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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7호> 유럽 극우파 급부상! 도대체 왜?

유럽 극우파 급부상! 도대체 왜?

 

 

 

 

극우의 부상
 

2011년 7월, 무려 77명을 사살한 브레이빅의 테러는 전 세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무차별적인 테러는, 스웨덴·덴마크·핀란드와 더불어 통상 ‘북유럽 복지국가’로 칭해지는 노르웨이에서 발생했다. 예외적 사건의 폭발은 수면 밑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사건의 흐름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예외적 사건의 폭발은, 잠재된 형태로 존재하는 모순의 돌출적 표현이다. 이 사건은 통상 ‘살기 좋은 나라’로 일컬어지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조차 극우의 발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온 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극우파. 이들은 전 유럽에서 이민자와 이슬람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며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국민전선>, 그리스<황금새벽당>, 네덜란드<자유당>, 노르웨이<진보당>, 핀란드<진정한 핀란드인> 등은 더 이상 이름 뿐인 소수정당도, 철부지들의 히틀러 팬클럽도 아니다. 이들은 엄연한 현실 정치세력이 됐다. 프랑스 르펜의 <국민전선>은 대선 1차 투표에서 18%를 득표했으며, <황금새벽당>은 6월 그리스 총선에서 6.9%를 득표했다.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의 극우정당인 <진보당>은 22.9%의 지분을 가진 의회 제2당이며, 핀란드의 <진정한 핀란드인>은 19.1%의 지분을 확보한 의회 제3당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무슬림, 그리고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으며, 무슬림과 이민자들에 의해 경제위기가 심화된다며 소수자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 히틀러의 나치가 ‘타락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들로부터 나라를 구해야한다는 선동으로 권력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의 부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첫째, 유럽 극우의 부상이라는 현상 뒤에는 공황의 심화라는 물질적 조건이 존재한다. 유럽 극우파들의 타겟은 이민자들이며, 그 선동의 주된 내용은 “저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 17개국의 실업률은 5월 기준으로 11.1%다. 이는 유로존 출범 이후 최악의 실업률이며, 유로존의 인구 중 무려 1,760만 명이 직업이 없다는 뜻이다.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22.6%에 이르며, 그리스·스페인의 경우 52.1%에 달한다. 가히 살인적인 실업률이 아닌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그리스 총선에서 6.9%를 득표하며 이름을 알린 황금새벽당이 불과 3년 전인 2009년의 총선에서 고작 0.29%를 득표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황이야말로 이들을 성장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돌풍을 일으킨 그리스 극우 정당 <황금새벽>의 주요공약은 ‘인구의 10%에 달하는 이민자를 추방하고 터키와의 국경에 지뢰를 매설해 이민자의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실제로 이민자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둘째, 극우의 부활은 사민주의 몰락의 이면이다. 유럽의 전통적 강자였던 사민주의자들은 신자유주의자와 한 몸이 된지 오래다. 유럽 사민주의자들은 ‘제3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에 투항했고, 복지축소와 노동시장 유연화, 자본시장 자유화를 승인했다. 그 결과 사민주의는 노동자 민중에 대한 포섭력을 상실했고, 이 결과가 바로 공황의 심화와 함께 극우의 부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그리스에서 노동계급에 대한 가혹한 공격을 밀어붙인 주체는 다름 아닌 그리스 사회당이었으며, 작년 스페인에서 우익(국민당)에게 권력을 내놓은 스페인 사회당은 유로존 지배세력의 요구대로 긴축정책을 밀어붙이며 위기의 책임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했다. 이들이 ‘노동계급의 오른쪽 날개’가 아닌, ‘자본가들의 왼쪽 날개’임은 사태의 전개와 함께 명백해졌고, 시리자의 급성장에서 드러나듯 노동계급은 더욱 급진화된 대안을 찾고 있다.

 

위기에 대한 왼쪽의 대안도, 오른쪽의 반동도 더욱 격렬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계급투쟁 관리에 실패하고 있으며, 갈등은 더욱 응축되어가고 있다. 극우의 발흥 자체가 자본주의 체제의 추락을 의미한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결국 피할 수 없는 계급 간의 투쟁이다.

 

백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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