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살기

                    

 

요즘은 이런 기술을 가진 사람을 달인이라고 부른다. 어렸을적 할머니나 시골 아주머니들이 보따리나 쟁반등을 저렇게 머리에 이고 다닐때면 무척이나 신기했다. 어떤 수련을 거쳤기에 저게 가능할까라는 식의 신기함이랄까.

 

언젠가 무거운 박스를 옮길 때 저렇게 머리에 이고 운반을 시도해 봤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다지 무거운 무게가 아니지만 고도의 수평을 유지해야 하고 머리끝에서 목뼈를 지나 허리까지 이어지는 수직하중은 압축력과 휨모멘트를 목과 허리에 전달해 주었으니 이렇게 전달되는 하중을 분산시키는 것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게 된다.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무언가를 머리에 이고 두손을 떼고 다니는 남성은 한번도 보지못했다. 테레비에서 보여주었던 대다수 생활의 달인들이 죽어라 단순 반복노동으로 혹사당하다가 자기만의 기술을 연마했듯이 저 기술을 구사하는 여성들도 대부분은 매일 밥을 날라야 하거나 무거운 짐을 보따리에 싸서 이동해야 하는 일을 했기 때문일꺼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저 기술을 연습을 통해서 연마할 이유가 무엇이랴. 유추해 보건데 저 기술은 농경사회에서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기술일거다. 부부가 같이 농사짓다가 여성 혼자 집에 들어가 무거운 참이랑 점심을 들판까지 머리에 이고 와야 했던 여성들의 필살기 (반드시 살아남기 위한 기술)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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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06:09 2007/01/23 06:09
Posted by 썩은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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