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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1128][지난밤 꿈] 정말 '꿈'일 수밖에 없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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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11/30
    쫒겨나는 겨?
    말걸기

진보신당 분당

 

며칠 전에...

가끔씩 찾아가던 진보신당 당직자들을 만났는데,

그다지 좋지 못한 건물 한 켠에 방을 몇 개 만들어 놓고 사무실을 꾸미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도 꽤 많이 보였다.

지친 모습이지만 다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진보신당이 창당될 때와는 달리, 누군가에게 달려들어 악다구니를 쓸 것 같지는 않은,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런데 왜 이리 불쌍해 보이던지...

지갑에 있던 돈을 죄다 꺼내서 그 중 누군가의 손에 쥐어주고 왔다.

 

 

요즘 진보신당 난리구나.

소위 통합파와 독자파의 싸움을 보고 있자니,

진보에는

너무나 타락한 이들이 이끄는 순진무구 부대들과

용기도 창의력도 없는 이들만 가득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인물

 

 

 

지난 일요일엔 비가 꽤 내렸다.

돌바닥 위에 고인 물 속으로 나무들이 보였다.

물에 비친 나무들은 어떤 모습일까?

들여다 볼수록 흐려진다.

 

어려서 자주 꾼 악몽이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으례 골목마다 군데군데 물이 고이기 마련이다.

조심조심 걷지만 고인물을 피하긴 어렵다.

물을 밟는 순간 물속으로 온몸이 빠져 버린다.

엄마가 함께 걷고 있었지만 말걸기를 꺼내 주진 못한다.

빠져 나가지 못하고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몸에 작은 생명체들이 달라 붙는다.

이젠 몸도 꼼짝 못하겠다.

무섭다.

 

비오늘 날이면 엄마는 고인물을 밟지 못하게 하셨다.

큰일이 날 것처럼 말씀하셨다.

말 잘듣는 말걸기는 큰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꿈에서도 무척이나 애쎴나 보다.

 

 

찾아 헤매다.

 

파란꼬리랑 관광버스를 타고 이곳 저곳을 별  생각 없이 휩쓸려 다니고 있었다. 이번 행선지는 온천이었다. 아주 유명한 온천탕인 모양인데 버스가 서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저 위쪽으로 쭈욱 걸어가면 된단다. 여러 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한곳을 향해 파도 밀리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파란꼬리와 말걸기도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온천탕이라니 큰짐은 버스에 두고 목욕 후 건조해진 피부에 바를 크림 따위를 작은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버스에서 내려 저만치 걸어가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걸 느꼈다. 비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챙겨 둔 것 중 하나가 버스 앞에 떨어져 있었다. 말걸기는 나머지도 찾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승객 중 몇은 내리지 않고 앉아 있었는데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그 순간 버스가 출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내린 곳에는 주차를 할 수 없어 다른 자리로 버스를 옮긴단다. 말걸기는 창밖에 서 있는 파란꼬리한테 먼저 올라가면 쫓아가겠다고 했다.

 

의아하게도 버스는 온천탕 쪽으로 올라가 그 근처에 주차했다. 여기서 내려주면 될 걸 왜 그러나 몰라. 어쨌든 아래에서 내리지 않고 있던 몇몇 승객들이 내리면서, 유명하다는 그 온천탕에 갈 필요 없다며 더 좋은 온천탕이 있으니 말걸기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말걸기는 파란꼬리와 함께 가야 하니 먼저 가라고 했다.

 

말걸기는 버스에서 내려 유명한 온천탕으로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란꼬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 온천탕이 얼마나 효험이 있길래 탕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까. 방문객들이 엉키지 않게 질서유지를 위해 직원들까지 나와 줄을 세우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훑으며 파란꼬리를 찾아 헤메었다. 저 멀리 줄을 선 사람이 파란꼬리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파란꼬리한테 온천탕 앞에서 찾아 헤매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파란꼬리는 '당연하지!' 한다. 파란꼬리는 말걸기가 찾아 헤매는 동안 연애를 했단다. 어떤 근사한 남정내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척 분위기 좋았단다. 낭만적인 시간을... 그냥 사람들 따라 유명한 집보다 더 좋다는 온천탕에나 쫓아갈 걸...

 

 

도둑보다 얄미운 경찰

 

낭만의 섬, 제주에 놀러 갔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파트너, D200과 그 친구들 몇을 데리고 갔다.

너무 무거운 짐은 돌아다니기에 불편하니 몇 친구들은 집에 두었다.

 

광고마냥 '낭만'은 확실히 짧았다.

별로 구경도 못한 것 같은데 다시 '생활'로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

무슨 일인지 공항은 사람들로 미어 터져 어수선했고

말걸기도 덩달아 정신이 붕붕 떴다.

 

정신없이 한무더기의 빽빽한 무리 사이를 힘겹게 지나는 순간,

뒤로 돌려 매고 있던 사진가방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설마!

가방문은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D200과 그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꼬?

 

갑작스레 밀려오는 공허함에 한동안 몸이 얼어 있었다.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며 다시 쳐다보고 쳐다보고.

이번에는 비어 있는 걸 알면서도 손을 넣어 D200과 친구들을 찾았다.

여전히 가볍게 빈 가방바닥만을 훑을 뿐이었다.

 

허탈한 기운이 가슴을 답답하게 눌렀다.

뭘 어찌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야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자기길만 걷고 있었다.

도둑이 기다려줄 리도 없는데 도둑을 찾다가 포기했다.

 

심히 허탈해서 경찰에 신고할 맘도 생기지 않았다.

그 비싼 것들을 어찌 다시 장만할 수 있나?

이사비용으로 모아두고 있는 목돈으로 D200은 마련할 수 있겠지.

그래도 되나?

 

포기한 채 다시 서울로 돌아오려다,

문득 사진동호회에서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못 찾는다 하더라도 경찰에 신고하고 Nikon에 시리얼 넘버를 알리는 게 좋다는...

도둑이 바보라 자기 것처럼 사용하다가 AS라도 맡기면 모를까

확실히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란 공허를 약간 채우기도 한다.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하러 갔다.

도둑 맞은 물품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경찰이 물건을 찾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자의 태도에 약이 올랐다.

 

신고를 받은 담당자는 피해액을 산출하기 위해 직접 도단 물품마다의 값어치를 매겼다.

이건 얼마, 저건 얼마.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피해액을 꼭 알아야 한다면 말걸기한테 대충 물어보고 적어두면 될 것을.

 

그런데 지켜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대부분 어처구니 없게 싸구려 물건인양 취급했다.

딱 하나만 비싸게 매겼는데 그것도 어처구니 없었다.

오히려 너무 비싸게 값을 매겼기 때문이었다.

 

도둑 맞은 것도 황당한 마당에

경찰까지 뻘짓하고 앉았으니 슬 짜증이 밀려왔다.

값을 매기려면 제대로 매기라고 짜증 섞인 항의를 하였다.

항의에 대한 경찰의 반응이 압권이었다.

 

"에이~ 싸게 매긴다고 자존심 상하셨구나? 도둑 맞은 것보다 더 기분 나쁜가봐~"

 

허걱. 뭐 이런 경찰이 다 있는고.

 

이 얄미운 경찰의 실실 쪼개는 표정에 화가 났다.

그런데... 경찰이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말걸기의 품을 떠나 거대한 공허를 남긴 D200과 친구들을 그리도 싸구려로 취급하는 게 불쾌했다.

도둑에게 갔어도 그들의 체면은 구겨지지 않았으면 했다.

진심을 들키면 확실히 화가 난다.

 

어찌어찌 신고는 끝냈고 돌아왔다.

왜 이리 맘이 괴로운지 세상이 다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왜 그리 상실감이 컸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떠올릴수록 그 경찰은 정말 얄밉다.

오히려 도둑을 원망하는 맘은 별로 없고 경찰 얄미운 맘만 남았다.

왜 그러지?

 

 

늦은 시간에 찾아 온 손님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피곤했는지 그날은 일찍 잠들고 싶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방 잠을 잘 것이다.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파란꼬리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의정부라나 어디라나 보건소였다.

보건소?

말걸기가 어디 아픈가?

아닌데...

 

부탁할 일이 있단다.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었는지 어느새 집까지 찾아왔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보건소가 운영하던 종합병원이 그 근처에 있었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병원을 없앴단다.

그래서 긴급한 환자(아무래도 저소득층이겠지)가 있었는데 자기들이 살피지 못하고

저 멀리 부산까지 보냈단다.

지금 부산 모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데 무슨 사정인지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단다.

자기들 병원(결국 병동이 없다는 뜻이겠지)이 없어서 서울 저 구석에 있는 병원으로 말이다.

 

이런 일을 말걸기에게 부탁하는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말과 표정에서는 자기들은 다른 일에 치어 할 수 없는 처지를 이해해 달란다.

 

그들의 부탁이 더 황당한 건,

말걸기는 어떤 교통수단으로 내려가야 하고

그 환자는 어떻게 데리고 와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았다.

내려가는 비행기표는 있느냐? 올라올 때는 엠뷸런스 타고 오냐?

이런 질문에, 자기들은 돈 없고 하찮은 신세라는 얘기만 하더라.

예산 지원 안된다는 뜻?

 

그날따라 피곤했기 때문에 저 멀리 남쪽 동네까지 갔다오면 괴로울 듯했다.

더구나 꽤 아픈 환자를 데리고 와야 하는데 그 사람에게도 좋지 못할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걸기의 머릿속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비행기도 없다면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누구차를 빌려타고 갈까?

올라올 때 환자를 그 차에 싣고 올 수 없다면 엠뷸런스는 구해야겠지?

지금의 몇 시니까 언제쯤이면 일을 끝낼 수 있을 것이고... 등등.

 

 

 

말걸기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단호히 거절하면 안될까?

일을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사정은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그 일은 어떻게 풀어가면 되겠군'하는 나름의 '기획'을 하고 있으니

일 부탁하는 상대가 포기하겠냐구.

 

알바도 그렇고 뭐도 그렇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벌여가지구...

언놈들이 또 나타나서는 엮으려고 난리다.

그러니 꿈에서까지 이상한 부탁에 시달린다.

 

 

독특한 요리

 

그냥 그렇게 알게 된 아저씨 하나가 있는데 참 독특한 양반이다. 40대에 혼자 사는 아저씨인데 잘은 모르지만 별거하고 있거나 이혼을 한 듯하다. 이게 독특한 건 아니고 어쨌든 혼자 살면서 먹는 걸 즐기는데 직접 만들어 먹는다. 직접 만드는 요리가 독특하다. 그리고 요리를 먹을 때 주변 분위기도 아주 독특하게 꾸며 놓는다. 벌써 '독특'을 여섯번이나 반복했다.

 

어느날 몇몇을 초대해 식사를 차려주었는데, 이 아저씨 못 말리는 게, 그래드 피아노를 상으로 삼고 맛나는 음식을 내다 주었다. 조명도 약간 어둡게 하고 포도주도 한 잔 따라주고. 식사 말미에 커다란 빵을 하나를 맛보게 했다. 사실은 이걸 빵이라 해야 할지 떡이라 해야할지, 촉촉한 감촉에 다진 야채와 고기도 섞여 있었다. 퓨전이라 해야겠지.

 

식사가 끝나니 아저씨는 '놀이'를 하자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제안이라기보다는 가끔 친구들을 초대하면 하는 '놀이'란다. 한 가지 아직 말을 하지 않은 게 있는데 이 아저씨 상당히 부자다. 외모나 행동에서는 부자의 느낌이 없다. 집도 화려하지 않고, 흔한 주택가의 집이다. 물론 거실에 그랜드 피아노 들어갈 정도의 공간과 뭐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큰 부엌이 있긴 하다.

 

부자에는 돈이나 값비싼 보석이 그냥 '물건'에 불과한가 보다. 커다란 별 모양, 아니 톱니 모양의 빵을 굽는데, 뽀족 튀어나온 부분 하나하나에 돈을 접어서 넣고 단 하나에만 보석반지를 넣고 굽는단다. 여럿이 이 빵을 나누어 먹다보면 누군가는 보석반지를 꺼내게 된다. 정말 그 반지가 들어있는 조각을 집어낸다고 해서 그 사람의 것이 될까는 싶지만 행운을 잡은 기분을 들 것 같았다. 이런 행운은 잡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한장짜리 지폐가 위로를 하고. 부자들은 이렇게 노나?

 

아저씨는 이벤트를 위해 빵을 빚어 오븐에 넣었다. 이건 좀 시간이 걸리니 이보다는 짧은 시간에 맛볼 수 있는 요리를 해 주겠단다. 식사도 했고 조금 있으면 보석반지 빵도 먹을텐데 뭔 요리를 또... 흔히 집에서 사용하는 가스렌지보다 넓적한 불 위에 네모난 불판을 하나 얹었다. 그 위에 딱 네모난 용기를 올려다 놓았다. 안에는 뭔가 가득 채워 놓았는데 자그마한 재료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냉동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약한 불에 몇 분을 데우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스불의 열기가 가장 늦게 도달할 것 같은 재료 하나를 집어서 맛을 보았다. 1/3을 깨물어 먹었는데 아직 내동기가 가시지 않은 부분을 깨물어 먹은 것이었다. 겉은 쫄깃한 반죽이었고 안은 치즈 같은 것이었는데 길쭉한 찰떡아이스 같은 것이었다. 이게 내동이 풀리고 따뜻해지면 맛있을 것 같았다.

 

말걸기가 아직 덜 녹인 것들이 있다니까 용기에 있는 재료를 다시 꺼내서 바깥쪽 것을 안쪽으로, 안쪽 것을 바깥쪽으로 자리를 바꾸었다. 이 때 이 용기 안에 있던 이런 저런 재료들을 보게되었는데 좀 전에 먹었던 퓨전 떡과 소시지가 많았다. 독특하게도 과일이 있었는데 '알이 작은 거봉'이었다. 대여섯 송이씩 끈어서 넣어두었는데 알은 포도만 했는데 모양은 딱 거봉이었다. 배나 사과는 익힌 걸 먹어보았지만 거봉을 익힌 것은 무슨 맛일까.

 

 

안타깝게도 말걸기는 보석반지빵 이벤트에 참여하지도 못했고 익힌 거봉 맛도 알 수 없었다. 이 포스트의 카테고리는 '꿈 이야기'이다. 꿈은 자주 그러하듯이 결말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어쨌거나 지난 밤 꿈에서는 내내 먹는 꿈이었다. 꿈에 등장한 개도 열심히 먹더라.

 

 

생활의 변화, 그리고 화장실

 

내가 요즘 돈벌이도 없고 집에서 살림하는 시간도 많아지니 생기는 작은 변화가 있다. 이를테면 감자 사러 시장 가서 감자만 사온다거나 한다. 사실 이건 큰 변화다. 얼만 전만 하더라도 온통 먹을 것 투성이인 시장에 갔다면 몇 가지는 더 사왔야 한다. 감자만 달랑 사들고서는 '집에 가면 밥있어!'를 맘 속으로 수십 번 외친다는 건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경험이었다.

 

그저께 밤 늦게 집에 들어와 출출해서 며칠 전에 마나님이 사다 둔 도너츠를 먹었다. 한 입 깨물기 전까지는 이게 슈크림 도너츠인 줄 몰랐다. 순간 냉장고에 둘 것 그랬나 하는 약간의 후회가 들긴 했다. 살짝 시큼한 맛이 돌았는데, 유통기한을 보니 하루가 더 남아서 그냥 열심히 세 개 다 먹어치웠다. 먹고 나니 속이 요만큼 화끈거렸다.

 

약간이라도 의심가는 음식은 죄다 버려댔었다. 조금이라도 찝찝한 음식은 손도 안댔었다. 다 마나님이 해치웠다. 그런데 이젠 내가 음식 남겨놓기 싫어서, 아까와서 그 시큼한 슈크림 도너츠를 다 먹어버린 것이다.

 

 

도너츠 세 개 해치우고 이것저것 하다가 새벽에야 잠을 잤다.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화장실이 급해졌다. 어딘지는 잘 모르겠는데 공중 화장실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엄마가 꿈 속에서 저쪽 화장실을 쓰란다. 눈에 보이는 더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가지 말고 베개 두 개를 들고 따라 오란다. 왠 베개? 지저분한 화장실에 가는데, 깨끗할 리 없는 공중 화장실에 베개를, 그것도 불편하게 두 개씩이나 들고 갈 이유가 도대체 뭔가? 이쪽 화장실보다 멀기도 하고 베개 들고 갔다가 똥이라도 묻으면 빨래하기도 귀찮아질테니 가까운 화장실로 갔다.

 

가까운 화장실도 참 요상했는데, 내가 들어간 출입문 반대쪽으로도 문이 나 있는 게 사람들이 길을 가로지르는 곳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독특한 건 이 화장실은 밭이기도 했다. 고랑에다가 일보나 보다. 사람들이 가로질러 가기도 하니 눈치를 살치다가 인기척이 없어서 한쪽 켠에 쭈그리고 앉으려 했는데 왼쪽 발이 바닥에 깊이 뭍혀버렸다. 똥탕은 아닌 듯 했으나 왠지 좀 그래서 깊숙히 박힌 발을 힘겹게 빼고 다시 자리를 잡으려 했다. 근데 영 폼이 안나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불편해서는 일을 못볼 듯했다.

 

고랑에서 싸기를 포기하니 한쪽 편에 두 개의 문이 달려 있었다. 저기로 가면 되겠구나.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문 중 오른쪽 문으로 들어갔다. 이것 참. 문을 열어보니 수세식 변기 사이에 칸막이가 없었다. 여기서 일 보다 왼쪽 문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그것도 낭패다. 뭐 이래. 그래도 싸야겠다. 그런데 변기에 대변이 있는 것이다. 물을 제대로 내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것부터 내려야지 하고 물을 내렸는데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고 퍽퍽 튀면서 내 다리에 똥물이 튀었다. 아, 뭐야. 이곳도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아나섰다. 그때 잠이 깼다.

 

 

아침이었다. 요즘의 내 일상으로 보면 꼭뚜 새벽이었다. 새벽녘에 잠을 잤으니 이 시간에 깰 리가 없었다. 어, 이렇게 일찍? 배가 살살 아팠다. 진짜 반가운 화장실로 갔다. 주루룩주루룩. 도너츠가 화근이 될 줄이야. 먹던대로 먹고 하던대로 하고 살아야 하나?

 

 

[021128][지난밤 꿈] 정말 '꿈'일 수밖에 없는 꿈

 

2002년 대선 때 꾼 꿈이다.

내 싸이에서 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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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꿈 속에서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 지금 내가 하는 일.

선본 사무실에서 정책관련해서 무슨 일인가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TV 토론을 준비하고 있었던 같다.

이회창, 노무현 후보와의 차별점을 찾고 각각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 논리 등을 작성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사람들이 뉴스가 나오는 TV 앞으로 우르르 몰리는 것이 아닌가...

TV에서 왈... 이회창과 노무현 후보가 걸리적 거리는 민주노동당에 함께 대응하기 위하여 "후보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꿈"이다 싶었다..

근데,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우이씨, 이제까지 하던 거 다 헛수고잖아..."

^_^

 

쫒겨나는 겨?

 

어젯밤 꿈이라기보다는, 잠에서 깨기 전에 꾼 꿈이라 아침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워낙 늦게 출근하는 터라 꿈 속에서도 늦게 출근을 했는데,

4정조 연구원 몇이 내가 하는 일 대신하느라 힘들단다.

내가 일을 관두겠다고 해서 자기들끼리 일을 나누어서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하고 있단다.

 

난 상당히 당황을 했다.

사직서도 안 냈는데 벌써들 이럴까.

 

4정조 연구원들이 투덜거리는 이유는 나더러 일 그만두지 말고 하던 일 좀 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난감했는데,

내년 1월 지도부 선거를 마치고 사직하려고 작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그들이 빼앗아 버린(?) 나의 일을 도로 하기 시작하면 두달 후에 관두기도 민망하지 않은가.

 

두달 후 그만둘 거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두어도 상관없다고 생각치 모르겠으나,

천만의 말씀.

230만원이 날아가 버린단 말이지. 두 달치 월급.

게다가 2006년도 4정조 사업계획은 제대로 만들어놓고 관둬야겠다고 맘먹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마직말 일이니가.

 

이런 생각이 떠오른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의 계획-230만원과 2006년도 4정조 사업계획-을 뭉개버린 놈, 즉 내가 당장 관둘 것처럼 만들어논 놈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꼭 색출해서, 230만원은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문을 내서 내 돈 230만원 날린 놈에게 현상금을 30만원 걸었다.

 

그리고 나서, 뭔가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