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나이.
20대. 신학교 입학, 군대를 다녀와 학교 졸업. 전도사가 되었고, 예본교회 담임.
30대. 목사가 되고, 결혼.
40대.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상근활동가가 되었고, 예본교회 문을 닫았다.
50대.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상근활동가로 현재 진행형.
생각.
교회와 관련한 20대와 30대
힘들었던 30대와 40대
삶은 진행 중 50대
목사.
1996년 전도사로 단독목회를 시작, 1999년 Y2K가 어쩌구 하던 그 시절 광명시에서 예본교회 담임전도사에서 담임목사가 되었다. 1999년 5월 15일 목사 안수. 결혼은 물론 사귀는 여성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목사 안수를 받았지? 교단이 싸우느라 어부지리?
정리.
내 20대와 30대는 삶에 거침이 없었다. 그렇게 살아온 내가 현재의 20대와 30대를 존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때때로 정치적 상황에 따라 20대와 30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바뀐다지만 내 20대와 30대를 돌아볼 때 현재의 20대와 3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20대와 30대 나는 어린 나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그 시절을 거침없이 살았다.
지금의 20대와 30대가 내 20대와 30대와 다를까?
어느 사이 나도 나이를 먹는다. 때때로 꼰대가 되어가는 자신을 보지만, 때때로 과거의 묶여 있는 자신을 보지만, 그러면 어떠하리 이게 나인 것을. 지금의 20대와 30대가 시간이 지나 나와 같은 나이가 될 것이고, 그들도 나와 같은 시선으로 20대와 30대를 바라볼텐데.
설날 아침.
얼마 전 구로마을공동체네트워크 총회가 있었다. 새로운 공동대표가 선출되었다. 지역에서 새로운 활동가들이 더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늘 보이던 활동가들과 더불어 새로운 활동가들이 계속해서 눈에 보이면 좋겠다.
내 20대와 30대를 돌아보니, 실수도 많았지만, 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힘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실수투성인 나를 믿어 준 믿음의 형제요 삶의 선배들처럼 2023년 사람들을 믿어주며 살아보련다.
기형도 시인의 우리 동네 목사님(입 속의 검은 잎-P.129-130)
우리 동네 목사님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인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뒤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장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2023. 1. 22.
날자... 자유로...
2007년 4월 18일 수요예배
#일상 #설 #다짐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