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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

내가 사람 복은 좀 많은 편이다. 성질이 더러워서 언제나 하고 싶은 말 턱턱 뱉고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내 관심사만 주로 이야기 하고 다정하게 옆에 사람 챙기는 것도 잘 못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보육교사를 했는지 쩝!) 그러면서도 남들이 나를 무시하면 못 참는다. 그래도 늘 주변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어떨때는 신기하기도 하다. 물론 장점도 좀 있으니까 그렇겠지? ^^; 좌우지간 이번 노동자대회때 나름대로 감동받은 일이 있어서 혼자 간직하기엔 아까와서 몇자 적는다. 보육노조준비위 결성식을 마치고 노동자 대회에 참가해서 앉아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아는 척을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노동자대회에서 만날만한 사람은 (보육노조관계자가 아니면)없는데... 쳐다보니 중학교 동창이다.


이 친구는 졸업할때까지 같은 학교라는 것도 모르고 살다가 동창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사실 얼굴 맞대고 본 것은 전체 모임에서 서너번이 고작이다. 게다가 무슨 수도생활을 한다고 근 일년 지방 모처 수도원에 있었기에(카톨릭) 정말 얼굴 볼일이 없었던 친구다. 얼마전 동창회 홈페이지에 내가 요즘 하는 일을 적었더니 그걸 보고 노동자대회라면 내가 나와 있을 줄 알고 일부러 보러왔단다. 그러더니 춥지 않아? 따뜻한 것 좀 사줄까? 이러는 거다. 얼결에 대회 중간에 잠시 나와 해장국을 먹었다. (이거 그날 참석자들이 보면 안되는데.-_-;) 나를 찾느라 대회장 앞쪽에서부터 한줄씩 훑어보면서 왔단다. 이런 고마울때가.. 예전에 빈민지역 공부방활동도 했었고 카톨릭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나눔공동체에서도 일했다는 이 친구, 이젠 우리 나이 생각해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하라고 충고를 남기고는 밥 한그릇 사주고 갔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공연히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나와 특별히 친한 것도 아닌데 내가 무얼 해준것도 아닌데 그저 내가 하는 일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격려해주기 위해 나온 그 친구를 보면서 아, 정말 이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는구나. 보육노조준비위가 출범하면서 기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끼고.. 여러가지 감정이 많았던 노동자대회였지만 그러나 이번 노동자대회에서는 무엇보다 어깨 두들겨주고 간 그 친구가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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