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해당되는 글 7건

  1. 한마디 말 (2) 2007/07/10
  2. sugar 2007/07/09
  3. 사랑해야 하는 딸들 (11) 2005/01/03
  4. 연관물 2004/10/05
  5. [바사라] (4) 2004/09/20
  6. 존사코의 <팔레스타인> (2) 2004/09/16
  7. 이매진-현실적인'여자'만화 (1) 2004/09/05

한마디 말

from 好娛호오! 2007/07/10 08:51
"한없이 의식을 날려
말을 고르고 골라"



아소우의 "한마디 말"(만화) 너무 좋다.

그런데 나는 한없이 의식을 날려 말을 고르긴커녕,
말만 주워올뿐, 재미있다는 말 밖에 할말이 없다니.
크흑.
싱거워.


근데, 의식을 날린다기보단
헤엄치는 기분인데,
말을 수면아래에 내려가서 주워오는거.
그래서 가끔 숨막혔나.
날려보내는 쪽이 좋을지도.
음.
확실히.


말은 주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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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0 08:51 2007/07/10 08:51

sugar

from 텍스트 2007/07/09 00:52
머리속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그 때가 좋았지"
라는 말은 전부
다 떼어내 입에
넣어 꿀꺽 해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후
물로 내려버릴 테니
두고 보라고.

키리코나나난의 [wate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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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00:52 2007/07/09 00:52

사랑해야 하는 딸들

from 만화 2005/01/03 20:15

지하철에서 오랜만에 산 만화책, "사랑해야 하는 딸들-요시나가후미 作"을  비닐을 조심스럽게 뜯어 읽기 시작했다.
실은 이미 잡지에서 본것들인데, 다시 보면서 눈물을 질금 거리고 목막혀 했다.
전에 볼때는 그런 정도의 감동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단편단편 보던것이 하나로 좍 꿰어지는 점이 감정을 움직였나 보다.


하나의 단편단편이 완결된 이야기가 되고, 나름의 메시지를 갖고 그것을이 모여서 퍼즐처럼 또 하나의 이야기 아니 여러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만화 구성을 좋아한다.(비슷한 종류의 구성을 가진데다 굉장히 추천하고 싶은 만화라면 역시 아이카와 사토루의 푸른하늘이다.)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5개의 딸들 이야기로 엮여 있다.

중심 인물격인 유키코와 그녀의 엄마 마리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다양한 여성들의 심리, 상황, 현실 , 문제들을 풀어낸다. 요시나가 후미의 탁월한 점은 감정이 과잉되지 않는 선에 그녀만의 표정을 담아낸다는데 있다. 게다가 그녀의 만화는 말이 그림에 비해 많은 편이고 그림은 정적인 편인데,그것이 또한 매우 적절하다.




1화는 30살의 유키코 - 50살의 엄마 마리 - 유키코 보다 어린 엄마의 재혼상대 켄의 이야기

2화는 여대생 타키지마 마이코 - 켄의 친구이자 민법을 강의하는 대학 시간강사 이즈미 키요타카의 이야기 (의욕가득한 민법에 나온 인물인가 의심됨..)

3화는 맑시스트 할아버지의 "사람을 차별하지 말고 평등하게 대해라" 라는 말그대로 자라 정말 누구나 평등하게 대하는 모두를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지 못하는 사야코- 유키코의 대학 친구이야기

4화를 보다가는 결국 눈물이 조금 나와버렸는데..

유키코는 준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나서 맞벌이를 하는데도 집안 일은 여자의 책임이고 남자는 도와줄 뿐이라는 것을 생활로 조금씩 조금씩 체감 하면서, 중학교 시절을 떠올린다.
유코, 토모 유키코는 중학교때 친했는데 그중 유코라는 애는 남녀평등에 대해서 제법 어른스럽게 논하는 똑똑한 아이었고 토모도, 유키코도 유코보다는 어렸지만 생각이 잘 맞았다.
그들이 커가면서 마주하게되는 참혹하고 무거운 현실은 건조하고 압축적으로 잠깐잠깐 보여지는데, 점층에 반복의 수법을 쓰니, 괴로워질 수 밖에..
그래도 자매애랄까? 그런게 느껴져서 목이 메었다.


공무원과 민간기업 중 어느쪽이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 유코는 이렇게 말한다 "난 반드시 민간 기업에서 정년때 까지 일할거야. 여자한테 있어 아직 일하기 힘든 민간기업에서 노력하는 편이 나중에 일할 여자들을 위해 도움이 될테니까."

이런 유코는 꿈을 하나씩 포기하게 되고, 공무원쪽을 택하겠다던 토모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와중, 시청 공무원 유키코는 남편과의 미묘한 갈등때문에 세월속에 잊혀진 그들을 기억해 내고 그들에게 엽서를 보낸다.


최종화는 딸 유키코와 엄마 마리 , 딸 마리와 엄마 마리의 엄마(할머니) 이야기다.
역시 감동적.

모두들 연결되어있다, 자매같은 친구로 엄마와 딸로 할머니와 손주로 ..
사랑하고, 미워하고, 정말 다른 개성 넘치는 딸들 이야기.



덧. 중학생 유코의 이말에도 정말 맞장구..
이젠 어떤면에선 진부한 말이지만, 그래도 맞장구.(진부하다니 슬프다)

"그치만 나도 남자라면 집안일은 부인한테 전부 떠맡길걸? 그리고 결혼해도 같이 맞벌이 하고 싶다는 여자한테 마치 마음 넓은 남자인것 처럼 이렇게 말을 하는거야.[일은해도 상관없지만 집안일은 제대로 해야 돼]라고 말이지.

-결국 여자는 싸우는 수 밖에 없는거지. 손해를 보는 쪽에서 불평을 털어 놓는수 밖에 없어. 안그럼 가정내의 남녀평등이란 절대로 성립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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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3 20:15 2005/01/03 20:15

연관물

from 만화 2004/10/05 02:54

그렇겠지만..

특히 노래같은 건, 그렇다

처음들었을 때의 주변 상황이 강한 이미지로 남은 경우...

나중에도 그 노래를 들을때 마다 저절로 그 처음 순간이 생각나 버리는 것이다..

자의 적이고 우연적인, 그 어설픈<연관>.

 

그러나 그 지극히 주관적인 연상 작용은,

무의식의 관할 영역에 속하는지라-

한번 새겨지면 쉽게 지워지지가 않는다.

 

알고 있다. 대충 갈겨진 낙서 자체를, 람이 갖고 싶어한게 아니라는 것을.

그 낙서를 통해서 보고 있는 것은, '그걸 그리고 있는 그 사람의 그때'

정말 원하는 것은-

<본체>는 따로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원하지만-

원하는 것을 직접 손에 쥘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신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연관물>들을 원하게 되고...(중략)..

사실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도 <본체>와 어설프게 나마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못내 사랑스럽고

탐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라디오에는 추억의 노래를 신청하는 엽서가

끊이지 않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

 

[쿨핫]-6, 유시진 p.19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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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5 02:54 2004/10/05 02:54

[바사라]

from 만화 2004/09/20 04:24

[바사라]라니.

상당히 오랜만이다.

한때 열심으로 읽었었다. 눈물 꾸역꾸역 말아 단숨에 퍽퍽 퍼먹고는 후아 한숨쉬고, 같이 웃고 같이 주먹쥐고. 정말 열심으로 읽었드랬다.

 

'혁명'을 다룬 만화는 몇몇 보았지만, 이 만큼 재미있고,

거슬리는부분이 적었던 만화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들의 혁명을 지켜보면서,

그 인간 군상들을 지켜보고, 감정이입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런생각을 했다 .

 

' 혁명을 겪은 저들은, 기억으로 경험으로 자신들의 그것을 완성시킨 그들은 괜찮아.

하지만, 그 다음 세대는? 기억이 없는 그들은 다시 시작이겠지? '

 

고스란히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만이 맴돌아,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절망이기도 하지만, 희망이기도 할테니까.



퍼오는것은 여러가기 이유로 좋아 하지 않지만, 보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퍼옵니다. :)

가끔 또 펼쳐봐야죠. 꼭 자페의 불유쾌나라 에 가보세요. 재미있는 것들이 그득하다구요.

 

원문: 타무라 유미 - BASARA (by 자폐)

 

1. 불온서적

국내에 수입된 시기가 늦어도 95년 즈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정세 하에서 이런 과격한 코믹스가 수입되었다는 게 신묘하다.
(* 참고 : 94년엔 조정래 씨가 이적표현물 제작 혐의로 기소되었고, 96년엔 유명한 '연세대 한총련 점거(?) 사건'이 있었고, 98년엔 대학생 하나가 강의 교재인 맑스 도서를 통신에 올렸다가 징역 8개월형을 선고 받기도 했었습죠.)

'아동용 스머프'나 '감성 발라드 Imagine'같은 사태가 발생했던 나라니만큼, '열혈순정 바사라'였다.
그렇지만 우화의 형태를 취한 <스머프>나 영어라 알아듣기 힘든[..] Imagine과는 달리, <바사라>는 첫 페이지부터 꽤나 과격한 문구가 등장한다.

바사라, 낡은 권위를 부정하고 인습과 구속을 배제하고 자기 생각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정신을 말한다(1권, 5p)

윗대가리들이 하는 일을 어떻게 알겠어.(웃음)

내용을 살펴보자면,

일본은 정치적 불만이 많은 건지, 아님 민주주의 국가 맞는 건지(웃음) 혁명을 소재로 한 만화가 많다. '제석천'이라는 절대 군주로부터의 정권 이양을 다룬 <성전>, '은 주왕'이라는 폭군으로부터의 정권 이양을 다룬 <봉신연의>, '나키아 황비'로 대표되는 수구세력으로부터의 정권 이양을 다룬 <하늘은 붉은 강가>와 같은. 목표는 민생안정·방법은 기존 정치세력의 정복-혁명이라는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바사라>와는 대비되는 특징도 또 갖고 있다.
개혁을 주도하는 '신' '선인·주 지배계층' '국왕'은 모두 지배계층이다. 심지어 실제론 민중의 혁명이었던 프랑스 혁명조차도 오스칼·페르잔이라는 엘리트의 혁명으로 바꿔놓은 작품도 있는데.
<바사라>의 타타라 세력은 민중, 피지배계층이다. <바사라>의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며 변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내용은 "국가변란과 사회변혁을 선동하고" 있다.
02년까지도 대중투쟁을 부정하던 국보법 씨께서 대중투쟁의 기록을 말살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국보법 씨는 뭐하고 계시는 건가. 불온 서적 안 잡아가고.


2. 무지배주의

타무라 씨는 어쩌면 무지배주의자일지도. :)

각자 자치구의 대표자가 이렇게 모여 얘기함을써 국왕이 있었던 지금까지의 일본과도, 대통령이 있는 오키나와와도 다른 새로운 나라의 모습이야(20권, 172p)

역사 속의 일본은 강력한 중앙집권국가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사라>에 나타난 일본의 모습은 지방분권이다 못해 연합국에 가깝다.
(* 참고 : <바사라>는 인류가 거의 절멸한 이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세계를 다루고 있다. 멸망 이후 다시 진행된 인류의 역사는, <바사라>의 시기에는 약 15C 무렵에 도달해 있는듯 하다.)

일본 전역을 통치하는 것은 '울금왕'이라는 일본 국왕.
그렇지만 남부지방은 적왕, 북부지방은 흑왕, 동부지방은 창왕이 통치하고 있다. 각 지방의 통치자들은 제멋대로 외국(유럽)과 수교를 하기도 하는 등, 이건 정말이지 연합국이다.

그런 일본이, 혁명 이후에는 아예 대놓고 연합체가 되어 버린다.
권위주의를 타파했더니 그나마 붙잡고 있던 중앙의 권력도 무너진 거랄까.

혁명의 지도자로 혁명 이후를 통치해야 할 타타라마저, 그 권한을 자치구들의 대표자들에게 넘겨주고 물러난다.

이 연합체마저도 어떠한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는 건 <바사라 외전>에서 더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타타라가 물러난 자리를 웬 군국주의적 관료가 꿰차자, 각 자치구의 대표자들은 모두 연합정부에서 나가버린다.

'자치구의 대표자'라는 것도 '지배자'도 아니고, '관리인'도 아니다.
통치를 하거나 질서를 규율하지 않으며, 정말 단순한 '대표자'로서 "혁명하러 나갈 사람, 손!"이라던가 "우리도 타타라군에 붙을까?"하는 질문을 던지는 정도.

노자의 소국과민이나 무지배주의는 국가가 없는 유토피아를 상상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권력체가 최소한의 권력만을 행사하는 자치구를 꿈꾼다.
마치 <바사라> 속의, 혁명 이후의 일본처럼.


3. 반가부장주의

"공주님, 민중의 지도자와 사랑에 빠져 결국 민중의 편에 서다."

라는 이야기, 혁명에 대한 너무 흔한 사랑의 테마다. 낯간지러울 정도로.
근데 바사라는 정 반대다. 말하자면,

"왕자님, 민중의 지도자와 사랑에 빠져 결국 민중의 편에 서다."

라는 게 <바사라>의 요약 줄거리라는 것.
기존 남성·여성의 관계를 유쾌하게 비틀어버린 설정은 <바사라> 여기저기에 존재한다.

남성 상관에 여성 부관이라는 캐릭터 설정이 기본적이지만(주1), 간혹 여성 상관이 등장하더라도 능력있고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남성 부관이 맡기 마련이다(주2).
<바사라>에서는 이러한 기본 설정을 비틀어 놓았다.
잘 하는 거라곤 활 쏘는 거 밖에 없는 하야토, 부드럽고 온순한 쟈키, 상관에게 절대적 충성을 맹세한 히이라기. 이들은 모두 카리스마 넘치고 능력이 철철 넘치는 타타라, 챠챠, 백왕(긴코)라는 여성상관을 모시는 부관이다.
- 종래의 가부장적 가치관에서는 찾기 힘든 이러한 관계에 대해 규정짓는 게 어려웠던지, <뉴타입>은 '여주인·집사관계'로 규정지은 듯 하다.

타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도 다수 등장한다.

말 달리고 활 쏘는 여성 전사의 캐릭터는 간혹 등장하지만(주3), 지도자로서 타 세력과 협상을 벌이고 세력을 규합하고 전략을 세우며 병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전략가 타입의 여성 캐릭터는 보기 힘들다. 말하자면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라는 캐릭터리티가 여성인 것.

이와 같이, <바사라>에서는 여성리더가 다수 등장한다.
남성리더도 여럿 등장하지만, 여성리더에게 동화되거나(슈리·각 자치구 대표자들) 타도당한다.(국왕, 창왕, 흑왕) 여성리더에게 타도당하는 남성리더라니, 그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설정이다.(사실은 그 이후에도 본 적 없어..)

그렇다해서 남성성을 지닌 여성만을 찬양한다거나, 여성성을 경멸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가장 피를 적게 흘리고 여자인 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으로(15권, 137p)

아게하를 비롯한 혁명의 지도자들은 타타라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철저하게 모성적이고 여성적인, 타타라의 어머니 치구사 - 여성적인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쟁의 뒷처리를 한다.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부상당한 병사를 치료하며 통합을 주도하는 건 '여성성'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성성'만을 가지고 먼저 간 남편을 철저히 따르던 센쥬는 그 '여성성'의 부정적인 면을 벗어버린다. 남자의 그림자를 벗고, 모성으로서 다음 세대를 키우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가부장주의에 대한 철저한 조롱은 백왕(긴코)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왕가-라는 가부장적 지배체제의 이해에 따라 남자에게 '팔려갔다가', 다시 이해에 따라 '팔려돌아온' 백왕. 가부장적 지배체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동 성폭력을 당한 긴코는 동생이자 아들인 '아사기'를 낳고 염세적이고 파괴적인 성미로 변해버린다.

주1 :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와 '프레데리커 그린힐, 동작품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과 '힐데가르트 폰 마린돌프'
주2 : <하늘은 붉은 강가>의 '유리 이슈타르'와 '루사파'
주3 : <하늘은 붉은 강가>의 '유리 이슈타르


4. 그리고.

너무 길어졌군, 벼르고 벼르던 글이라.
게다가 길어지면 글이 딱딱해져버려. _l ̄l○

<바사라> 완전판이 나온다고 한다. 그치만 이건 말이 완전판이지 라이센스판이나 다름없다. (예전의 녀석은 라이센스의 탈을 뒤집어쓴 해적판) 이걸 사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다.

주머니는 얇은데 주머니를 위협하는 녀석은 너무 많아서 슬픈 가을의 오후입니다.

참, 평이라면 원래 네타인 건 알고 있죠? ^^ (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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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0 04:24 2004/09/20 04:24

존사코의 <팔레스타인>

from 만화 2004/09/16 15:20



 내가 만화를 보고 있으면 어떤 친구는 "또 만화책에 영혼을 팔았군!" 이라고 말한다. 영혼을 팔기 위해서는 조금 시간이 걸리는데, 그러니까 시동거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예열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 만화는 그 것이 꽤나 오래 걸린것 같다. 팔레스타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짚어들었을때 이책에 팔레스타인 민중의 비참하고 분노스러운 상황, 생생한 분노와 저항을 은연중에 기대했던 나로서는. 이 사람의 이야기 시작은 예상밖이었기 때문이다. 존사코는 담담하다 못해 냉정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팔레스타인을 그려낸다. 

존사코는 객관성을 유지한다. 그 객관성이라는 것은 정치적 객관성이라기 보다는, 동정이나 연민을 가질법도 한데 가지지 않고 증오나 멸시라는 감정을 가질법도 한데 한사코 뿌리치고 있는 객관성이랄까?

그래서 그는 이야기의 시작을  미국의 유대인기업가가  팔레스타인인의 테러에 의해서 죽었을때 자기 이웃이 죽은것 처럼 흥분한 일을 꺼내보임으로서 풀어낸다. 또 자신이 팔레스타인에 처음가서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별것 아닌 관광을 시켜주고 돈을 요구하는 소년들을 만나고 굉장히 화가 났던 사실들을 이야기한다.


이런식으로 그는 팔레스타인은 어떤 곳인가? 과연 야만적이고 미개하고, 테러리즘이 만연한 그런곳인가? 이웃을 죽인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사람들의 땅인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직접 그 땅?보고 자기 자신의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물론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이 만화다. 작가의 결론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적나라한 사실들을 던져주듯이 마구 병렬해 놓고 판단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이라고 하면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까?
나는  아랍인, 이슬람교, 내전, 정착민,테러..같은 뉴스에서 들은 정도의 단어들만 떠올랐다. 사실 지도상에 어디에 위치한지도 몰랐고 말이다. 그리고 문제의 초점이 뭔지도,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도..그들이 일상적으로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 인지도 그닥 생각해 본일은 없다.

우연히 책을 집어 들었고, 이라크에서 전쟁이 났다는 것 밖에는. 나에게 동기는 없었다.
그러므로 존사코의 이 만화를 만난것은 행운에 가까운것이다.

그에 의해서 나에게 보여진 팔레스타인은..

그가 양동이에 담긴 눈물에 또 한방울을 더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비극의 비극은  '지겹도록' 많았다. 거기에는 마치 거대한 도시만한 감옥을 세운 유대인들이 있었고, 14살짜리 소년에서 부터 감옥에 밥먹듯이 드나든 사람이 길에 널려 있었다.

그들은 적당한 압력(고문) - 딱히 고문을 했는지 외형적으로는 모르지만 결국 심장마비로 죽을 정도의 끔찍한 - 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언제나 압력을 받고 있었다.

또한 히잡(팔레스타인 여성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두건) 을 쓴 페미니스트와  그렇지 않은 페미니스트 가 있었고, 단합하고 있지 못했고 정치적으로 분열되어있기도 했다.
["우리는 국가적인 과제를 놓고 충돌하게 됩니다. 사회적 이슈를 놓고도 협력하지 못하죠. 우리는 단합된 힘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녀 평등을 규정한 PLO의 헌법에 기대고 있지 않습니다. 이시점에서 여성문제를 일정하게 한정짓는 건 좋지 않아요"

그들은 인티파다(87년 봉기이후 저항을 칭하는말)의 혁명성으로 인해 사회변혁의 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아무도 그것으로 여권이 확립되리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P.154]

통금이 있고, 그들의 자식같은 올리브 나무(그들의 주요생계수단)는 베어지거나, 조상때 부터 기르던 나무들은 지금은 유대인이 기른다.
지상에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중의 하나인 난민촌...

그곳에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을 그렇게 선량하기만 한 사람도 아니었고 그 반대도 아니었다.

 

 나는 이러한 것이 의외로 놀라웠던것 같다. 사코가 만난 팔레스타인의 엘리트들. 그것 역시 놀라웠다. 난민촌에서 생활하는 과거의 철학교수. 그의 방은 비가새긴하지만 추상주의, 인상주의 그림의 복사본들과 화초로 인테리어가 되어있고, 하지만 난방은 전혀 되지 않고 전기도 끊어진..상태였다. 이런것은 나에게 전혀 새로운 사실이었다고 해야 하나? 왜 나는 아랍인은 대학도 안다닐꺼고 철학 공부도 안할꺼라고 생각한걸까?

안사르라는 거대한 감옥이 만들어지고 엄청난 수의 팔레스타인들이 잡혀 들어왔을때, 그들은 자치질서를 조직해냈다고 했다. 그것은 어떤 직접적인 저항의 조직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단지 줄을 서서 배식을 받아먹고, 차위원을 만들어 차를 순서를 정해 나누어먹고, 교육활동등을 하는 것이었다.이러한 자율적인 질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팔레스타인 혐오자로 만들려는 시도에 저항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사람은 팔레스타인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다. 씻지도 못하고 숟가락도 없이 음식을 먹을수 밖에 없는 짐승같은 생황. 이것을 보고 이스라엘 병사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저 혐오감만들기는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성공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문제는 민족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 거대 자본과 권력, 그리고 역사를 독점하고 있는 1세계 국가들과 제3세계 국가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근대이후 저들의 역사를 중심에 두고 배웠고, 그들의 철학을 철학일반으로 여겼으며, 그들의 문화에 우리를 적응시켰다.
우리것을 지키자라는 따위의 왠지 촌스러워지는 말을 하고 싶은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서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그것의 권력관계, 정치성을 가늠하고 자신의 중심을 바로 세울 필요는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서없이 느낌들을 나열했지만,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알고 판단하는 것 외에도 비서양(이 구분도 우습지만)에 위치하는 팔레스타인과 같이 우리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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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11일에 홈嶽訣熾?쓴글입니다.

molot[1993년 오늘(9.13)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정 체결] 을 보고 생각이 나서 다시 가져왔습니다. 쓰면서도 결론을 잘 못맺어서 슬펐는데, 다시 읽어보니 끝이 영....그렇군요.

 

몇마디 문장으로 자신의 감동을 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시금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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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6 15:20 2004/09/16 15:20

순정만화건, 소년물이건, 성인물이건 장르/ 소재 /그림체 /스토리 상관없이 만화면 무조건 좋다하고 읽는 편이다. 한마디로 잡식성.그래도 역시 영원한 마음의 고향은 순정만화라고 생각한다.( 이 분류법은 사실 온당치 않은데 그렇다고 딱히 대신할 말이 없다. )

 

글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할때처럼 만화를 볼때도, 이야기에 감정이입을 얼마나 시킬수 있느냐가 그 만화의 재미를 결정하는것 같다. 이건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질 거다. 그러니까, 성별이라던가 나이, 계급 등의 조건들 말이다.

 

나의 경우 소년물을 재미있게 보다가도 그 마초성이나, 여성에 대한 폭력들이 희화되어서 등장할때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던 자신이 싫어지고, 만화를 읽고 싶지 않게 되는일이 있다. 성인물은 더한데. 대부분의 성인물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장면들이 주를 이루니..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역시 마음의 고향은 순정만화인것이다.-ㅗ-;

 

그런데 요즘 순정만화에 대부분이 학원물 일색이 되어가는 것 같아 불만이다.

내가 학생일때는 감정이입이 너무나 잘되었으나, 어른의 이야기는 따로 있는법.ㅡ,.ㅡ;

 

30대는 말할 것도 없고 주인공이 20대 중후반인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여성 성인 잡지도 시도(화이트라는 잡지였을거다.) 되었었으나 금방금방 망해 버리곤..내가본 남한 순정만화에만 국한해보자면 섹스신한번 현실적으로 나오는일이 없다.

 

 

그러던 차에 지난번 여름휴가때 [이매진],(사토루 마키무라作 )이라는 만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동행과 콘도에서 책과 만화만을 읽으면서 뒹굴뒹굴모드로 2박3일을 보내기로 작정하고 만화책을 빌리러갔었는데. 나는 기존에 보던 만화들의 최신편을 몇권빌리고(카츠/쿠니미츠의 정치/허니와클로버) 동행에게 "이매진"을 추천했다. 그리곤 내가 빌린건 가는길에 버스에서 다 보고는..콘도에서는 2박 3일간 이매진만 서너번 본것같다.

이매진은 여자들이 보면, 시종일관 끄덕대면서 몇번이고 다시 읽을수 있는 그런 만화다.

특히나 요즘들어 학원물에 치여서 감정이입 못하던 어른 여자들이 읽을수 있는 몇 안되는 만화일꺼다.

 

 

 

이매진의 주인공은 두여자다. 엄마와 딸이라는 두여자.

엄마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고, 40이 넘은 나이에도 팽팽한 매력적인 여자로, 저돌적이고 에고이스트며, 딸에게도 자신의 섹스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개방적인 여자고 연애박사다. 반면 딸인 유우는 자아를 찾고 있는 20세의 나이고, 어려서 부터 엄마의 엄마역할을 하느라 가사일과 감정노동에 능하다.

 

이 만화는 이렇게 대조적인 '여자'둘이 동거를 하면서 생기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를 가족으로서 보다는 선배여성과 후배여성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유우와 엄마는 비슷한 시기에 각각 남자와 연애를 하는데,

유우가 흔히들 겪는 연애?어려움을 표현하는 캐릭터라면 , 엄마는 자신의 연애를 딸에게 독자에게 하나의 모범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겪는 어려움인 남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던지, 원치 않았던 임신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엄마 캐릭터가 풀어내 주는거다.

 

 

아래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중에 하나인데, 이 특별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리고 여자친구들간의 관계를 잘 표현한 장면이다.

 

긴머리의 여자가 엄마..

검은머리의 남자가 애인.

 


여자는 친구하고 죽을 정도로 얘기해.

몸에 대해 남자에 대해 섹스에 대해....

 

현실의 우리엄마랑은 섹스에 대해, 남자에 대해는 커녕 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기때문에 조금 부러웠지만, 정말 연애를 할 계획이있는 , 혹은 하고 있는 , 혹은 그냥 심심한 여성분들께는 꼭 필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남자들도..^^

 

 

(소개하다만 느낌이지만. 글이 생각보다 길어지니...귀찮아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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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5 01:14 2004/09/05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