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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8 상해

2016.2.18 7:51

어제 지각한 것 때문에
룸메 어머니가 알람을 4:30분에 맞춰두라고 해서
그리고 화장실 때문에
한두시간 간격으로 깼다.
룸메어머니는 관절이 아파서 못 주무시는 듯.
심야의 클랙션 소리, 구급차소리
새벽 4시에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중국인들 떠드는 소리.
 
오늘은 생리 이틀째.
어디든 도심으로 가서
두꺼운 생리대를 사야.
오늘만 잘 지나기를.
 
9:04분.
항주에서 상해까지 세 시간.
중간에 휴게소를 들른다 한다.
문제는 지갑을 캐리어에 넣어버렸다는 거.
집에 위안화가 많은데 깜박 잊고 안 챙겼다.
아니, 짐을 차에 실을 때
작업실 내 책상서랍 안에
위안화지갑이 있다는 걸 생각했지만
돈 쓸 일이 별로 없으니 그냥 떠나왔다.
그래서 어제 sw어머니께 백위안만 빌리려했는데
500위안이나 빌려주심.
저녁에 생리대 9위안. 비상용 포장 6개.
 
그래서 오늘은 큰 걸 사야한다.
어디든 편의점이 나오면 사자, 하고 있는데
지갑이 지금 없다.
다시 빌릴 것인가, 
기사에게 부탁해서 짐을 잠시 빼달라고 할 것인가.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을
하필 이국땅에 와서까지 증명할 필요 있나.
내가 지금 계속 그러고 있다는 거.
 
차안 촬영을 해야하는데
뭉텅뭉텅 하혈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
늘 생리때면 하는 생각.
사람이 이렇게 피를 흘리고도 살 수 있구나.
살도 안빠지고 말야.
카메라를 끄고 나니
채집해야할 말들이 둥둥 떠다닌다.
그런데 지금은 촬영이 문제가 아니야.
바지 젖을까봐 꼼짝없이 앉아있는중.
 
오후 02:33
휴게소에 차가 서자마자
운전사에게 부탁해서 짐 속 지갑을 꺼냄.
휴대폰 메모판에 쓴 한자를 보여주니
위치를 알려줘서 10개들이 한 봉지를 산 후
화장실에 가서 두개를 겹침.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한인타운에서 점심.
88빌딩 전망대
상해박물관
그리고 지금은 예원거리 가는 길.
편안해져서 그런지 허리 아프고 졸림.
정신없이 자다가 신부님이 깨워서 일어남.
입벌리고 있던 것같은데 침은 안흘렸나 몰라.
모두들 나른해지는 오후.
명동처럼 생긴 곳을 지나는 중.
 
오후 7:54
인파. 사람의 파도. 예원거리.
근대의 번화가를 걷는 듯한 남경로.
거기 낡은 백화점에서 섹소폰 연주.
무심히 걷다가 <오버 더 레인보우>를 들었다.
나와서 식당 가는 길,
저녁 어스름 빛 속에 잠긴 근대의 실루엣.
그 두 순간 만으로 이번 여행은 좋다.
황포강 야경을 찍고 숙소가는 길.
어깨부터 쑤셔오더니 머리가 아프고
11월말의 그 상태가 오는 것같다.
온 몸의 뼈 마디들이 다 아파오는 시간.
오늘 밤은 어쩔 수 없이 진통제를 먹고 자야겠다.
하루만 더 있다 아팠으면 좋았을 걸.
세 번의 반복으로 하나의 규칙을 알았다.
생리 때엔 쉬어야한다는 거.
11월말에 아팠을 땐 면접이었지.
12월엔 뭐였더라. 아 맞다. 
녹색당 출판기념회 가느라 너무 오래 운전을 했지.
1월엔 푹 쉬어서 별 일이 없었고
2월이 지금.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게 왜 일주일 먼저
생리를 시작했냐는 거다.
2월은 좀 다른가?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면 되는 거지.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밤에 마지막 파티가 있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기운을 모아 조금만 더.
오늘 신부님이 아무도 아픈 사람 없어서
고맙다 하셨는데
내가 아프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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