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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7

한달 반 만에 현실의 일을 쓴다.

블로그 방문자 숫자가 확 늘어서

왜 그런가 연구를 해봤는데

아무래도 '강화속노랑고구마' 때문인 것같아서

고구마 관련 글을 비공개로 돌렸다.

가뭄때문에 작년보다 3분의 1밖에 수확이 안되어서 고구마가 없기 때문.

포털의 검색창에 '강화속노랑고구마'를 치고

고구마 사러 블로그에 왔다가

꿈 얘기만 잔뜩 늘어놓고 있는 블로그에 충격받을 것같아

고구마와 포도즙 포스트는 비공개로.

 

나는 영화감독이다.

영화감독은 이야기꾼이다.

뛰어난 이야기꾼이면 더 좋겠지만

뛰어나지 않더라도 근본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본 세상을 당신에게 들려주는 일이 직업인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을 쉼없이, 꾸준히 해야한다.

하루에 2만자는 쓰자고 다짐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던 것같은데.

뭐든 하루에 몇 자라도 적자.

어제는 한 글자도 못 적었다.

아침 강화 병원, 12시부터 4시까지 석관동에서 쉬지않고 면담.

4시 30분에 대방동에서 시작하는 회의에 30분 늦게 도착해 참여하고

다시 미디어교육사 멘토링을 위해 멀리 낙성대로

그리고서 집에 돌아와보니 12시.

방송준비를 못해서 영화들을 찾아보는데

다운받은 영화가 제목은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미>라고 되어있었지만

사실은 <아이 킬드 마이 마더>였다는 충격적인 사실.

타이틀이 뜬 후에도 나는 <아이 킬드 마이 마더>가 원제이고 

<마미>는 우리나라에서 제목을 새로 붙인 거라고만 생각했다.

한시간 반이 넘는 영화를  끝까지 눈돌리지 않고 보았음에도

장애인은 등장하지 않았고

이거 어쩐다, 싶어 새벽에 영화다운사이트를 샅샅이 뒤졌음에도

영화를 찾지 못해 결국 장애인영화제 상영작 중에 한 편을 골랐다.

몸 안좋다고 펑펑 쉬다가

결국 이 꼴이 되고 말았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렇더라도 나를 둘러싼 상황은 긍정적이다. 

성실하고 속깊은 조연출을 섭외했고

작업일정도  천천히 짜는 중이다.

자성이 떨어져서 캡쳐가 안되었던 10여년 전 테입은

오래전 노트북을 구해서 캡쳐를 시작했다.

촬영본 로깅도 꾸준히 할 것이고

아, 무엇보다 작업실 청소를 해야한다.

 

몸에 대해서는 놀라지도 슬퍼하지도 속상해하지도 않기로 했다.

선생님이 좋아진다고 하면 좋아지는 거다.

멀리 보지 않고 다만 하루하루 잘 기록하고 잘 기억해서

곤란한 일은 미리 피해가면서 살아가면 될 일이다.

 

일단 지금은 네 개의 원고를 써야한다.

일을 줄이고 줄이고 줄여도

연재원고는 피해갈 수 없다.

사고 직후 병원 침대에서 끙끙거리면서도 썼던 글들이다.

연말이라 새로이 레이아웃들을 바꾸느라

평소보다 다들 일찍 원고를 달라하고

나는 조급한 마음에 이동중에라도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도

글자 한자 못 쓴 채로 하루를 보낸 후에

하은의 수학공부를 도와주고

은별과 공기시합을 한 후에

겨우, 이제, 책상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시작이 반이니 벌써 반은 썼다고 봐야.

 

오늘 밤만 잘 넘기면

이번 주만 잘 넘기면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 인천 아트플랫폼엘 다녀왔는데 자꾸 그 전경들이 아른거린다.

근대식 창고건물을 개조한 레지던시들.

멀리서 울리던 뱃고동소리.

70년대 생인데도 불현듯 솟아나는 근대에 대한 향수의 정체는 무엇인가.

궁금해하면서도 그곳  어느 방 안에 나도 입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알아볼까?

컨테이너 작업실은 너무 춥거나 너무 덥다.

작업자로서의 몸과 마음과 환경을 하나하나 만들어가야지.

 

요즘 반복해서 듣고있는 음악.

온 가족이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의 팬이 되었다.

짐짓 무심한 척 하다가도

음악을 찾아 듣고 있는 한별을 보면

지난 주말에 투자한 거금은 하나도 안 아까움.

두통만 좀 덜하면 정말 행복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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