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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도
-제주 사계리 앞바다에서
밀려서 가는거다
밀고서 가는거다
검게 산을 이루어 서로의 등을 밀고
때로는 어깨를 넘어
잘은 거품을 토하고 거칠게 침을 뱉으며
바람이 그칠 때까지
엎어졌다 다시 일어섰다
쉼이 없이 가는거다, 가서들
모래무지 언덕 아래 고함으로 부서지는
멀리 바다의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거라
끝도 시작도 모른 채 춤을 추며 가는
물살의 비린내가 항구에 가득하다
서른 살의 상경
- 열차에서
어떤 나무들은 너른 들판에 홀로
온 팔을 벌리고 보란듯이 뻣대어 섰고
어떤 나무들은 짐승의 주검을 먹고 몸 일으켜
알록달록 용을 쓰며 제 자랑에 섰고
어떤 나무들은 강가에 머리를 풀어
잎도 열매도 강물에 적시며 보내주고 섰고
어떤 나무들은 마냥 구겨져 앉아
가지가 잘리고 꺾이며 몸뚱이 채 섰고
어떤 나무들은 모가지를 떨구고
실가지 서로 감아 안부를 물어 섰고
어떤 나무들은 눈을 찌를 듯이
삿대질, 싸움질로 마주 섰고
어떤 나무들은 뒤를 지키는 울이 되어
바람 부는데로 긴 몸을 흔들며 섰고
어떤 나무들은 산을 내려가지 않고
세상 물음에 대답 않고 섰다
찌르레기 우는 소리에
잡풀이 우거진 집이면 어떠랴
해질녘 발 벗은 여자와
플라타너스 나무 밑 평상에 누워
잎들이 펼쳐놓은 양탄자, 해진
구멍사이로 맨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비가 억수같이 길을 막는 어둔 밤이라도
창가에 서 외롭지 않으리
고백
나는
두 발로 걷는 짐승
새가 되고픈 하늘 끝
별이 되고픈
짐승 중의 짐승
한 끼의 동물원을 먹고
사자를 가두는
울 밖의 짐승
껍데기 벗으면
발이 뭉글고 굳은살 박히는
작은 짐승
그러나
증오의 그늘을 빗고
제 목을 조르는
그 끝에 가서 보면
네 다리로 돌아가
실뿌리의 먹이가 되는
식물 같은 짐승이니
나를 무어라 부르겠습니까
다시 봄
칠흑같은 목관의 뚜껑을 닫고
냉기가 차오는 회곽으로 들어가는 者여
결국, 흙이 되지 않으려 삶은 죽음에 저항하는가
한낱 실뿌리에 두개골은 깨어지고
뇌수까지 빨리는 오늘이여, 악다구니로 싸우는가
허물어진 목관에서 어금니는 썩어지네
나의 땀과 거친 숨은 무얼 위해 달려가나
마른 뼈들이 햇살에 부서지는 날에
젖은 뼈들은 축축이 미끄러지는 날에
이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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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저번거보다 내 맘에 든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