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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다섯 개의 죽음(1)

죽음 하나: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는 건가

 

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났다. 툭탁툭탁. 낮에 이 집에 혼자 있노라면 지붕에서 발자국 소리도 들리는 것같고 그래서 집에 귀신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곤 했었는데. 자꾸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밖에 나갔더니 고양이 진이가 뭔가를 열심히 쫓고 있었다. 

 

새였다. 내가 보는 동안 새는 쫓기다 신발장과 벽 사이 작은 틈으로 들어갔고 진은 흥분된 채로 그 새를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진의 눈빛이 활활 타는 듯했다. 나는 진이를 마당으로 내쫓은 후에 틈 안에 있는 새를 잡았는데 새는 아무 저항없이 내 손에 잡혔다. 어디 다친 건 아닌가 궁금해하며 마당에서 날렸더니 멀리 날아갔다. 새야, 멀리멀리 가서 잘 살아라.

 

하루가 지났다. 책을 읽고 있는데 미요의 야옹거리는 소리가 좀 이상했다. 무슨 일인가 나가봤더니 미요가 새를 물고 있었다. 미요의 머리를 '통!' 때렸더니 미요가 새를 뱉었다. 어제 그 새인 것같았다. 몸이 따뜻해서 혹시 새가 기절한 게 아닌가 싶어서 새야, 새야, 불러봤지만 새는 대답이 없었다. 피거품을 입에 물고 그렇게 죽어있었다. 미요한테 제발 이런 짓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미요는 가만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냥 두고 들어왔다. 저번에 미요가 물고 있던 쥐를 뺏어서 멀리 던졌더니 미요는 계속 나를 따라다니며 불만을 말했었는데 그 때 미요가 나와 평등한, 독립적인 생명체라는 걸 느꼈으니까. 미요한테 불만을 말할 수는 있어도 다시 같은 행동을 해서 미요를 화나게 하고 싶진 않았다.

 

고양이에게 죽는 것은 그 새의 운명이었을까.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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