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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냥이의 거리

꿩이 죽었다.

2023년 1월 18일 가족 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차를 가지러 나갔다가 짐을 가지러 방에 들어가니 아내가 꿩이 죽었다고 했다. 꿩?

아내가 말하기를 쿵 소리가 나서 보니 꿩이 유리창에 부딛혔다고 했다. 창문 너머로 살펴보니 꿩이 저 아래 누워있다. 꿩에게 가기 위해 길을 찾아 돌아 가보니 꿩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멘트보다는 흙 위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시멘트 위에 누워있던 꿩을 들어서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던져 놓았다. 커튼을 열어놓았기 때문이었을까? 꿩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

사람을 위한 불빛 때문에 철새가 길을 잃어 죽는 경우가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을 위한 것이 사람만 위한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창문에 부딛혀 세상을 떠난 꿩. 꿩만 그럴까? 도로를 건너다 세상을 떠나는 동물들. 로드킬. 생각보다 지구라는 작은 집에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많다.

더불어 사는 삶.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는데, 하물며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쉬울까? 북극곰은 얼음이 녹아 힘들고, 물고기는 미세플라스틱으로 힘들다. 쏟아지는 비와 눈. 때로는 쏟아지는 햇살에 말라가는 땅. 추우면 보일러를 틀고, 더우면 에어컨을 켠다. 내복이나 선풍기로는 견디기가 어려워지는 삶. 멀리 북극곰이 아니더라도 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 지대가 아니더라도 기후위기는 한파로 다가온다. 춥다.

거리.

집 앞까지 찾아오는 냥이에게 줄 먹거리를 오늘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집 앞 마트에서 구입을 하다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구입처를 인터넷으로 돌렸다. 냥이에게 머물 곳이 아닌 먹을 것을 준다. 어떤 냥이가 찾아오는지 모른다. 그저 비워진 곳에 또 다시 먹이를 채울 뿐. 나와 냥이의 관계는 이정도 거리.

2023. 1. 30.
눈물이 마른자리...

2023년 1월 18일 여수 예술의섬 장도
#일상 #기후위기 #삶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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