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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어 누워있는 곳

하루님의 [기억하기:다섯 개의 죽음 2-1] 에 관련된 글.

 

미요. 오늘은 사고 후 처음으로 교회에 갔다.

교우분들은 늘 뭔가를 풍성하게 싸주셔.

그걸 차에 실으면서 늘 청소해야지 하면서도  그대로 뒀던

뒤 트렁크 칸막이에 붙은 네 털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청소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이렇게 네가 남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2주간 입원했다 집에 돌아와서 며칠을 더 앓다가

동네 병원엘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네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

너는 3~4일에 한 번씩 집에 왔었지.

아니야 매일 봤을 때도 있었지만

나는 늘 바빴고 가끔 집에 머물 땐 너를 불러서 세수를 시키곤 했었어.

너는 세수도 안하는 고양이였다.

식당에 매어있던 너를 데려왔던 건 

네 가는 목에 파고든 노끈이 너무 아파보여서였어.

너를 그냥 두고 왔어야 했을까.

너는 엄마랑 너무 일찍 떨어져서인지 글루밍도 못했던 꼬질꼬질 고양이였어.

 

네가 보이지 않아서 식구들에게 물었어.

미요 본 적 있어요?

식구들은 글쎄, 요즘 안보이네.

나는 그때부터 매일 몇 번씩 네 이름을 불렀다.

너는 늘 그렇듯이 즉시는 아니더라도 다시 얼굴을 내밀 것같았다.

야옹 하고 나타날 것만 같았다.

 

미요, 아줌마는 몸이 아파 이제 어디 안가고 집에만 있어.

미요, 너 어디 있는 거니.

나는 낮에는 들판을 걸으며 네 이름을 불렀고

밤이면 손전등으로 여기저기 비춰보며 너한테 신호를 보냈다.

가끔 네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귀기울이면

연이가  나와 함께 있곤 했었다.

 

너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이였어.

우리는 그냥 집을 같이 쓰는 사이일 뿐이었다.

너는 토토 말고는 누구도 네 세계에 들이지 않았고

나도 교류하는 고양이는 토토 뿐이었다.

그런데 토토가 너처럼 집을 떠났지.

나는 지금도 토토가 궁금하다

새 집으로 이사가기 일주일 전, 토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랑 이미 3년을 함께 했던 토토가 그렇게 떠나버린 후

이사 사흘 전, 너는 아팠어.

먹지도 못하고 힘없이 엎드린 너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건

믿을만한 병원이 없기 때문이었어.

그 얼마 전에 나는 아는 사람이 동물병원으로부터 갖은 횡포를 당하는 걸 지켜봤거든.

마당냥이인 너를 집에 들여서

이틀동안 같이 있었다.

컴퓨터 책상 아래 매트를 깔아주고 따뜻한 물과 사료를 주었다.

따뜻한  방안에서 나와 함께 너는 서서히 회복되어 갔다.

이사하던 날, 나는 너만 데리고 먼저  새 집에 왔다

새집에 구석에 케이지를 놓고 그 안에 온열매트를 깔아 주었어.

너는 그 때부터 나를 인식하게 된것같아.

너는 그 후로 나만 보면 따라왔다.

나만 보면 울었고 내가 일을 하고 있을땐 문 밖에서 나오라고 문을 쳤다.

나는 네가 부담스러웠어.

나는 예전처럼 네가 굳건한 네 세계를 갖기를 원했어.

너는 쿨하고 도도한 아이였잖아.

혼자 남은 네가 다시 예전처럼 굳건한 너의 세계를 구축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물보호소에서 연이와 진이를 데려왔는데....

그건 너를 위한 일은 아니었던 것같다, 결국.

 

내가 사람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너 또한 고양이지만 고양이들과 어울리는 것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존재였다.

네가 나를 너의 세계에 들인 것은 토토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순간 나를 받아들인 것 뿐이었어.

나는 그저 그것을 인정하면 되는 거였어.

너에게 다른 존재를 소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이와 연이가 너에게 다가가도 너는 외면했다.

너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아니야 속하지 않은 채 그냥 그렇게 단독자로 존재했다.

 

그렇게 애타게 너를 찾다가

너를 발견했어.

엎드려 죽어있는 너를.

우리들이 드나드는 곳과 가장 가까이 있는 벽 그 너머에서

너는 자는 듯 엎드려있었어.

미요. 거기 그렇게 엎드려서 우리들의 잡담소리를 들었던 거니?

아줌마가 미요, 미요, 하고 부르는 소리를 너는 들을 수 있었니?

너를 찾은 날,

하은이가 말했어.

"엄마, 그래도 우리가 미요를 찾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그래....얼마나 다행이야.

네가 낯선 곳에서 살점과 털과 뼈가

먼지처럼 하나하나 흩어져가는 동안

살아있을 때처럼 홀로 남겨지는 것보다

내가 너를 보았고

너의 흔적 앞에 십자가를 세우고

아침 저녁으로 산책할 때마다

네 무덤 앞에 가만히 앉아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하지만 이건 결국 나를 위한 위로.

너 마지막이 외로웠을 것같아

가끔 눈물이 솟는다.

나의 미요.

안녕.

너인 줄 모르고 다른 고양이를 묻고 눈물 흘렸던 그 때처럼

다시 네가 어디선가 "미요~"하고 나타날 것만 같아.

 

십자가를 만들어 세웠다.

십자가 앞에 가만히 서있다가

아저씨가 아줌마를 위해

부엌 창문에서 너를 볼 수 있도록

너를 거기에 묻은 건가 싶었단다.

집에 돌아와 보니 그건 아니더라.

너는 한별이 방 창에서 보여.

저녁에 아저씨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저씨가 그랬어.

"미요가 묻힌 곳을 알 수 있도록

나무 밑에 묻은 거야."

 

새봄이 오고 뜨거운 여름이 와도

미요

우리는 너를 볼 수 있어.

긴 시간이 지나도

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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