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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7

2016.2.17.오전 8:33
아침에 지각.
출발 며칠 전,카메라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러 갔는데
방이동에 있는 캐논 본사에서만 한다는 청천벽력.
그래서 다시 노트북 들고 밤마다 백업받는 신세.
이런 식의 24시간 동행촬영은 오랜만.
밥을 천천히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인물들 식사장면 찍고
얼른 후딱 밥 먹고
다시 식사끝난 상황 찍고.
내 일이 그런 일이라는 걸
낯설게 인식.
하루종일 바쁘게 뛰어다녀야하니
밥을안먹을 수는 없고.
그런데 사흘째 배변은 실패.
소처럼 위가 여러개면 좋겠다.
 
어제밤, 하루촬영본을 백업받는 데 1시간 가량 걸림.
그때 이니셜라이징을 하고 잤어야하는데
혹시나 해서 두고잤다가
아침에 곧바로 찍느라 촬영본 엉킴.
아침밥 먹고 돌아와 추가분만 백업받는 데 
30분 소모.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짐 챙기고 나왔는데도
지각.
 
얄미운 남편.
자기가 일 시작해놓고
자기는 강화에 남아 자기 할 일 다 하고
나만 이렇게 상해까지 와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촬영이다 안내다 비지땀.
아니 식은땀이 다 난다.
이럴 때 동행해줘야 내가 촬영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교회에서는 말없이 조용히 지내는 게 컨셉인데
촬영하느라 왔다갔다 하다보니
그리고 인터뷰 하다보니
자아분열이 이런 거구나 싶다.
 
늘 잊는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슬금슬금 벌려놓은 일
나한테 다 뒤집어씌워놓고
딴 일 벌인다는 거.
정신 안 차리면 이렇게 개고생한다는 거.
멍청이.
 
룸메이트 어머니가 파운데이션 샘플 쓰시면서
남은 거 주셨는데
카메라가방에 넣어둔 게 다 흘러서
약봉지에 핸드폰에 범벅.
버리는 거 죄송해서 얼굴에 발랐는데
눈이 따끔거린다.
보통 여자사람들은 이런 걸 다 참고 사는구나.
대단하다!
근데 얼굴은 조커가 됐네^^
 
 
2월 17일 오후 4:41 항주
송나라 수도.
뭐든 빨리빨리라서 정신없이 속도에 맞춰야한다.
소변이 자주 마려워 화장실엘 자주 가야해서
물을 마음대로 마시질 못하겠다.
그래도 다행인 건 
교회어머니들이 화장실엘 자주 가신다는 거.
가이드가 건성건성 스타일이라서 
(여행일정이 그럴 수도)
구경을 차분히 하기 힘듦.
촬영금지구역도 많음.
 
이 와중에 생리가 평소보다 일찍 시작.
생리대를 살짝 얻는 방법을 쓸 수도 없는 게
일행 모두가 완경을 지나셨을 분들이다.
서호를 가로지르는 배에서 내려
홍어공원을 걸어 주차장에 도착,
하자마자 어머니들이 우르르 화장실로 뛰어가셔서
나도 따라 갔다가 날벼락같은 상황을 발견.
지금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인데
식당 근처에 제발 편의점이 있기를.
편의점에 제발 생리대가 있기를.
아니면 휴지라도...(오 이런!)
이번 중국여행의 주인공은 완벽하게 나의 '몸'!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그래도 지금 창밖엔
머리엔 두건, 등엔 배낭,
그런데 손엔 봄꽃인 듯한 가지를 꺾어들고
걷는 한 사람 발견.
기억해야할 순간을 만나다.
 
패키지여행은 쇼케이스여행.
자연인을 만나기 힘들다.
 
아침 호텔 부페.
점심 돼지고기 삼겹살, 양배추, 콩나물, 김치
저녁 중국의 갖은 요리
 
2월 17일 6:28
가이드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식당에만 앉혀놓고 안내를 안한다.
중국은 영어하는 사람이 무척 드물다.
일행 중에 SW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저녁식사 중에 sw를 위해 뜨거운 물이 필요했는데
Hot water를 여러 번 말했지만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
가이드를 불러서 부탁했다.
(어디있는지 몰라 찾아다녀야했음)
나중에 또 찬물이 필요했는데
결국 그 식당은 찬물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엉뚱한 오해를 내가 받음.
어머니들이 여러 번 나한테 물 여기 있다고 하심.
설명을 몇 번 드렸는데 잘 이해를 못하신 듯.
그러니까 어머니들은 내게 "그냥 참고 호텔가서 먹자", "내 물 먹어라", 이렇게 배려하시고 도와주시고 암튼 막 신경쓰시는데... 너무너무 고마운데 불편해...ㅜㅜ
나도 차에 내 물 있는데...
내가 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닌데.
그런데 그렇다고 SW가 물 먹으려고 그런다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 여행에 방해될까봐 조심하는 sw 어머니의 마음이 불편할 것같아 제대로 설명하기도 힘듦. 오늘밤만 자고나면 여행의 절반이 지나간다. 이 여정이 처음 그랬던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잘 진행될 수 있기를!
 
2월 17일 9:22
나쁜 일 하나, 좋은 일 하나, 더 좋은 일 하나.
나쁜일은 갑작스런 생리때문에 심란한 거.
그런데 오늘은 8시부터 전체모임.
나는 생리 때면 늘 설사를 하는데
그래서인지 배가 아팠고
화장실엘 가려고 했는데
Sw어머님께서 방을 바꿔달라고 해서
(Sw씨 방이랑 나란히 쓰기 위해)
풀었던 짐을 다시 다 싼 후에
기다리는동안 7:50분이 되었고
Sw씨가 안정을 찾아서 
방을 바꿀 필요가 없어져서
다시 가방을 제자리에 놓고 전체모임 촬영.
그후 1시간 10분 정도를
화장실도 못 가고
생리대도 못 구한 채
서서 혹은 앉아서 스트레이트로 촬영을 했다.
 
모임이 끝나자마자 1층 데스크에 가서
sanitary pad를 써서 보여주니 아무도 모른다.
결국 어찌어찌 한자로 위생대를 써보이니
호텔안 샵 유리쇼케이스 중 한 개에서
생리대를 꺼내줌--->좋은 일 하나.
9위안(곱하기 200=1800원).
살다보니 중국 생리대를 써보기도 하네.
문컵을 쓰지 않으면 생리통이 심한데
내일부터, 아니 오늘 밤부터 큰 결심을 해야할 듯.
더 좋은 일은 드디어 배변 성공!
 
그러니까 세상은 늘 이렇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벌어지고
좋은 일이 늘 좋기만 한 것도
나쁜 일이 늘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거.
인도에서 일주일동안 화장실엘 못 가면서
여러나라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 앞에서
어느 날 졸도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중국에선 그런 걱정을 안하게 되어서 다행.
지금은 기쁘고 개운하지만
이렇게 시작해서 설사를 할 거라는 거.
내일 화장실 상황이 좀 걱정이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자자.
일단 백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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