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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메일확인하러 들어갔다가 4천원때문에 죽은 아이의 이야기를 보았다.

남매 중 누나는 할머니가 키웠고

동생은 보육원에 맡겨졌다.

할머니는 8세 정도 된 아이를 키우려고 데려왔다.

아이가 누나에게 4천원을 건넨 게 시작이었다.

아이는 주운 돈이라고 일관되게 말을 했지만

할머니는

지 애비 닮아서 거짓말 한다며 빗자루로 아이를 때렸다.

아이는 누나랑 같이 잠을 잤는데

다음날 누나가 눈을뜨지 않는 아이를 발견했다.

할머니는 빗자루로 4시간 동안 머리든 등이든 배든 가리지 않고 아이를 때렸다 한다.

댓글 중의 한마디, "할머니, 그냥 보육원에 두시지 그랬어요....."

4시간동안 맞았던 아이를 떠올리며 혼자 울었다.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동생을 보며 놀랬을 누나를 생각하며 또 울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때 기도를 한다.'

나는 성모님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상상하며 기도했다.

기도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기도했다.

기도든 천국이든 피안이든 

그것의 실체나 과학성에 대한 건 중요하지 않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 아이의 공포와 고통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동시대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그렇더라도 그 애한테 뭐든 하고 싶어서

나는 울면서 펑펑 울면서 기도를 했다. 

 

2005년 둘째 한별이를 낳고서

아동학대에 대한 영상물을 만들었었다.

촬영은 없었고 방송물을 편집하는 영상이었었는데

거기에는 온갖 참혹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가 죽어서 외삼촌집에 맡겨진 남매.

동생이 없어졌는데 알고보니 암매장 된거였다.

외삼촌네는 아이들을 맡는 조건으로 부모의 보험금을 다 가졌다.

이웃의 신고로 암매장된 아이를 발견했고

영양실조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가 정말 무서웠던 건 그애는 굶기면서 자기 아이들은 먹였던 그애의 외삼촌과 외숙모.

그리고....배고픈 아이의 울음을 들으면서도

단란하게 식사를 했을 외삼촌네의 아이들.

그런 상상은 영혼을 병들게 한다.

그 아이의 외삼촌내외도

그 아이의 사촌들도 나와 같은 인류라는 사실.

나는 그런 인류 중의 한 개체일 뿐인 것이다.

그 때,

편집을 하다 인기척이 느껴져서 흠짓 놀라 보면

옆에 한별이가 서있었다.

모성에 대해서 회의하던 때였다.

내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젖내나는 살에 얼굴을 부비면서 나는 많이 울었다.

사랑없이 죽어갔을 그 아이를 생각하며.

내가 너무 힘들어할 때 남편이 알려주었다.

"아무 것도 할 수없을 때 기도를 해"

 

아마 20대의 나였다면

그런 무기력한 행위로 얻을 수 있는 건 자기위안 말고는 없지 않아?

라고 물었겠지만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고

이미 세상에 대해서는 무기력한 태도로 사는 소시민이었고

마음이 너무 아파 밥을 넘기기 힘든, 이상한 영상제작자였던 거다.

그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니가 만약 내 옆집 아이였다면 나는 너를 안아주었을텐데,

라는 마음 때문에 미칠 것같은 무기력에 시달려서

나는 뭐라도 필요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밤마다 기도를 했다.

 

하느님 그애는 지금 잘 지내고 있죠?

제발 그렇게 해주셔야 해요. 

그애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애가 얼마나 슬펐을까요

지상에서 어떠한 위로도 받지못했고

저는 어떠한 위로도 바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기도를 합니다.

하느님 그 애의 영혼에 평화를 주세요.

제가 열심히 살께요.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그래서 며칠 전 4천원 때문에 맞아 죽은 그 애를 생각하면서

"지 애비 닮아서 거짓말 한다"고 판단해서

지 애비처럼 되지 말게 하려고 빗자루로 아이를 때리다가

결국은 아이를 죽여버린 불쌍한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나는 기도를 했다.

 

그렇죠 하느님.

내가 아무것도 할 수없을 때

기도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 위로가 어디로 향해있는가는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나는 기도를 했습니다.

평화를.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누나에게 평화를.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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