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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5/19
    한 어린이집 원장의 무식함.(1)
    푸른 솔
  2. 2005/05/09
    오월, 가족.(2)
    푸른 솔

한 어린이집 원장의 무식함.

울산지역에서 한 국공립어린이집을 상대로 교섭이 진행 중이다.

워낙 기본적인 요구안을 가지고 시작한 교섭이라 금방 타결이 될 줄 알았다.

근데 요즘 '무식하면 진짜 용감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오랫동안 보육교사로 근무하던 한 사람이 드디어 국공립어린이집에 원장이 되었다.

(개인위탁을 받은 셈)

 

자리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는지 원장이 되자마자 시작한 일은,

오래된 다른 보육교사들을 내보내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다가

(우린 이걸 보통 '친정체제를 만들려고 한다' 고 표현한다.)

작년에 임신 중인 한 선생님을 이유도 없이 해고한 것이다.

 

그리고 이 원장,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출근한 사람을 경찰 불러 끌어냈다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받고 울며겨자먹기로 복직시켰다.

 

맘대로 안되는 선생님들을 이리저리 괴롭히다가

그래도 안되니 올해에는 야간교사들 공부때문에 비는 시간을

주간 근무자들에게 떠맡기는 만행을 저질렀다.

아침 8시30분 출근해서 하루종일 애들 돌보느라 파김치가 된 사람들보고

밤 10시, 11시까지  연장해서 아이를 보라고 한다면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젠 보육교사, 아니 보육노동자들도 여전의 그들이 아니다.



교사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여성부 지침대로 하루 9시간 근무하고

주간에 당직이 필요하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당직을 하게 되면 그만큼  초과근무수당 지급하고

퇴직금 중간정산  받은 것이 계산이 틀렸으니 제대로 계산해서 달라는 것.

 

이 요구안을 가지고 노조에 가입해서 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 이 원장 처음부터 "내가 왜? 노조하고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요?" 하고 우기기 시작한다.

 

# 노조> 법에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법 조문을 보여주면서 일일이 설명해 줌) 

 

* 원장> 노동부에 내가 노조랑 교섭해야 하냐? 도장찍어야 하냐? 고 물어보니 곤란한 질문이라고 하던데, 그럼 교섭 안해도 되는거 아닌가요?

* 원장> 나는 정부에서 인건비의 30%를 지원받고 있으니 70%밖에 책임이 없어요. 그러니 여성부랑 교섭하세요. (- 이건 도대체 무슨 계산법인지)

* 원장> 당신들 말이 맞다는 걸 나도 확인해야 되니 시간을 주세요. 6월에 만납시다. 내가 만날 만하면 전화할께요.

 

# 노조> 5월 3일에 자료 주면서 검토해보라고 이야기 했고 벌써 3번이나 교섭이 진행되었는데 무슨 말입니까? 그럼 6월 언제쯤 전화할껀데요?

 

* 원장> 6월 30일에 전화하겠어요. 

 

# 노조> 우리는 몰랐다. 이렇게 쉬운 내용을 공부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_-; 아,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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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에서는 지금 교섭 해태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 고발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구청장 면담 및 항의방문,

조합원들의 실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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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가족.

5월 8일 점심.

어버이날로 수많은 가족들이 다양한 형태를 이벤트를 진행하는 날이지만,

내가 속해 있는 가족은 동생 생일과 부모님의 결혼기념일까지 포함해서

움직여야 하는터라 이번에 좀 무리를 했다.

 

즉, 말하자면 '외식'을 한 것이다.

온전한 수입을 가진 구성원이 없는 까닭에

유독 기념일을 좋아하고 챙기는 가족이지만

대개는 시장에서 조달해서 집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세째동생과 내가 인터넥 검색으로 찾은 일식집(우와~)에

미리 예약을 해놓은 관계로 모처럼 '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시작부터 만만하지는 않았다.

 

 



식구들의 온갖 구박을 받으며 외출준비를 해야했고

나는 그런 동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누나들이 결혼을 안하니.. 운운 하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어머니, 좋은 날인데 좋은 이야기만 합시다."

 

모처럼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는

'돈도 없을텐데 니들이 필요한데 쓰지 뭐하러 비싼 곳에 예약을 했냐?'

뭐 내심으로는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번 동생생일때 아버지가

'자식들이 이렇게 큰데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운운한 하신 걸

애써 상기시켜드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식사 내내 아버지의 과거 잘 나가던 시절의 무용담(?)을 들으며

- 아버지의 무용담은 대개 자신이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렸으며

그래서 어떤 종류의 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으로 마감하곤 한다. -

예상하지 않았던 와인까지 한병 추가되는 바람에 출혈이 심하긴 했지만

그렇게 오월의 행사는 마감이 되었다.

 

 자식들이 어느정도 나이를 먹게 되면

가족구성원간의 힘의 균형은 예전과는 달라진다.

부모들은 더이상 절대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고

자식들은 각자가 가족에 기여하는 만큼 권력을 가진다.

 

그 기여는 경제력일 수도 있고 구성원에 대한 정서적 배려일 수도 있다.

때때로 사회에서와 같이

경제적 능력이나 지위에 따른 서열이 가족안에서도 나타나게 되는데

다행히 내가 속한 가족은 구성원 중 누구도 그런 것을 갖고 있지 못한 까닭에

정서적 배려의 정도가 가장 중요해진다.

누가 제일 자주 전화를 하는지,

누가 부모님의 옛날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지,

누가 가끔이라도 가족이 모이는 이벤트를 마련하는지,

이런 것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러나,

항상 마무리는 "조금만 더!" 에 있다.

00이가 좀더 돈을 벌었으면

00이가 좀더 빨리 자리를 잡았으면

00이가 좀더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위에 올랐으면

............

 

언제가 되야,

00이가 좀더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00이가 좀더 자신의 삶보다는 인류를 위해 헌신하였으면

00이가 좀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웠으면

00이가 좀더 불의에 대항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위해 노력했으면

00이가 좀더 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더 큰 공동체를 꿈꿨으면

......................................

이런 마무리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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