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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모실장.

전남 장흥군 용산면 작은 지역에서 지난 한해 동안 한달에 한 번씩 '장흥 용산 마실장터'를 열어 왔다고 한다. 듣기로는 1일과 6일에 열리는 용산장은 장터의 명맥을 생선을 파는 아짐(아주머니)이 간신히 이어가는 보잘것 없는 작은 장터였다고 한다. 지난해, 용산면으로 귀농하고 녹색에 관심있는 이들이 소꿉장난 같이 생선파는 아짐 옆에 가서 소박하게 '장터놀이'로 시작했단다. 녹색을 말하고 지역 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해서 저항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려는 노력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이런때 작은 지역에서 어쩌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장터를 시작했으니 관심을 가지고 박수를 보내면 좋겠다.

이렇게 소박하게 시작한 장터는 입 소문이 나고, 예전 장터에서 느끼던 정과 솔솔한 재미로 지역 주민들이 장날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한다. 이웃 지역으로 까지 소문이 퍼져 보성 벌교 해남에서도 장터에 물건을 가지고 나오거나  나누기도 하며 서로 친해지고, 소통하는 장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 가을에는 보성 벌교에서 온 이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따로 장터를 열어 '보성벌교 녹색 살림장터'을 열고, 얼마전 강진에서는 '강진 정거장'이라는 이름으로 장이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해남에서는 년초부터 몇 차례의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장터 이름, 장소, 날짜, 운영 등에 대해서 논의를 가지다가 '해남 모실장터'(이곳에서는 마실을 모실로 발음하고 있다.) 2월 15일에 장터를 열었다.


아침 시간부터 준비를 하여 농사지은 농산물이나, 스스로 만든 마시고 먹을거리와 공예품을 가지고 나와서 전을 벌려 장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군고구마, 장아찌, 겨울냉이, 해바라기, 쥐눈이 콩, 배추, 두부, 뻥튀기, 무우 말랭이, 막걸리, 뱅쇼(?), 김치, 시레기, 녹차, 목각 공예품, 머리핀, 효소, 양초....기억할 수 없는 많은 물품들을 가지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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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해남 모실장터에 지역 풍물패가 길놀이도 해 준다. 새벽부터 음식을 정성스럽게 장만해 온 고사상을 앞에 두고, 제문을 읽고 모두가 장터의 안녕을 기원하는 절을 올렸다. 하늘과 땅도 정성을 모으고 간절하게 드린 기원에 함께 해 주리라 믿는다.(굿연구소에서 오신 박흥주 선생님이 사진기를 들고 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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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지역에서 보름을 맞아 동현 안동 서정 등 여러 마을을 며칠간 씩 돌면서 보름굿을 여느라 바쁜 와중에도 풍물패가 장터를 축하해 주는 굿을 치고,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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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를 함께 준비하던 십 수 농가와 지역 민들이 물품을 가지고 나오고, 해남 지역 주민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 오셨다. 마침 전날 해남신문에서 모실장터를 소개해 주어 신문을 보고 찾아온 주민들도 있다. 정치의 계절인지 군수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후보자들도 와서 자신들도 농민으로 장터에 관심을 보이며, 뜻을 함께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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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팔다 남은 물건들은 그냥 드리기도 하고, 서로 가져온 물건을 나누기도 하면서 삼삼오오 서서 담소하고 장터를 마무리 하는 손길이 처음 시작할 때 보다는 가벼워 보인다. 장터에서의 여러 풍경들이 있었는데 두서없이 시간을 보내느라 자세히 담지는 못했는데, 한 두가지 모습을 소개해 본다. 손으로 만든 소품들을 준비해 왔고, 처음에는 무엇에 사용하는 물건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그 용도를 알게된 도구. 장터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더니 그 사려 깊음에 부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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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시부터 장터를 시작해서 열 두시 까지 하기로 하였던 장터는 예정 시간보다 훨씬 넘는 시간에 끝이 나고 참여한 사람들 모두 둘러 앉았다. 멀리 장흥 마실장터를 열고 있는 이들이 격려차 방문하여 장터를 둘러보고 뒷 모임에서는 인사만 하고 자리를 일어선다. 오늘 장터에 대한 소감들을 나누고, 다음 장터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 다음달 3월 15일 토요일에도 이곳 해남공원에서 장터를 연다. 시간은 오전 열시가 좀 이른 듯하여 오후 두시부터 다섯시까지 하도록 마음을 모으고 막걸리에 두부김치를 마시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로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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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들'의 '시장'이 아니고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장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장흥에서 작게 시작한 장터놀이 날개짓이 보성벌교 강진을 넘어 해남까지 오게 되어 남녘 땅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바람이 농민가의 한 구절 같이 '삼천리 방방골골'로 퍼져 나가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진다. 여기에 녹색의 동무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하면 더욱 좋겠다. 삼월에는 서울에서 남녘 장터를 구경하러 오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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