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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 조선일보, 노란색 조선일보를 보지 맙시다

* '일일문화정책동향'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석간 조선일보, 노란색 조선일보를 보지 맙시다

: 문화일보 절독운동을 제안하며


최준영 / 문화연대 정책실장 ptrevo@jinbo.net

 

 

명색이 운동단체의 정책실장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나는 정보 수집에 ‘매우(!)’ 둔감한 편이다. 그나마 꼭꼭 챙겨보던 한겨레신문도 요즘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스포츠 소식을 접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니... 스스로 생각해도 문제가 심각한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주변에 워낙 정보에 밝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래저래 귀동냥으로 얻는 정보만으로 그나마 심하게 뒤처지지는 않게 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무실에 꼬박꼬박 배달되어 오던 문화일보에 별다른 눈길을 보내지 않았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가끔 크게 이슈가 되는 일이 있거나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만 - 석간의 장점이다 - 꼼꼼히 살펴봤을 뿐, 평소에는 다른 신문과 마찬가지로 스포츠 소식을 보거나 내일의 운세를 보는 정도였다. 그렇게 ‘문화’일보라는 이름만으로 여전히 다른 신문보다 후한 점수를 받으며 사무실에 문화일보가 하나 둘 씩 쌓여가고 있었다.


9월 1일 문화일보, 분노가 폭발하다


9월 1일자 문화일보다. 늦은 점심을 분식집에서 먹으며 신문을 뒤적이다가 정말 먹던 라면이 솟구쳐 오를 정도로 열받는 글을 읽게 되었다. 문화일보에는 <시론>이라는 꼭지가 있는데, 이 꼭지에는 논설위원이나 외부 전문가 등이 칼럼과 같은 글을 싣게 된다. 이 날 문화일보 <시론>에 이신우라는 인간이 지율 스님의 단식에 대한 글을 실었다.


... 지율 스님과 시민단체가 ‘천성산 도롱뇽’ 명의로 고속철도 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신청을 울산지법에 낸 것은 2003년 10월. 울산 지법은 이 소송에 대해 “도롱뇽과 사찰은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지난 4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공사가 간신히 진행되려던 판이었는데 최근에 다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과 함께 중단되고 말았다.

법의 허가를 받아놓고도 여승의 습관적 ‘단식 소동’ 앞에서 청와대가 사실상 무릎을 꿇은 것이다. 청와대라면 대통령을 의미하고, 대통령이야말로 취임식장에서 온 국민 앞에 이 나라의 국법을 준수하겠다고 엄숙히 선언한 제1 공직자 아닌가....

- 이신우, ‘헌법 위에 단식투쟁 있나’ 中


“여승의 습관적 ‘단식 소동’이라고!?!?”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생명과 환경, 생태의 중요성을 몸소 말하고 계시는 지율 스님의 단식을 ‘여승의 습관적 단식 소동’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고 정말 놀라서 까무러칠 뻔 했다. 아무리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수/우익/꼴통’ 등 어떠한 수식어를 붙인다 해도 이신우라는 인간의 표현에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글 전체의 맥락 또한 천성산 고속철 터널 공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앞뒤 맥락은 모두 생략한 채 ‘당장에 공사를 중단함으로서 드는 사회적 비용은 어쩔 것이냐’는 주장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우리 모두 인정하다시피 개발과 환경파괴를 중단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효과는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어떻게 일간지 칼럼에 그런 ‘인격 모독적인’ 표현을 쓸 수 있는지 정말 그 잘난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문화일보 절독운동으로


이번 사건을 겪으며 문화연대에서는 문화일보를 끊게 되었다. 얼마 전에도 이달 말까지는 보라는 신문배달원과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사실 그 동안 문화연대에서는 문화일보가 최고경영자, 편집장 교체 이후 조선일보보다 더 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전체적인 기사의 논조도 없고, 신문의 특색도 없이 다만 ‘오후에 나온다’는 이유로 문화연대가 문화일보 구독을 선택한 것에 대한 내부 반성도 진행하였다. 이렇게 내부에서 문화일보를 둘러싼 말들이 오가는 동안, 누군가 문화일보를 ‘석간 조선일보’라고 표현하였다. 오후에 나오는 조선일보! 노란색 조선일보! 최근 문화일보 기사를 보면 “조선일보보다 심하다”고 충분히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문화일보를 ‘석간 조선일보’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혹여나 문화일보를 보고 계신다면, 절독을 권유하는 바이다. 절독의 이유를 찾으시려면... 문화일보 사이트에서 9월 1일자 <시론> 글을 한 번 읽어보시라. 확실하다. 심장이 약하신 분들이나 쉽게 흥분하는 분들의 경우 읽으실 때 극히 조심해야 할 정도라고 확신한다. 나의 경우, 그 글을 읽고난 후 환경운동연합의 아는 사람들에게 바로 전화해서 “같이 문화일보 절독운동을 진행하자”고 제안했을 정도였으니... 지율 스님의 건강과 천성산 터널 공사의 중단을 기원하며, 열화와 같은 ‘문화일보 절독운동’으로 불량언론에 일침을 가할 수 있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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