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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로구를 기반으로 하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대표와 상근실무자를 겸임(兼任)하고 있다. 2023년을 고민하다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보다 사무실이 있는 궁동을 구석구석 돌아보기로 했다.
구로시민회 사무실은 구로구 궁동에 위치하고 있고, 예전에 궁동에서 그것도 사무실과 무척 가까운 거리에서 살았었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안에 있던 궁더쿵어린이집을 아이들이 다녔고, 아이들과 놀이터를 가기 위해 동네를 걸어 다니곤 했었다.
2015년 11월 말 구로시민회 상근활동을 그만두었고, 이사를 했지만 2018년 4월 복직을 할 때는 궁동이라는 동네가 낮선 곳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궁동이라는 동네가 낯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궁동이라는 동네를 돌아다니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2023년에는 동네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오늘은 궁동을 예전 기억과 비교하며 걸어봤다. 한적하던 동네가 여전히 한적했지만, 빈 구석 없이 빌라들이 들어선 것을 봤다. 조금은 여유로웠던 공간들이 빌라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아이들과 때로는 궁더쿵 아빠들과 거닐던 동네는 조금 씩 달라져 있었다.
주차 할 곳이 없을 때 가끔 주차를 하던 장소는 놀이터가 되었고, 그곳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던 길은 출입금지. 입구가 막혔다. 궁더쿵 아이들이 산에 갈 때 잘 다니라며 어린이집 아빠들과 길을 다듬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 방향으로 산에 올라가는 건 불가능.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하지만, 내심 궁동을 돌아다니며 가장 놀란 것은 내가 궁동에서 가보지 않은 곳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네가 그리 크지도 않은데, 관음사가 있는 동네에 처음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런 곳이 있었네?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와 붙은 건물들을 뒤로하고 관음사를 벗어났다. 학교가 공사를 하는지 조금 시끄러웠고, 후문(?)에 붙어 있는 글이 재미있어서 사진도 한 장.
궁동생태공원에는 어르신들이 햇볕을 쬐고 계시고,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과 걷고 있는 분들이 눈에 띈다. 궁동생태공원에서 따릉이를 타고, 세종과학고등학교 인근으로 가다가 양지말 생태공원에 잠시 들렸다. 누군가 자꾸 다니다보면 조금 더 좋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세종과학고등학교를 지나 우신빌라를 거쳐 수궁동 성당 인근에다가 따릉이를 반납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36기 총회를 준비. 다음에는 원각사를 가봐야지.
2018년 4월에 복직을 한 뒤 궁동을 돌아다니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늘 같은 모습처럼 보이지만, 살펴보니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오늘 한겨레를 보니 대장동 관련 문제로 대표이사와 편집국장의 사퇴를 알린다는 글이 1면에 보인다. 한겨레라고 하면 꽤나 중요한 언론사지만, 결국 그곳에도 약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누가 돌을 들어 던질 것인가를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살피지 않으면 길은 허물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살피지 않으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이 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변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면 좋겠다. 추억은 그저 추억일 뿐. 오늘의 삶이 중요하기에 한 걸음 힘차게 내 딛는다. 시간이 지나면 또 그렇게 추억이 되리라는 것을 알기에 오늘 이렇게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긴다.
2023. 1. 10.
아침안개
2016년 3월 22일, 2023년 1월 10일 양지말 생태공원
2023년 1월 10일 길이 막혔다.
2016년 2월 29일 자유롭게 다니던 시절 눈 썰매
#일상 #궁동 #한겨레 #오늘도기록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