는

입 안까지 시원할 자 누구인지, 이제 상관없지요

다만 어떤 날에 일어선 뼈가 누운 뼈에게 말합니다

-밥이 되려 나를 기다렸나요

-뼈로 살아 마냥 기다렸나요


*대칼:대나무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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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 시

낚   시


-인골수습현장에서



잡혀온 물고기에게 말 걸지 않듯

손 안의 해골에게 죽음을 묻지 않습니다

아! 그건 바람이 빠지는 풍선

입만 벙긋이는 복화술 인형이라도

산 사람을 통해 듣고 싶었죠

낚시의자에 앉아

A급 해골*의 이빨을 닦는 나는

오늘도 구경꾼의 은유를 불러 모았으나 그들은

죽은 뼈에만 눈을 맞춥니다

바지 기장을 맞추듯 

-사이즈가 크네요, 남자 건가요

묘지로 가는 백발의 노인에게

부서진 엉치뼈를 들어 보였으나

(이것은 당신이 아닌가요)

말 없이 가던 길을 갔습니다

해 질 때까지 길목을 잡고 기다렸으나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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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도 아는 것

 

 

수박도 아는 것

 

부슬부슬 비 오는 밤 12시, 머릴 풀고 칼 맞을 자 있어

환하게 터지는 백열 촉 아래

입을 다물고 눈 질끈 감아 퍼렇게

질린 두상 또아리에 올려두고

빨간 색, 사냥꾼의 명찰 이마에 붙여

요기를 따라 찔러주세요 굵은 머리칼로 금을 쳤노라

속 검게 태운 씨앗, 채하실까 깊은 속속 심어두어

목 마른 이 목을 빼고 기다린다

겹겹이 옷 껴입고 우산으로 몸을 가리운

사내, 감은 자와 두 눈을 맞추고

내 몸뚱인 뉘에게 주려 화살표 그려진 아스팔트 위를 걷는지

비 오는 하늘이라 차마 묻지 못하고

갈 지 자 걷는 역촌동, 머릿 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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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의 구두

어늘 봄날의 구 두


전봇대 옆에

버렸구나


흐르는 강물 위를 배웅하며

마지막까지 

가지런하겠다던 


더운 육신을

내려놓았구나


날 선 뼈들 서로 부비며

그림자처럼 닮아갔던

깊이

발자국 하나 만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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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나무에게



1

흙을 빨아 올려 뼈를 만들었다

돋은 잎들로 살을 붙이고 붉게, 꽃봉오리 심장을 찍어 퍼올린 핏물을

벌에게 나비에게 내어주다 피가 굳어 시들하면 살이, 심장이 흘러내리는 것을

떼구루루 구르는 것을

한 겹, 뼈들로 보고 있느냐 나무야


2

아스팔트길 가 전선을 가로질러 웃자란 나무들이 싹 틔울 가지를 잘려 봉오리 앉힐 꽃대가 끊겨 비가 내리는 봄 밤, 외마디로 젖고 서서 깜깜 하늘에 삿대질하고 뭉근 팔로 절규하는데 이제 고개 떨굴 이파리도 없어 주룩주룩 섧게 울며 살아지는 날들에 입마저 다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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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 녕



빌딩 사이로 바람이 부는 오늘

공기 사이로 습기를 머금은 오후

나는 바람이 되어 날아가고 싶다

몸 훌쩍 던져 언덕 너머 데려 달라고

조르고 싶다 잎을 내어주는 가로수처럼

긴 팔을 보내고 두 다리를 보내며

두꺼운 몸통까지 날려 보내면

내 남은 머리 하나 떼굴떼굴 굴려

언덕을 내려가고 싶다

안녕, 지구 어디에도 이 한 몸

다시 만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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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이별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워라

수탉을 따르는 두 마리의 암탉은 아름다워라 

들풀을 흔들어 깨우는 바람, 바람이 아름다워라

검붉게 점을 찍는 덩굴장미의 꽃봉오리는 아름다워라

지그재그로 날아가는 벌의 서툰 비행은 아름다워라

때 묻은 꽃잎을 바람에 날리는 늙은 아카시아는 아름다워라

새벽을 밝히다 잠이 드는 전봇대의 가로등은 아름다워라

전깃줄에 차례로 늘어서는 새떼들은 아름다워라

새들 재잘거림에 일어서는 흰 개의 두 귀가 아름다워라

검은 뻘을 채우는 밀물의 고요함은 아름다워라

동 튼 하늘을 잘라내는 마니산 능선은 아름다워라

배어 문 담배의 연기와 재, 재 속의 불빛까지 아름다워라

, 내 밖의 것들은 하나 없이 아름답고,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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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2

             별2

 

 

내 떠나오는 길에

돌아본 집이 작아집니다

넓은 마당도 푸른 감잎도

그 곳의 사람도

그 사람 흔드는 팔마저

점점 작아져 마침은

한 점이 되었습니다

떠나야 하는 이유도

거듭 돌아보는 미련도

점점 작아져, 오늘

멀리 서울에 떠오른

별이 되었습니다

죽지 않고 찾아오는 별을 보며

점은 커서 멍울이 되고

멍울은 커서 울음이 되어

그 별에 눈을 감고 나는

홀로 잠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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