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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렸네, 콩두레 감사잔치

 

경작본능을 깨우다


열렸네, 콩두레 감사잔치


글 사진 김정태


몇 해 전부터 집 근처 대모산 자락에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는데 농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 올봄 귀농운동본부 도시농부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도시농부학교에서 농사일을 배우면서 남양주시 사릉에 있는 텃밭으로 실습을 나갔는데 텃밭에 나오는 식구들 가운데 희망자를 모아 두레 형태로 밭 한편에 콩 농사를 짓기로 했다. ‘콩두레’라는 이름 아래 텃밭지기와 회원 10여 명이 모였는데, 일을 할 때는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나오기도 했다.


5월 중순 ‘콩두레’ 회원들과 아이들까지 시원한 그늘에 둘러앉아 튼튼한 콩 종자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콩 농사가 시작됐다. 막걸리 한 잔 걸치면 콩 농사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가을걷이해서 두부 해먹고 메주 띄우고 콩국수 해먹는 생각에까지 이른다. 모종을 만들어 새가 쪼아 먹지 못하게 그물막을 치고 물을 주면서 열흘이 지나면 밭에 옮겨 심을 정도로 자란다. 그 뒤 모종을 밭에 옮겨 심었는데 서리태, 쥐눈이콩, 메주콩, 콩나물콩 종류별로 심는 때가 달라 모두 심는데 두 주가 걸렸다.


더운 여름날이 오면 풀을 뽑아 줘야 하고 잎이 무성하게 되면 순도 잘라주어야 한다. 올해는 태풍이 일찍 와서 미처 순자르기를 하지 못한 콩이 태풍에 쓰려졌다. 장마 때 비를 맞으면서 쓰러진 콩을 일으켜 세우기는 했지만 한번 쓰러진 콩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콩이 무럭무럭 자라 푸르게 넘실대는 콩밭을 바라보면서 푸근한 농부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이든 푸른 콩을 뽑아서 삶아 먹어 보았는데 제법 구수한 맛이 났다.


10월 하순 누렇게 익은 콩을 낫으로 베어 말렸다. 바람이 잘 통하고 농부의 보살핌이 많았던 가장자리 콩은 알차게 여물었지만 풀과 함께 넘어져 있던 콩은 쭉정이가 많았다. 가을걷이 하면서 푸른 콩은 그 자리에서 불 피워 콩사리를 해먹었는데 연기 때문에 눈이 매워도 끝까지 둘러앉아 구워 먹는 모습들을 보니 모두들 동심으로 되돌아 가 있었다.


회원들 모두 직장일로 시간내기가 빠듯했지만 일꾼 여덟이 모여 아침부터 콩 타작을 했다. 콩대를 날라 탈곡기에 넣으면 콩알과 콩깍지 검불 먼지까지 분리되어 나온다. 탈곡기에서 날리는 먼지 탓에 코와 입이 막혀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탈곡된 콩이 소복이 쌓이는 콩 자루를 보면서 콩을 심을 때 뿌듯함을 다시 느꼈다.


이번 ‘콩두레’를 하면서 넓은 밭을 기꺼이 내어주고 콩 농사를 곁에서 지도해 준 텃밭지기 안익준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개인 사정으로 작업에 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날씨와 환경에 따라 급한 작업을 평일에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회원들이 ‘콩두레’에 보인 열정을 떠올리면 도시농업과 두레공동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콩농사를 마무리하면서 수확한 콩으로 12월 첫 주말에 그 동안 고생한 일꾼들과 텃밭식구들, 도시농부학교 분들을 모시고 ‘두부잔치’를 연다. 이를테면 ‘콩두레 감사잔치’인 셈이다.


언젠가 점심을 먹으며 콩 수확하고 나서 뭘 심으면 될까 이야기 나눴다. “겨우내 밀 농사를 지어보자, 보리도 괜찮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요즘은 밀을 심는 농가가 거의 없어 어려운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씨앗을 구하는 것부터 수확, 탈곡, 제분까지 쉬운 게 없었다. 그래도 힘 모아 밀농사를 해 보자며 회원들이 5만 원씩 거두었다. 그 영농자금으로 전남 구례에서 밀씨를 구해 지난달 밭에 뿌렸다. 심은 밀이 싹을 틔워 올려 어제까지의 콩밭이 파란 밀밭으로 바뀌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누렇게 일렁이는 밀밭을 너머로 도시농업의 미래도 넘실댈 것이다. 올겨울 경작본능은 겨울잠 잘 새가 없다.  (작아 12월)


 

김정태 님은 서울에서 컴퓨터 일을 하며 작은 텃밭을 일군다. 생명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농촌과 도시농업이 세상을 떠받치는 든든한 뿌리가 되길 소망한다.



도시농부들 두레농사로 뭉치다.


몇 해 전부터 내가 사는 대모산 자락에서 텃밭농사를 해오고 있다. 농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부족함을 느껴 올해 봄 귀농운동본부의 ‘도시농부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 남양주시 사능에 있는 텃밭에서 농사를 하게 되었다. 이곳 넓은밭에 콩농사를 하게 되는데, 텃밭에 오는 식구들 중에 희망자를 모아 두레형태로 콩농사를 짓기로 하였다. ‘콩두레’라는 이름으로 텃밭지기와 10여 명의 회원들이 모였는데, 연령은 30대 40대 50대 60대 까지 분포되어 있고, 일을 할 때는 어린이와 부부가 함께 나오기도 하였다. 사는 지역도 밭에서 가까운 구리에서 부터, 강동 강남 도봉 노원 일산에 이르기까지 먼 거리다.

5월 중순이 되면서 회원들과 어린이까지 시원한 그늘에 둘러앉아 튼튼한 콩 종자를 고르는 작업부터 콩농사는 시작되었다. 막걸리도 마시면서 콩농사에 기대가 부풀어, 벌써부터 가을에 콩을 수확해서 두부를 해먹고, 메주도 만들고, 콩국수도 해먹고 싶다고 한다. 콩은 새들의 피해 때문에 직파를 하지 않고 모종을 내어 심기로 하였다. 모종을 만들어 새가 쪼아 먹지 못하게 그물막을 치고, 물을 주면서 10 여일이 지나면 밭에 옮겨 심을 정도로 자란다.

6월 초순에 콩 모종을 밭에 옮겨 심었는데, 콩두레 회원들이 모두 모여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밭에 먼저 줄을 치고, 콩 심을 구멍을 뚫고, 콩모종을 나르고, 콩을 심는 역활로 나누어서 콩을 심었다. 콩을 심느라 몸이 고단해도, 넓은 밭이 파란 콩밭으로 변한 모습을 바라보면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서리태 쥐눈이콩 메주콩 콩나물콩 등 종류별로 심는 시기의 차이가 있어, 이 일은 두 주간에 걸쳐 이어졌다.

7월 8월 더운 날씨에 콩이 자라면서 풀을 뽑아 주고, 잎이 무성하게 되면 순도 잘라주어야 한다. 올해는 태풍이 일찍 와서 미처 순치기를 하지 못한 콩은 태풍에 쓰려졌다. 장마 중에 비를 맞으면서 쓰러진 콩을 일으켜 세우기는 했지만, 쓰러진 콩은 성장상태가 좋지 않았다. 콩이 무럭무럭 자라 푸르게 넘실대는 콩밭을 바라보면서 푸근한 농부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이든 푸른 콩을 뽑아서 삶아 먹어 보았는데 구수한 맛이 제법이다.

10월 하순에 누렇게 익은 콩을 낫으로 베어 말렸다. 가장자리에 바람이 잘 통하고 농부의 보살핌이 많았던 콩은 알차게 콩알이 많이 맺혀있고, 풀과 함께 넘어져 있던 콩은 쭉정이가 많았다. 콩을 베다가 푸른 콩은 불을 피워서 ‘콩사리’를 해 먹는데, 연기 속에서도 재미있게 콩을 구워 먹는 모습들을 보니 동심으로 되돌아 가 있었다.

콩타작은 탈곡기가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 평일에만 빌려 주어, 11월 14일에 콩타작을 하였다. 직장일로 어려움들은 있었지만, 8명의 일꾼들이 아침부터 콩타작을 하였다. 콩대를 탈곡기 옆으로 날라, 탈곡기에 넣으면 콩낱알과 콩깍지 검불 먼지까지 분리 되어 나온다. 덜 마른 콩은 분리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나중에 다시 갈무리 작업을 해 주어야 하겠다. 탈곡기에서 날리는 먼지가 코와 입으로 들어와 코가 막혀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으나, 탈곡된 콩이 소복이 쌓이는 콩 자루를 보면서 콩을 심을 때의 뿌듯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번 콩두레를 하면서 넓은 밭을 내어주시고 콩농사를 지도해 준 텃밭지기 안익준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작업에 빠지는 경우도 약간은 있었고, 날씨와 환경에 따라 급한 작업을 평일에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기는 했다. 그래도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콩두레에 보인 열정들을 보면서, 앞으로 경험이 더 쌓이게 되면 도시에서 농사와 두레공동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본다. 콩농사를 마무리하면서, 수확한 콩으로 12월 첫 주말에 그간 고생한 일꾼들과 텃밭식구들, 도시농부학교 분들을 모시고 ‘두부잔치’를 한다. 이를테면 ‘콩두레 감사잔치’인 셈이다.

콩밭일을 하고 막걸리 한잔과 함께 먹는 점심은 꿀맛이다. 어느날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콩을 수확하고 나서 다시 뭐를 심으면 안 될까? 하다가 그럼, 밀을 심어보자. 보리도. 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니 요즘은 밀을 심는 농가가 거의 없어 어려운 점이 많다.  밀씨를 구하는 것부터, 수확, 탈곡, 제분 등등. 그래도 밀농사를 해 보자면서 회원들을 다시 모아, 5만원씩 거두어 영농자금을 마련해 놓았다. 전남 구례에서 밀씨를 구해서, 지난 10월 마지막과 11월 첫 주말에 밀을 파종했다. 심은 밀은 싹이 나서 잘 자라 어제까지의 콩밭이 파란 밀밭으로 바뀌었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누렇게 일렁이는 밀밭과 보리밭을 보면서 도시농업의 미래도 함께 볼 수 있으리라 본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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