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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로또

사람마다 자신의 신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것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 이러저러한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 등등. 사람마다 살아가면서 지키고 싶은 자기만의 원칙이 있을 것이다. 그게 양심일수도 있고... 좌우지간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때는 몹시 불편해진다. 나의 수많은 신념 가운데 하나는(신념이 많으면 사는데 피곤하다.-_-;) < 자기 힘으로 땀흘려 얻지 않은 것을 바라지 마라. 특히, 자본주의의 상업성이 만들어낸 '복권'은 인간의 노동가치에 대한 모욕이다. 고로 복권을 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어쩌다 복권을 살때가 있다. 여태까지 내가 산 복권의 총량은 전부 3만원을 넘지 않는다. 즉석복권은 2번, 인터넷 복권으로 만원, 로또는 딱 2번-오천원씩 두번이니 만원이다.- 사봤다. 누구처럼 좋은 꿈을 꿔서도 아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돈이 필요한데 도무지 구할 방도가 없다고 느껴질 때 샀다. 물론, 한번도 당첨된 경험은 없다.


복권을 살때마다 마음이 몹시 불편하고 자기 혐오가 밀려온다. 신념을 지키지 못할 때가 그때뿐은 아닌데 유난히 복권을 사는 행위는 나를 불편하게 한다. 복권을 사지 않는다는 신념은 내가 생활속에서 나름대로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방법이다. 일상적 저항이 원래 더 힘든 법이다. 그래서 다른 신념보다 더 선명하게 인식되나 보다. 돈의 가치를 알고 나서 20여년동안 이 정도면 신념을 지키고 산 편이다..라고 자신을 위로하고 싶지만 다른 신념을 어길때도 그런 변명을 할까봐 그렇게 생각하지도 못하겠다. 나의 어머니는 60이 넘는 평생에 단 한번도 복권을 사지 않으셨다. 그건 그 분의 신념이다. 반면에 아버지는 20여년동안 매주 복권을 사셨다. 거의 습관처럼. 완전히 다른 신념을 가졌지만 나름대로 그 신념에 충실한 삶을 사는 두 분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나는 나의 신념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고 어쩡쩡하게 살고 있다. 지난주에 산 복권 역시 마음만 불편하게 하고 아무것으로도 당첨되지 못했다. 그런데 만약.. 당첨이 되었다면 그때도 신념 운운 할 수 있을까? 솔직히 100% 자신할 수 없다. 작은 신념하나를 배반하고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상을 얻게된다면 그 배반을 합리화하려고 하지 않을까? 만약, 복권이라는 불확실성이 아니라 어떤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나는 얼마나 그 신념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아마, 신념을 배반해서 올 결과와 보상 사이를 저울질 할지도 모른다. 그 신념이 '복권을 사지 않는다'정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이런 저울질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가? 그리고 작은 신념 하나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그보다 큰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일확천금의 환상으로 자본주의 모순을 은폐하려는 적들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나는 다시 한번 자기를 긴장시킨다. 아, 진짜 다시는 복권 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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