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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결과평

 

심상정, 노회찬 다 떨어졌다. 심상정은 교육특구 사기공약과 문소리, 이범을 앞세워서 선전했다. 노회찬은 '쌈박한 상품' 없이 부자와의 대결 구호로 끝까지 가다가 꺾였다. 이 둘은 투표율 저조로 낙선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쩌기 쉽지는 않지만 투표율 저조도 한편으로는 정치활동의 결과이긴 하다. 그래도 노원은 서울에서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긴 했다.

 

권영길과 강기갑이 당선되었다. 권영길은 약한 상대를 만나서 당선된 건지 아니면 다른 게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유권자들이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의 주요 책임자 중 하나인 권영길을 심판할 리가 없다. 강기갑은 이명박이 살렸다. 하지만 강기갑이 친박연대의 지지로 유권자들의 지지까지 얻을 수 있었던 건 4년의 의정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덕이 크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2004년 총선과는 다른 양상이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특별한 몇 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비슷한 득표율을 얻었다. 2008년 총선에서는 지역적 특색을 바탕으로 '활동한 만큼' 얻었다. 이건 진보정당의 후보들도 이제는 확실히 '정치인'으로 등록된 것이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지역구 대결에서는 대부분 진보신당이 이겼다. 진보신당의 수도권 스타 둘이 당선되었다면 민주노동당의 경남 스타 둘의 당선보다 파괴력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남는 건 결과이니 진보신당이 지역구에서는 민주노동당에게 패배했다.

 

진보신당은 정당득표에서 2.94%로 민주노동당의 절반 정도를 얻었다. 속 뒤집어질 득표율이다. 진보신당은 서울에서만 민주노동당보다 많은 정당득표를 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정당득표의 격차는 크다. 결과는 진보신당 0석, 민주노동당은 3석이다. 정당비례선거에서도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에 패했다.

 

진보정당은 서울과 경기 일부에서만 민주노동당보다 '강세'이다. 아주 약간.

 

 

2004년에는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었지만 2008년에는 5석이다. 여기서 분화한 진보신당은 0석이다. '진보의 퇴조'는 명백한 결과이다.

 

 

민주노동당은 강기갑이라는 진정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지만 앞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장하지 못한다고 해서 망해 가지도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이익단체인 민주노총과 전농 등의 국회 대변자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자기들만의 이해관계로 뭉친 전국 조직인 민주노총과 전농 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퇴조는 있을 수 없다. NL과 국민파가 결별한다면 모를까.

 

어쨌든 17대 국회 시절 민주노동당 내에서 있었던, 전체 인민의 이해와 이익단체들의 이해 사이에서 벌어진 긴장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보수연대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당과 창조한국당과의 공조에 힘을 쏟을 것이다.

 

 

진보신당은 5석으로 텃세부리는 민주노동당에게서 끝없는 탄압을 받을 것이다. 중앙정치에서 각 정당과 언론에게서 무시당하는 게 다반사인 데다가, 지역과 노동현장에서 민주노동당의 직접적 방해 공작, 음해에 시달릴 것이다. 이건 '반역자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이다.

 

소위 시민사회 진영도 민주노동당을 활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진보신당과의 관계 트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 보수의 귀환' 시대에 '통큰 단결'은 무엇보다 중시될 것이다.

 

 

진보신당은 '얼어죽는 것'이 무엇인지 점차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얼어죽지 않는 방법까지 깨우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외쳤지만 내세운 건 없다. 사실,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겠다는 약속으로 이번 총선을 치를 수 없었던 사정이 있다. 2개월만에 창당과 총선을 모두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의 미래는 어둡다.

 

심상정과 노회찬만이 부각된 선거였고 그들의 주장, 그들의 선거 전술 중에는 '새로운 진보의 가치'이어야 할 것들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추구해야 할 정치철학과 현실정치의 긴장을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심상정과 노회찬이라는 스타 중심의 권력 구조가 한층 더 발전의 장애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