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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에서 스텔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는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몇 개 장면이 기억을 흔들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일본 관광객 가이드를 하시겠다고 차를 구입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모르셨지만, 가이드용 책자를 들고서 외우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나를 낳은 것이 20살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국민학생이었으니 아버지는 30대 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차는 몇 번 움직이지 못하고 집 앞 골목에 세워졌습니다. 무슨 이유였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아마 그때 일본 관광객이 엄청 줄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그 차는 세워져 있다가 폐차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차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어렴풋하게 아버지가 차를 가져오셔서 비록 중고차였지만 가족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 같은데, 어머니는 걱정하셨나? 상상을 해보면, 스텔라 속에서 가족들이 아버지가 가져온 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모습과 비슷하지 않았을까합니다.
50 중반인 아들이 20대와 30대의 아버지를 생각해봅니다. 20대 가장으로 홀로 서울에 올라왔다가, 20대 후반에서야 가족들과 함께 서울살이를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가정 부채는 늘었습니다. 한 푼 없이 서울에 올라와 살아보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수렁에 빠져가던 상황에서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래서 어머니는 저녁마다 교회에 가셔서 울었나봅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아버지는 그 어린 나이에도 살아보려고 그리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나이에 무엇을 했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해봅니다. 아버지가 답답할 때도 많지만, 그래서 아버지는 내가 닮고 싶은 분인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난 큰 아이는 어제 친구들과 금요일 밤을 하얗게 보내려고 시흥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8명의 친구들이 모였답니다. 오늘 점심 때 쯤 집에 돌아온다며 전화를 한 녀석은 아빠. 어떻게 아빠하고 엄마는 전화 한통을 안 해?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데? 언제 잠이 들었느냐고 물으니 6시에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온 녀석은 어제 친구들이 전학을 한다고 케이크를 준비했다는 이야기며,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친구들과 찍은 인생네컷을 보여주고, 케이크를 준비한 친구들 때문에 감동을 받았다며 자랑을 합니다.
큰 아이는 부천역으로 윗집 언니와 놀러나가고, 나는 이 글을 쓰다가 작은 아이와 아내가 배드민턴을 치러 나간다고 해서 끌려 나갔다 돌아와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동네 놀이터로 배드민턴을 치러 가면서 작은 아이가 지난 수요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배드민턴 토너먼트에서 1등을 했다고 자랑합니다. 아내가 자신이 전 날 특훈을 한 결과라고 말을 하자, 작은 아이가 엄마에게 한 마디 합니다. 잔소리만 했잖아.
동네 놀이터에 도착하니 작은 아이가 내 핸드폰으로 달을 찍습니다. 나는 달이 잘 안 찍히던데, 작은 아이는 내 핸드폰으로 달을 잘 찍습니다. 배드민턴을 치고 집에 돌아오니 큰 아이는 윗집 언니네서 놀다가 들어온다고 전화를 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두 딸은 나를 어떤 아버지로 기억할까요?
2022.07.09.
눈물이 마른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