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디아마트〉는 어떠한 조직인가

인류는 부단히 생산 활동을 전개해 나가면서 자연과 사회 법칙을 자기 손 아래 쥐고 그것을 자기 의도에 맞게 통제하기 위한 다양한 학문적 방법을 창조해 왔습니다. 생산력 발전, 더 구체적으로는 노동 도구의 발달은 그 방법을 이론적으로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고, 그렇게 하여 그것은 탐구 대상으로부터 더 많은 논리적인 범주 체계를 얻을 수 있는, 고도화된 정신적 구조물이 되어 갔습니다.

 


생산양식의 발전과 과학적 방법의 진보는 상호 추동의 관계입니다.


 

한 사회에서 생산력 증대가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면 기존 생산관계, 즉 부의 생산·교환·분배·소비 과정에서 전개되는 모든 사회적 관계는 그것을 반영하여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를 산출합니다. 그렇게 하여 인류는 발전하는 생산력 속에서 생산관계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 이질적인 현상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이 현상은 곧 새롭게 탐구되어야 할 대상으로 되며, 이 탐구 대상들은 형성된 사회적 욕구의 충족과 결부된, 사회에 산재한 모순으로서,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로 취급됩니다. 그러나 생산관계 내에서 전보다 심화한 양상들로부터 발생한 사회모순으로서의 대상이 지니는 복잡성은 이전의 그것보다 훨씬 더 고도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하여, 이전의 양상에서 통용되었던 방법론을 고수할 때 우리는 그 사회모순의 복잡성에 상응하는 해결 방식을 찾아내는 데서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예컨대, 그것은 양자 요동을 고전 역학으로, 흑채 문제를 고전 광학으로, 생산의 사회적 성격이 고도화된 오늘날의 사회 문제를 오로지 수학적 추상으로 ‘해명’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과학적 방법이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다시 말해 그것이, 부단히 갱신하는 대상을 그 각각의 연관 구조에 맞게,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도구라면, 결국 특수한 정신적 구조물인 학적 방법이 그 과학성을 담지함은, 발전하는 사회 양상에 맞춰 그 방법론 체계가 진보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에서의 이와 같은 진보는 생산력 증대 및 그것의 일정한 도달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있다고 하여 자동으로 달성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연과 사회 각각의 구체적 연관 체계와 그 법칙을 사유로써 점취하고 이를 방법론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한, 인간의 실천적 노력이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연과 사회발전의 일반 법칙을 파악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곧 그 변화를 추동하였던 보편적인 계기에 상응하는 것과 그 변화의 결과를 반영하는 실천 영역이 객관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영역은 기존 생산관계에서 가시화되는 모순을 개념화하고 학적 해명 체계로 포섭해 나가면서 확장됩니다. 이 영역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존에 자기 재생산을 이루고 있는 낡은 생산관계의 구조적 연관을 급속히 해체하는 주·객관적 조건들이 형성되며, 이는 자연과 사회에 관한 더욱 진보한 방법을 사회에 전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로서의 사회적 생산관계가 구성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생산관계 역시 증대하는 생산력과 상호작용하여 이전보다 더 복잡한 체계를 갖춘 모순을 산출합니다. 인류의 지적 진보는 이전보다 더 진보적인 사회와 항상 통일을 이루고 있습니다. 진보한 사회 체계는 그 사회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욕구의 충족과 결부되는 다종다양한 복잡성을 진보적 방법론으로써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회형태를 뜻합니다.

 


지식 체계의 발전 수준은 그것을 주로 활용하는 계급적 당파의 성격이 규정합니다.


 

사회형태의 진보는 불가피하게 그 생산 활동에서 전제되는 여러 인간적 교류 형태와 소유관계를 포괄하는 생산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수반합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류가 그간 발전시켜 온 방법론의 실질적 작동이 그 사회의 생산 활동 및 역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와 분리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소유관계는 그것과 연관된 개인 사이의 관계인 계급적 이해관계와 결부되어 있으므로 소유관계를 변화시키는 활동은 모두 서로 구분되는 계급 사이의 투쟁을 동반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지적 체계 및 사회의 근본 변혁에 관한 입장 역시 역사적 소유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계급 중 어느 계급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낡은 생산관계를 유지함으로써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급은 그 생산관계의 제한성에 규정되는 지적 체계를 옹호·고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낡은 생산관계가 유지하는 한 자기 이해를 관철할 수 없는 계급은 그 생산관계의 제한성에 얽매여 있는 지적 체계를 타파하고, 새롭고 더 포괄적인 지적 체계를 수립하고자 합니다.

 

전 자연과 사회 법칙을 포괄할 수 있는 지적·탐구 체계의 보편화에 대응되는 새로운 사회적 생산관계가 특정 집단이 생산수단을 독점적·배타적으로 소유하는 체제이자 생산이 무정부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제 구조일 수 없습니다. 한 사회에서 보편화된 더 높은 수준의 지적 체계가 이전의 그것보다 대상을 더욱 전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만큼, 그것을 받치는 생산적 토대의 내용들, 예컨대 생산 과정과 생산 계획의 규모, 경제적 분배 체계, 생산 입지, 생산 기술 활용의 범위 등도 역시 분산적이 아니라 전체적이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소유하는 체제 및 전 생산을 일원적-계획적으로 통제하는 경제 구조만이 전 자연과 사회 법칙을 포괄할 수 있는 지적 체계가 실제 작동할 수 있으며, 또 보편화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토양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생산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아래에서 노동력이 상품화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 아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적 생산 체계는 빈곤·실업·전쟁 등 갖가지 사회모순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의 원인에 관한 구체적 규명과 해결은, 현 생산 체계가 제한하고 있는 지적 체계로는, 즉 현 사회에서 생산수단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자본가계급 당파의, 또는 그들이 옹호하고자 하는 사유 구조와 방법론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이는 오로지 현재의 역사적-사회적 생산 구조에서 피지배의 지위를 점한, 즉 소유하고 있는 생산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집단노동계급 당파가 발전시킨 지적 체계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노동계급의 실천만이 현시대의 문제를 진단하고 극복할 방법을 벼려낼 수 있습니다.

 


변증법적 유물론은 노동계급의 실천을 매개로 자기-발전하는 정신적 구조물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개별적 인식 체계 및 방법론을 통합·재구성하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갖가지 방법론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연관 고리를 탐구 대상으로 다룰 수 있는, 자기 발전하는 보편적-지적 체계가 요구됩니다.

 

우리 조직의 명칭인 ‘디아마트(DIAMAT)’는 진보적인 과학적 방법론의 세계관적 기초인 변증법적 유물론의 약자(略字)입니다. 마르크스·엥겔스·레닌에 의해 정립된 변증법적 유물론은 변증법과 철학적 유물론의 결합입니다.

 

탐구 체계로서의 변증법과 유물론이란 각각 사물을 상호 연관과 변화·발전의 견지에서 그것을 전면적으로 인식하는 방법과 모든 대상을 물질적 운동 과정과 매개된 것으로서 파악함을 뜻합니다. 특히 유물론적 관점은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의지와 독립적으로 운동해 나가는 객관적 실재 영역의 존재를 승인하고, 일차적으로 우리의 인식 체계는 이 물질적 세계에 의해 정립된 것임을 인정하는 유일한 관점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변증법적 유물론은 세계를 물질적 통일성으로 간주하는 세계관이자, 자기 자체 역시 자연적·사회적 실재의 체계와 연관을 이루면서 변화·발전하는 대상으로 파악하며 이로써 자기 지양하는, 과학적 사유의 통일적 체계입니다.

 

이러한 체계로서 변증법적 유물론의 세부 분야에는 객관적 대상의 보편적 구조를 다루는 영역인 객관적 변증법, 과학적 방법론, 역사적 유물론, 변증법적 논리학, 그리고 인식론, 즉 주관적 변증법이 있습니다. 객관적 변증법의 영역은 다시 구체적으로 발생학·발전학·체계학·형태학으로 나눠지며, 과학적 방법 영역 역시 방법으로서의 실천·역사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의 방법·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의 방법·귀납적 추론과 연역적 추론·분석과 종합·수학적 추상 등으로 나눠집니다. 변증법적 유물론과 구분되는 별도의 의의를 지니면서도 그것과의 통일 속에서만 구체적으로 규정되는 지식 체계인 역사적 유물론과 인간학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유 체계로서 변증법적 유물론은 20세기 사회주의권에서 활발히 논의되었으며, 연구 목적으로 폭넓게 활용되었습니다.


〈디아마트〉는 이론 탐구와 실천 투쟁을 병행합니다.


 

연구단위 〈디아마트〉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방법론적 구조·성과와 역사적인 활용 추이를 연구하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사회운동과 대중에게 소개·보급하기 위해 성립되었습니다.

 

그러나 〈디아마트〉의 탐구 활동은 그 활동의 본질적 성격에 의해, 단지 탐구 체계의 논리-사고적인 측면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진보적 세계관의 내용만을 다루는 것에 국한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작업이 사회 진보에 관한 실천적인 모든 문제와 항상 일체화되어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서든, 모든 이론적 문제는 실천에서 현실상 모순을 경험한 뒤에 등장합니다. 방법론과 세계관을 다루는 모든 구체적 사유는 항상 그 이면에 실천적 동기를 지닙니다.

 

그리고 다시, 사회 진보를 위한 모든 실천은, 그러한 실천을 안으로 보증하는 이론이 없이는 올곧게 서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보다 진보적인 사회를 이루자면 먼저 그 사회가 어떠한 법칙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지, 즉 그 사회 발생의 필연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청사진이 없이, 다시 말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의 활동이 오로지 공상에 근거하고 있다면, 그것은 기존 사회를 옹호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과 똑같이, 기존 사회를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 역시 스스로 공상에 근거하여 세계에 관한 자기 해석에 당위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청사진이 없다면,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작용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으며, 이러한 상태에 놓여있음으로 하여 우리는 그저 공상을 과장된 구호로 포장, 그 구호를 단순 반복하는 것을 뛰어넘을 수 없게 됩니다. 청사진이 널리 보급되고, 계속 연구되며, 그것이 실천에서 활용될 때라야 비로소 전보다 진보적인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주체적 조건이 마련됩니다.

 

청사진은 또한 진보적인 사회를 성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적 개입의 방도까지 포괄합니다. 이와 연관된 활동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과정의 전반에 적대적인 모든 시도·양상에 대한 이론적-실천적 대응까지 포괄합니다.

 

그러므로 〈디아마트〉의 활동 목적은 진보적인 방법론과 세계관의 연구·보급 및 그에 상응하는 사회 진보를 위한 모든 정치적 실천을 벌려 나가는 것 간 통일에 있습니다.

 

〈디아마트〉는 사회적 진보를 향한 운동이 단순히 소망이나 이상, 혹은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 진보를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생산관계로부터 비롯된 세계상과 방법론을 지양해야 합니다. 사회 진보를 위해 활동하는 모든 이가 변증법적 유물론이 제시하는 인식의 틀을 체화하고, 그것을 기초로 모든 사회적 실천을 조직하고 검증할 때 우리는 낡은 사회 내부에서 자유로운 실천 영역을 점차적으로 확보하면서, 새로운 진보적 사회를 열어갈 주·객관적 조건을 창출해 나갈 있을 것입니다.

 

2024년 6월 30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