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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8
    혼잣말(1)
    밤펜
  2. 2007/09/05
    이륙
    밤펜
  3. 2007/09/05
    파도(1)
    밤펜
  4. 2007/08/25
    서른 살의 상경
    밤펜
  5. 2007/08/23
    찌르레기 우는 소리에(4)
    밤펜
  6. 2007/08/23
    그리움
    밤펜
  7. 2007/08/17
    밤펜
  8. 2007/08/17
    가을
    밤펜
  9. 2007/08/09
    고백(1)
    밤펜
  10. 2007/07/25
    다시 봄
    밤펜

혼잣말

 

혼잣말 

 

                                  -미안해



혀가 허릴 구부려 건반을 두들이네

이제 유령이 되어 안쪽 깊숙이 울다

동굴 밖으로 사라지네, 어떤 날엔

가장 슬픈 음계와 성량을

기억하며 외딴 방으로 날 이끄네


혀로 아랫니를 밀고 입술을 당기며, 

혓바닥을 입천장에 대고 입을 닫으며, 

입을 벌리고 혀를 조금 내밀며,


동굴 속 잇날과 혓바닥,

그 고집으로 찢고 그은 상처가 아픈 날

종일 연습을 하네

병처럼 거리를 서성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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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이륙

 

구름 위를 걸어 간다

낯이 익은 땅을 떠나

꽉 조인 몸을 훌훌 턴다

가벼운 정신만 올려놓는다

눈이 내린 듯 고요한 도시 위

발자국 하나 남김없이

산새 하나 살지 않는

겨울숲으로 가자

저 너머 자줏빛이 신비한 곳으로

모든 영혼의 부풀은 얼굴을

맨발로 어루만지며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구름이 되어

구름 속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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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파   도

 

                -제주 사계리 앞바다에서  

     

밀려서 가는거다

밀고서 가는거다 

검게 산을 이루어 서로의 등을 밀고 

때로는 어깨를 넘어 

잘은 거품을 토하고 거칠게 침을 뱉으며 

바람이 그칠 때까지

엎어졌다 다시 일어섰다 

쉼이 없이 가는거다, 가서들 

모래무지 언덕 아래 고함으로 부서지는 

멀리 바다의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거라 

끝도 시작도 모른 채 춤을 추며 가는 

물살의 비린내가 항구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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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상경

서른 살의 상경

 

- 열차에서

 

 

 

 

 

 

 

어떤 나무들은 너른 들판에 홀로

 

온 팔을 벌리고 보란듯이 뻣대어 섰고

 

어떤 나무들은 짐승의 주검을 먹고 몸 일으켜

 

알록달록 용을 쓰며 제 자랑에 섰고

 

어떤 나무들은 강가에 머리를 풀어

 

잎도 열매도 강물에 적시며 보내주고 섰고

 

어떤 나무들은 마냥 구겨져 앉아

 

가지가 잘리고 꺾이며 몸뚱이 채 섰고

 

어떤 나무들은 모가지를 떨구고

 

실가지 서로 감아 안부를 물어 섰고

 

어떤 나무들은 눈을 찌를 듯이

 

삿대질, 싸움질로 마주 섰고

 

어떤 나무들은 뒤를 지키는 울이 되어

 

바람 부는데로 긴 몸을 흔들며 섰고

 

어떤 나무들은 산을 내려가지 않고

 

세상 물음에 대답 않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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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레기 우는 소리에

찌르레기 우는 소리에


잡풀이 우거진 집이면 어떠랴

해질녘 발 벗은 여자와

플라타너스 나무 밑 평상에 누워

잎들이 펼쳐놓은 양탄자, 해진

구멍사이로 맨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비가 억수같이 길을 막는 어둔 밤이라도

창가에 서 외롭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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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그리움


해가 진 자리에 산은 짙어

능선이 잘라낸 하늘은 더욱 빛이 납니다

매미만이 엷은 날개를 떨며

바람에 뒤척이던 잎들도 숨을 죽인

어스름이 찾아오면

자동차 미등, 불빛마저 제법 탐스러워

나는 안개만큼 아득한 그대 생각에

먼 산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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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께

 

 

못생긴 발로

받쳐든 짐이 무거워

시를 쓸 수 없네

핏줄 성성한 발로

다시 펜을 들어도

나는 아니다 

뭉툭한 뼈마디

아무짝에 쓸모없는

다섯 발가락

금조차 희미한 네게

무슨, 두 손이 비웃지만

온 몸 머리에 이고

외진 길 돌아온 것이 발

못나 부르튼 두 개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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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과거는 저 너머라 아름다운가

헤어진 이가 등 뒤에서 말을 건다

울며 싸우던 때가 그립지 않나요

그래 흘러간 것이 다 그렇다

막 대답하니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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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고백


                     


나는

두 발로 걷는 짐승 

새가 되고픈 하늘 끝

별이 되고픈

짐승 중의 짐승

 

한 끼의 동물원을 먹고

사자를 가두는

울 밖의 짐승

 

껍데기 벗으면

발이 뭉글고 굳은살 박히는

작은 짐승

 

그러나

증오의 그늘을 빗고

제 목을 조르는

그 끝에 가서 보면

 

네 다리로 돌아가

실뿌리의 먹이가 되는

식물 같은 짐승이니

 

나를 무어라 부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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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다시 봄  

 

 

 

 

칠흑같은 목관의 뚜껑을 닫고

 

냉기가 차오는 회곽으로 들어가는 者여

 

결국, 흙이 되지 않으려 삶은 죽음에 저항하는가

 

한낱 실뿌리에 두개골은 깨어지고

 

뇌수까지 빨리는 오늘이여, 악다구니로 싸우는가

 

허물어진 목관에서 어금니는 썩어지네

 

나의 땀과 거친 숨은 무얼 위해 달려가나

 

마른 뼈들이 햇살에 부서지는 날에

 

젖은 뼈들은 축축이 미끄러지는 날에

 

이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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