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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하이컨셉의 시대가 온다

  • 등록일
    2008/12/29 22:58
  • 수정일
    2008/12/29 22:58

1.

“당신은 무슨 일을 하나요?” 누군가 물었을 때, 『하이컨셉의 시대가 온다』 저자 스콧 매케인은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을 묘사한다: “내가 뭘 하냐고요? 말씀드리죠… 나는 주절, 주절, 주절…” 나도 이런 식으로 답변하는 부류에 속한다면, 하이컨셉의 시대에 잘 나가기는 틀렸다.

금융 컨설턴트 한 명이 저자에게 자신이 만든 하이컨셉을 이야기했다: “당신의 금융 미래를 책임지겠습니다.” 이에 저자는 그 컨설턴트의 공군 파일럿 경력에 주목해 새로운 하이컨셉을 제안했다: “당신의 투자에 날개를 달아드립니다.”

그껴지는가? 잘 만든 하이컨셉은 사람이 하는 일을 달라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이는 비즈니스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이키의 ‘저스트 두 잇(Just Do It)’,
페덱스의 ‘확실하게, 단연코, 하룻밤에’,
어느 조그만 남성의류 상점의 ‘1919년부터! 시대에 맞는 패션, 시간을 초월한 서비스’.

그렇다면 우리의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만약 머뭇, 머뭇… 거리거나, 주절, 주절, 주절… 댄다면, 이미 그것은 하이컨셉이 없다는 반증이고, 막말로 잘 나가기는 틀렸다는 뜻이다.

2.

올해 내가 읽은 마케팅 서적 중 기억에 남는 책 몇 권을 떠올려 본다: 『보랏빛 소가 온다 2』(새스 고딘),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새스 고딘), 『컨셉의 연금술사』(탁정언), 『유쾌한 이노베이션』(톰 캘리), 『러브마크: 브랜드의 미래』(캐빈 로버츠)

내 생각에 스콧 매케인의 『하이컨셉의 시대가 온다』는 위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종합판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 책이 주장하는 핵심은 ‘고객과의 감성적 유대감’이다. 여기서 ‘경제적’도 아니고 ‘합리적’도 아니고 ‘감성적’이라고 말한 데 주목하라! 스콧 매케인은 고객과 감성적 유대감을 형성해야만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야만 기업이 잘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객과 감성적 유대감은 브랜드의 미래로서 러브마크를 주장했던 캐빈 로버츠도 익히 강조했던 바이다. 하지만 스콧 매케인은 캐빈 로버츠보다 친절하게도 고객과의 감성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노하우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첫째,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하이컨셉을 개발하라.
둘째, 하이컨셉에 기반한 강력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라.
셋째, 당신의 하이컨셉과 스토리를 고객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결정적 경험을 만들어라.

3.

‘자주적 생활문화 공동체’
‘언제라도 누구라도, 내손으로 才美있게, 즐거운 생활 木工 일놀이터’
‘내 손으로 만드는 재미, DIY 보물시장24’

현재 반쪽이마을의 컨셉이다.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하이컨셉으로 손색이 없을까?
하이컨셉에 기반한 강력한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을까?
고객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경험을 만들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컨셉에 정말 자신 있는가?
쉽게 말해, 정말 언제라도 누구라도 내손으로 재미있게 즐거울 수 있는 반쪽이마을인가?

4.

지난 8월부터 나는 DIY#의 기술 상담을 담당한다. 따라서 기술 상담에 한해서 고객에게 나는 DIY# 자체다. 지난 5개월 동안 DIY# 기술 상담을 하면서 나는 고객에게 결정적 경험을 만든 적이 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반면 유쾌하지 않게 답변했던 기억은 몇 건 생각난다. 그 중 대표적으로 혹시나 하면서 15cm 크기의 글씨를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물었던 고객. 물론 당시 그 고객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는 나름의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고객의 결정적 경험이 중요하다고 한 스콧 매케인의 글을 읽고 나서는 아쉬움이 많아진다.

그 고객은 아마도 글자를 만들 수 있는지 몇 군데 문의한 끝에 DIY#에 말 그대로 ‘혹시나’ 하고 물었을 것이다. 만약 그때 우리가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글자 제작을 해 주었다면 아마 그 고객은 DIY#에 감동을 하면서 결정적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비록 들어간 노력에 비해 돈은 많이 남지 않았을지라도,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고객의 마을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오해하지 말기를! 내가 말하려는 것은, 글자 제작 요청을 거부한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고객에게 만들어 주었던 결정적 경험이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고객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결정적 경험이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다.

5.

스콧 매케인은 ‘하이컨셉’, ‘스토리’, ‘결정적 고객 경험’과 더불어 ‘결정적 직원 경험’을 중시한다. 그러면서 모든 기업들이 예외없이 ‘직원 채용 전략’은 가지고 있지만, ‘직원 보유 전략’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렇다 우리의 직원 보유 전략은 무엇인가?

현재 회사의 재정적 여력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직원들의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직원들이 이를 감내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고마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격적인 급여 체계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해운대공방에서 발생한 이윤은 공방 운영에 관계한 직원들과 회사가 무조건 반반으로 나누어 갖는 것이다. DIY#에서 발생한 이윤은 #운영에 관계한 직원들과 회사가 무조건 반반으로 나누어 갖는 것이다.

처음에는 회사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회사에 필요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돈이 일정 부분 직원들의 급여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성과와 급여를 연동시키고 그 약속을 회사가 지킨다면, 직원들에게는 보다 강력한 이윤 창출의 동기가 부여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직원들의 동기 부여가 확실하면 할수록 회사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이윤의 반은 회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6.

‘DIY는 애정입니다’
‘당신의 상상이 실현될 때까지 DIY#이 함께 합니다.’

내가 문득 생각한 우리의 하이컨셉이다. ‘에이, 별로네!’라고 이야기하는 대신, 나의 하이컨셉은 이거라도 이야기하자. 별로인지는 나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별로인 걸 두려워해서 하이컨셉 후보조차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 현실이 아닐까?

다들 별로라도 이야기해도 다가올 한해를 위한 나만의 하이컨셉을 나는 정했다: “2009(이천求) 아이디어는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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