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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싸움.

휴가란 역시 일을 하기 위해 다녀오는 것이다. 생전 없던 열흘간의 긴 휴가를 보내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정신없이 밀린 일들이 아우성을 친다. 축령산에서 하산하여 속세로 돌아와서 첫날 하루종일 중앙운영위 회의준비로 분주한데 얼마전 가입한 조합원 한명이 해고 당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근무하던 이 보육교사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처음 채용 당시 근로기간에 대해 어떤 언질도 없는 상황에서 1년만 인턴으로 일하면 정교사를 시켜주겠다는 구두 약속만을 믿고 일해왔는데 1년을 채 채우기도 전에(사실은 불과 며칠 남겨둔 상황에서) 느닷없이 사직을 강요당한 것이다. 옛 약속은 관리자들의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렸고 하루 9시간 이상 일했던 이 보육노동자가 받은 월급은 고작 64만8천원. 당직도, 차량운행도, 청소도 정교사와 같이 일했는데 단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그것도 1년간이나) 다른교사의 70%정도밖에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어린이집 안에서 소외감을 참으며 일해 왔는데 이렇게 나가라니..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있겠다고 노조를 찾아 온 선생님과 서울지부에 모든 간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주말내내 대책회의를 하면서 그렇게 첫 싸움을 준비했다. 아니 이것은 모든 보육노조 조합원들에게 첫 싸움이었다. 월요일 사무처 식구들과 월차를 낸 서울지부장과 출근투쟁을 시작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집을 찾아가면서 아, 우리가 노동조합이 맞구나 실감을 했다. 보육현장에서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일. 최저임금을 위반하고도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원장들과 이제 싸움을 시작한다. 보육현장에 끝도 없이 퍼져나가는 아르바이트, 보조, 인턴 등등의 이름으로 양산되는 비정규직 보육노동자들과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보육노동자들의 삶을 하나씩 하나씩 바꿔나가는 그런 첫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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