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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 매일매일 작업일지 쓰기

촬영본이 들어있는 하드를 몽땅 작업실로 옮겼다.

내 방 맞은편 사진기자방은 관리실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는데 

내 방 열쇠를 카피하라고 빌려주셨다. 

빛의 속도로 뛰어가서 열쇠를 만들고 돌려드림.

 

어제는 내가 가서 부탁도 하기 전에 미리 나와서 문을 열어주시고서는

"내가 다 봤어요.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 것부터 정문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내가 다 봤지요. " 하고서 만족스럽게 웃으셨다.

무척 귀여우심. 

 

장애인시설에 사는 <인사이드 아임 댄싱>의 로리는 

시설장이 "이곳은 여러분의 집입니다" 라고 말하니

"제게 열쇠를 주시나요? 열쇠가 없는데 어떻게 우리 집이죠?"라고 반문한다.

맞아 열쇠가 없으니 늘 열어달라고 하고 감사하다고 하고 그랬지.

나는 이제 이 방의 열쇠를 가졌다.

내 방이다. 

방이 생겼으니 열심히 작업하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거다.

작업대는 이렇게 배치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번 방에서 이번 방으로의 이동은

정신노동의 영역에서 육체노동의 영역으로 옮겨온 것같다는 느낌.

저번 방은 바로 옆에 학자들이 연구하고 회의하는 사무실이 있었고

이번 방은 바로 옆에 방재실과 관리실이 있다.

나의 정체성은 육체노동자에 가깝다.

영화만드는 일은 노가다.

그래서 이 쪽 이 분위기가  편하다.

 

이 방에 물이 샌다고 하셨던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사실은 물 새는 건 옛날 일이고 바닥에 왁스칠을 안해서

여름에 왁스가 잘 먹는데.... 하셨다.

그러니까 왁스칠을 해야해서 그 때 물이 샌다고 말씀하셨던 것같다.

제가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셨다.

청소는 내가 할터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말씀드림.

 

이 방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는데 

나 말고는 거의 쓰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흔적을 안 남기려고 노력한다.

휴지는 복도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세면대에 물 한 방울이라도 튀면 얼른 닦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지만(나는 재단으로부터 정식으로 초대받은 사람이니까)

내 흔적 때문에 누군가의 손길이 한 번 더해지는 게 불편하다.

나는 그냥 지붕있는 이 방에서 영화를 만들 수있다는 사실에 기쁠 뿐.

전기를 마음껏 써도 된다 하더라도

청소부터 포함한 모든 케어를 다 전담해주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냥 하던대로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긴다. 

언제든 어디서든 흔적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지내던 때가 또 있었다.

2010년 남편이 강화로 발령을 받고

우리는 서울에 남기로 했을 때

살던 집은 2월에 이사를 해야 했으나

새로 들어갈 집은 3월 30일에야 비게 되었다.

한달 반동안 우리는 애들이 다니던 공부방을 썼다.

공부방은 밤 8시에 끝나니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어린이집에 들러 막내를 데리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공부방에 갔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치운 후

쓰레기 하나도, 머리카락 하나도, 정말 티끌 하나도 남지 않게

청소를 하고 공부방을 빠져나왔다.

그 때 이가 옮았다.

십 몇년 만에 파마를 했을 때

사람들은 남편이랑 떨어지니 스타일 변신 했냐고 웃었고 

나는 이 때문이라는 말은 못하고 따라 웃었었다.

전생같은 기억이다.

아이들과 참 다양한 일들을 겪었구나.

착한 내 아이들.

함께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 할 일

1. 본심 자료 마감

2. 내일 상영회 해설 준비

3. 미디어교육 계획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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