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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 중반.
가끔 늦은 시간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을 보곤 묻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이유로 사진을 찍어? 내가 늦은 시간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이고자 하기보다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기록하고자 함이다.
가끔 지난 시절을 적을 때, 과거에 적었던 글들을 보고 적기도 한다. 사실 내 기억력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에 적었던 글을 보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떠 올릴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늘 현재 상황을 고지식하게 적지는 않는다. 내가 속한 집단에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글을 적을 때는 늘 자기 검열을 한다.
늘 사상의 자유지, 뭐니 떠들지만, 한 때는 교회의 대표였고, 시간이 나면서 자신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일정 부분 대표성을 들어내는 위치에 있곤 했기 때문에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지만, 개인의 글이 혹여나 그 대표성과 연관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글을 쉽게 적지를 못한다.
글을 적을 때 나름 개인과 조직의 일원의 나를 구분해서 나눈다. 하지만, 때때로 그것이 그리 쉽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불편한 마음도 쏟아내지 못하고 병이 나기도 한다. ㅎㅎㅎ
나는 시간이 지난 뒤, 혹여나 딸들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보고 싶은 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아버지 자신의 시선으로 기록한 글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딸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애비가 적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냥 스쳐지나가는 장면으로만 적어가고 있다. 그게 조금은 아쉽다.
내일부터 나무 등교 시간이 빨라져서 조금 더 일찍 나가야 해서, 아침에 글을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더군다나 내일 부터는 늦은 시간까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글을 쓸 시간이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벌써 3월 한 달도 중순을 지나 하순으로 달려가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2024년 새해맞이걷기를 계획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난다.
2023.03.19.
기억, 너머, 저편
2012년 6월 16일 메이필드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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