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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2호> [생활의파문] 서바이벌 오락프로는 현실 정치와 닮은꼴

 

[생활의 파문]

 

서바이벌 오락프로는 현실 정치와 닮은꼴

-숨겨져 있는 대중의 요구를 표출할 직접행동이 필요하다!

 

‘슈스케’, 한 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 란에 빈번하게 올라온 단어다. “요즘 슈스케라는 일본 사람이 인기가 좋은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슈스케는 일본사람 이름이 아니라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인 ‘슈퍼스타케이’의 줄임말이었던 것이다. 나원참!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렇게 모르고 있었으니... 이 프로그램 이후 유사한 경쟁, 성장, 생존 프로그램이 공중파에서도 잇달아 기획되고, 대중은 열광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불편했다. 일반인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꿈을 이루는, 여기에 휴먼스토리까지 첨가된, 만들어진 감동은 진부한 연출 기술일 뿐 아니라, 현실에서 거의 가능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농락에 가까운 오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냉소나 비웃음은 대중의 열광을 한편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다. 어찌 보면 대중은 이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진부하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을 잘고 있다. 이전에도 지금과 다른 형태의 서바이벌 오락물은 존재했고, 이후에도 양산될 것이다. 한편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케이’, ‘위대한 탄생’은 인기가 있지만 우승하면 아나운서가 된다는 ‘신입사원’은 그닥 인기가 없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서바이벌이라는 경쟁의 아슬아슬함을 즐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작동되지 않는 ‘정당함’에 대한 만족이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도 여건을 마련되면 자신의 기량을 펴내고, 성장하길 바라는 심리, 일반(?)가수가 아이돌 보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졌음에도 대중매체를 통해 만날 수 없었던 부당함에 대한 반작용, 즉 정당한 보상에 대한 심리 등이 최근의 서바이벌 오락 프로에 대한 열광의 단면이다. 이는 자신이 처한 소외에 대한 대리만족이고, 오락 프로그램 기획자는 위 양면을 절묘하게 구성하고 있다. 반면 ‘신입사원’의 목표는 대중이 다가서기에는 너무도 먼 욕구가 아닌가 싶고, 동시에 즐기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인 욕구가 아닌가 싶다.
 
이런 오락프로는 현실 정치와 너무도 닮아 있다. 대중은 식상한 현실 정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선거에 임하게 되면 자신의 열망을 실현시킬 누군가를 기대하고, 당락에 손에 땀을 쥐고, 참신한 실력자를 기대하고, 그동안의 불만을 해소할 장이길 기대한다. 선거 기획자는 전체 판이 깨지지 않는 정도에서 대중의 기대를 연출한다. 무료하고 염증이 느껴지는 현실 정치는 선거를 통해 기사회생한다. 대중의 열망은 그 정도 수준에서 분출되고, 해소된다.
 
서바이벌 오락프로로 인해 모든 연예인이 되고자하는 모든 일반인이 공정한 반열에 올라올 수 없고, 연예인이 아닌 모든 가수(?)가 모든 공중파 무대에 설수 없듯이, 선거 이벤트를 통해 정치질서가 올바로 설수가 없다. 대리만족은 말 그대로 ‘대리’ 만족일 뿐이다. 문제는 대중이 오락프로에 농락당하는 것이라고, 현실 정치에 농락당하는 것이라고 냉소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대중의 욕구와 열정을 읽어 내고, 선거에 멈춰선 대중이 함께할 직접행동을 촉발하는 기획을 해내는 사명이 변혁 운동가에게 있다는 것이다.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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