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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이 남긴 것

 

말걸기['구걸'의 기록. 업데이트.]에 관련된 글.

 

퇴직금 지급의 법정 시한을 1달 반 넘겨(3월 20일) 퇴직금을 처음으로 요구했다. 이런 방식의 요구는 '공식적'이지 못한가 보다. 7명을 꼬셔서 8명 명의로 법정 시한 2달을 넘겨(4월 13일) '공식적'으로 퇴직금 지금을 요구했다. 8명 중에는 3개월이 된 이도 있었다. '공식적'인 요구 2주만에 약속을 받아냈지만 한 번은 이행되었고 한 번은 이행되지 않았다. 두번째 지급 약속은 9일 후에 마무리가 되었을 뿐이다.

 

 

1.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의 권리를 가벼이 여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민주노동당에서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활동가'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노동과 자본의 갈등의 산물인 노동법에 따르면 당에서 일하는 상근자는 노동자임에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기준을 들이댄다. 상근자의 노동자성은 도적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위험한 주장'이다.

 

이 위험한 주장은 창당 초기부터 있었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언제나 소수였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중앙당 상근자의 노동자성은 단지 '활동가'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시도당(지부)과 지역위(지구당)의 상근자와의 형평성을 근거로 심히 제약되어 왔고, 과거의 제약은 현재 당권파인 NL-국민파 동맹이 아니라 현재의 해방연대와 전진에 의한 것이었다.

 

'활동가'의 '노동자성'을 딜레마로 만들어버린 건 운동권 전체이다.

 

 

2.

 

가장 짜증나는 싸움은 운동권 상대로 하는 싸움이라는 걸 확인했다. 운동권은 '싸움'을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온갖 치사한 싸움의 방법도 잘 안다. 상대를 괴롭히는 방법을 잘 안다.

 

퇴직금을 요구한 8인으로 말하자면 대체로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이며 당초기부터 기가막히게 헌신했던 사람들이다. 각자의 인생에서 수년 간은 오직 민주노동당만을 위해서 살았던(일만 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다. 민주노동당이 쪽팔리는 건 이들에게도 쪽팔리는 일이다. 그래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싸움은 격렬할 수도 없고 시끄러울 수도 없었다. 조용히 기다리는 인내가 기본일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퇴직금을 요구할 때마다 들은 얘기는 '니들은 활동가 아니냐?' '당 간부 출신이 어찌 그런 걸 요구하느냐?' 따위였다. 소위 아픈 곳 팍팍 찌르는 공격법. 치사한 싸움이란 건 이런 것이다. 당연한 권리는 무시해 놓고선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면 마치 당을 해하려고 하는 자들로 만든다. 돈 달라고 하니까 '니들이 돈 가져가면 당 사업비 없어진다'는 소리를 줄창해댔다. 퇴직금 요구에 돈이 없어 걱정이라는 소리를 한 건 NL-국민파 동맹 뿐만이 아니다. 전진과 혁신네트워크에서도 그런 소리 해댔다.

 

막판에 진정으로 가려고 하자 말리는 전화를 한 것 전진 쪽 인사인 듯하다. M이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상대로 퇴직금 달라고 수개월을 쫓아다니는 게 얼마나 쪽팔린 일이던지. 당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나는 일이다.

 

 

3.

 

현재 민주노동당의 지도 체제는 아주 골때리는 상황인 게 밝혀졌다. 상식적이지 못하다. 한심할 정도가 아니라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4월에 퇴직금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4월 21일에 최고위원회는 '결정'을 내렸다. 퇴직금을 주거나 안주거나, 얼마를 주거나, 언제 주거나 등등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결정은 문성현 대표가 주도했다. 김기수, 심재옥, 홍승하 최고위원들도 지지를 했을 것이다. 법이 정한 바대로 주기 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돈이 걸려 있으니 퇴직자와 협의해서 지급 시점을 정하자는 결정도 함께 따랐다.

 

이 최고위 결정에 따라 사무총장은 말걸기 등과 4월 25일에 만나 협의를 했고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요약하자면 두번에 걸친 지급 약속이었다. 첫 약속일은 4월 27일 지급은 지켜졌지만 두번째 기한이었던 6월 14일은 지켜지지 않았다. 의아한 점은 총장의 지급 의사에도 불구하고 총무실장이 9일 동안 지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 체제라는 것이다.

 

총무실장은 6월 16일 말걸기와의 통화에서, 지급해 주겠다는 약속은 '총장의 생각'이라고 표현했다. '최고위의 결정에 따라 당헌 기관인 사무총장이 약속한 바'가 총무실장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더욱 우스운 것은 총무실장 자기의 편의, 독단에 대해 사무총장은 손을 대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걸기 등의 입장에서 보면 최고위 결정에 따라 사무총장이 한 약속이 어겨졌을 경우 대표와의 담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퇴직금 미지급 문제가 법적으로는 당대표의 책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한 절차에 따라 당대표에게 보낸 내용증명은 당대표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총무실장 선에서 꿀꺽했다. 대표 비서실장이 이 사실을 알고 총무실장에게 내용증명 존재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퇴직금 지급 요구를 담은 내용증명을 당이 수령한 후에도 당은 총무실장이 임의대로 처신을 했다. 즉, 전액 지급을 받아야 하는 5인 중 4인에게만 1/3을 지급했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진정을 준비하자 전날 밤에야 총무실장과 비서실장이 전화를 돌렸다. 퇴직자들에게 사정해 봐야 소용이 없자 총장에게만 연락을 해서 셋이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날 퇴직자들이 여전히 수용할 생각이 없자 퇴직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그들의 애초의 약속이 어떤 지위를 갖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들은 퇴직금 지급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을 이런 식으로 할 것이다. 최고위에서든 어디에서든 어떤 결정이 나든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실장들이 그들의 입장과 생각대로 처리할 것이다.

 

 

당대표가 처리할 일과 처리하지 않을 일이 있다. 그래도 상황이 예민해지고 심각해지면 당대표가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 말걸기가 내용증명을 보냈을 때 당대표에게 퇴직금을 지급해 달라고 조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지급이 안되었으니 조만간 진정을 내겠다는 뜻이었다. 즉, 최고위 결정에 따른 총장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음을 알고나 있으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내용증명을 보내면서도 누군가 중간에서 가로챌 수 있으니 김기수 최고에게 대표 만나서 이 사실을 알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몇 일 후에는 홍승하 최고에게도 대표에게 직접 얘기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홍승하 최고는 늦은 시간에 대표와 통화를 못하고 비서실장과 통화를 했는데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말만 한 모양이다. 어쩌면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그렇다면 김기수 최고는 당대표에게 사실 정보를 전달했을까? 또 김기수가 아닌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전진 회원이 진정을 만류하기만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당대표는 알아야 한다. 지가 NL-국민파 동맹에 갖혀 지내는 꼬라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문성현이 정치적 '적'이어도 당 꼬라지가 개판이면 이건 벗어나려고 해야 한다. 그런데 김기수 최고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홍승하 최고는 그냥 퇴직금 지급 문제로만 보는 것 같다.

 

 

가장 궁금한 건 문성현 대표다.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전부 알고 있었으면서 정식 경로로 보고되지 않아서 가만 있었나? 둘러싼 이들이 많아 기회는 없겠지만 한 번 만나게 되면 물어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