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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축소가 내게는 어떤 의미냐면...

 

스크린쿼터의 축소의 의미를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세 가지다.

 

1. 미국에 자존심 상하다 -  미국이 축소하라니까 축소하는 것임.

2. 한미 FTA가 진행된다 - 스크린쿼터 유지는 FTA의 걸림돌이었음.

3. 한국 영화자본에 위험부담을 주다 - 스크린에 대한 최소 독점 지배력이 반으로 줄어듬.

 

 

한국 인민으로 보아 스크린쿼터 자체가 반토막 나는 것은 아무런 손해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국내 영화자본의 최소 보장 독점 지배력이 줄기 때문에 국내외 배급사 간 경쟁으로 오히려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온다고 해서 좋다고만 할 것은 아닌 게, 몽창 상.업.영.화.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상업성을 추구하는 건 보장되어야 하지만 상업성만 추구하는 영화는 쓰레기에 가깝다. 뭐, 쓰레기도 나름의 재미를 주지만 그런 쓰레기가 극장의 주류라면 문제가 있다.

 

그리고, 스크린쿼터의 축소는 문화다양성 보호에 별 악영향이 없다. 한국 영화 생산의 유지.발전은 국제적으로 보면 문화다양성의 보호이다. 그래서 스크린쿼터가 문화다양성을 보호하는 장치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국내영화 쿼터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만 해서 문화다양성이 침해될 리는 없다.

 

국내 영화자본은 스크린쿼터 40% 유지가 자기 자본의 확대(결코 '유지'가 아니라)의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보인다. 이런 시각은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과 이의 일부 내용을 담은 법률안에서도 드러난다.  이 협약은 일반적으로 훌륭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영상물(영화)에 대한 조항은 친영화자본의 입장이다.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겠으나 그 조항 내용의 핵심은 여러 국가의 자본이 함께 영화를 만들면 그 영화에 참여한 자본의 국가에서 모두 자국 영화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소위 '한류'에 편승(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이데올로기)하여 타국의 자본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이 영화를 한국에서는 스크린쿼터 40%를 발판으로 안정적으로 팔아먹고, 타국에서도 무역장벽없이 팔아먹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 외국 자본와 적당히 짜옹을 하고.

 

 

그래서, 한미 FTA가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한국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로 미국의 양보를 받아냈어야 한다. 쪽팔리게 FTA 협상 테이블에 나가려고 스크린쿼터부터 축소하고... 쪽팔리지도 않나 보다.

 

두번째로는 누구의 말처럼럼 영화자본 독과점에 대한 철저한 규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제작-배급-상영 자본을 철저히 분리하고, 모종의 관계(이를 테면 CJ-CGV)도 못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에 대한 규제도 생각해 볼 거리이다. 한국인 이미 대부분의 영화관이 멀티플렉스인데, 이 상영관을 규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정 비율 이상의 스크린수 혹은 객석수에 같은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한다거나. 이 방안은 당에서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모든 영화관계자들(영화관련 시민단체 포함)이 개거품 물고 반대하는 것으로 보아 잘 다듬어서 정책화하면 당 뜬다.

 

네번째로는 소자본 영화(인디영화)에 대한 지원 체계가 있어야 한다. 제작비 지원이 증액될 필요도 있지만 공동-공공배급망을 구축하고 상영에서도 인디영화(혹은 예술영화/저예산영화) 쿼터를 위의 멀티플렉스 규제와 연동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다섯번째로는 영화제작 구조의 합리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단 영화제작 종사자들의 임금 구조 개선, 사회복지 제도로 편입 등이 기본일테다. 아마도, 독점규제와 새로운 쿼터로 규제를 시작하면 자본의 거대 영화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다 보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돈을 아껴쓰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이 점은 이미 자기들끼리의 갈등도 겪고 있으니까. 갤런티, 광고비, 프린트비 등등.

 

 

이러한 대안들을 당이 정리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제작년부터 인식은 하고 있었으나 이런 저런 상황(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정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익을 앞세운, 그리고 스타를 앞세운 영화자본에 쓴소리 한마디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한미 FTA만 아니라면 그냥 스크린쿼터 줄이는 대신, 한국 영화의 발전, 한국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해 이러저런 정책을 펼치라고 떠들면 좋을텐데...

 

영화자본 따위와 함께 열라 싸우고 있는 당과 진보진영은 지금 스크린쿼터 축소를 둘러싼 미묘한 배경이 무언지 진지하게 생각이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