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8/01/26

생일날이라고 미역국을 끓여주는 것을 보면 아직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을 모양이다.

이제껏 몇 년이나 살아 왔는가~? 덧없는 시간만 보낸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 만큼 앞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하자.

 

오늘 오전에 명동쪽으로 길을 가게 되었다. 가장 추운 이 겨울날에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명동성당 세멘트 계단에서 바람도 막지 않고 한데 잠을 자면서 까지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면서 명동성당에서 노숙투쟁을 한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님이 쓰신 명동 들머리에서-어느 인권활동가의 편지...’ 를 읽으면서 자동적으로 지난 7년 전에도 오늘과 같이 가장 추운 겨울날에 같은 장소에서 인권활동가들이 노숙 농성을 하던 생각이 날 수 밖에 없었고, 짧은 시간이나마 찾아가서 함께한 시간들이 기억 나게 만든다.

 

가게에서 따뜻한 음료를 사가지고 가니 성당 계단에 피켓을 들고 앉아 있기도 하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선전물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보아하니 세멘트 바닥위에 스치로폼을 깔고 그 위에 덧자리를 깔고 침낭과 비닐을 의지하여 바람을 막으면서 잠을 청한 듯 하다.

 

잠을 자고 난 후에 글을 쓰기를 침낭속은 그런데로 따뜻하지만 밖으로 나오면 모든게 언다고 하는 표현이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 지난날 피시통신에서 통신자유를 외치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가장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 아침안개님이 계셨다. 당신도 소식을 듣고 집에서 부랴부랴 나왔다고 한다. 잠시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예정된 일정이 있어 그들을 뒤로 하고 떠나왔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즉 햇빛발전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시민발전의 대표를 모셔다가 에너지에 대한 인식과 심각성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곳들, 설치 과정,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하게되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발전소를 만들고 유기농 농산물을 보급하겠다는 크다란 의지와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대중들에게 차근차근 이해와 인식을 시키고 나아가 꼭 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데……조급하게 결과물에 대한 관심이 더 있는듯 하여 약간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차근차근 이해를 구하고 그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출자를 하기 쉽지 않기도 하고, 사업 자체가 쉬운 것만도 아닌데말이다.

 

말씀이 끝이 나고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에너지에 대한 심각성과 재생가능에너지의 필요성, 나아가 햇빛발전소의 건설 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해 나가는 노력을 하게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진행해 나갈 것을 주문하였다.

 

점심 후 헤어지면서 서울역에서 있다는 1.26세계행동의날 집회에 갈려고 하다가, 오전에 만났던 인권활동가들은 어떻게 하는지 보러 갔다가그들은 크다란 공과 선전물들을 가지고 명동과 남대문을 통하여 서울역으로 행진을 하여 집회에 참여하기로 하였단다.  3까지 명동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나는 그만 성당에 남아 있기를 했다. 한 시간여 동안 성당 계단에서 몸자보를 입고 서 있다가, 3 하는 총회에 참여하러 내려 와서 왔다.

 

창립후 다섯번째 총회인데 5년이 지난 지금 처음의 열성이 아직도 남았는지? 나 자신 그렇다. 라고 대답하기 힘이 들다. 총회 자료집도 쪽수가 줄었고, 총회 참여인원도 많이 적었고, 뿐만 아니라 총회공간도 적은 공간에서 치루게 된다. 요즘 많은 단체들의 활동이 빈약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는 때에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고 보면서 답답함도 느낄 수 있다.


 

총회가 끝이 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무리가 되어갈 즈음에 처리할 일이 하나 있어 일찍 나와서 일터에 와서 일을 하나 보고는 포이동266으로 갔다. 지난 9일 동안 빈활을 하는데 우리 식구들이 함께 한다고 해서 몇일 저녁 시간에 참여를 하게 되었으며 오늘은 문화제와 뒷풀이를 한다고 해서 마음이 끌려서 가게 되었다.

 

우리쪽에서 온 어린 친구들이 인솔자와 함께 하고 있었고, 문화제에서 그들도 나가서 손짓을 하고 노래를 한다. 불편함이 없는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이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들은 것을 잊지 않고, 그들이 살아가는 여정에 보탬이 되리라 믿으며 결코 헛된 시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제가 끝이 나면서 드럼통에 피운 장작불에 숯을 더하여 돼지고기를 지글지글 굽고 막걸리와 함께 걸판지게 뒷풀이가 이루어지는데, 장작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먹어 볼 기회가 흔하지 않기도 하겠지만…. 구워진 그 고기맛이란 먹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일품이다. 깔끔하지 차려주는 식당이나, 집에는 먹는 고기 맛과는 비교가 될 수 없다.

 

도시 속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잔치를 벌일수 있고, 그 불에 고기를 굽고 모여서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서울도심에서 포이동266 말고는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이곳이 우리의 마을공동체요, 해방공동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시간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집에서 그래도 생일이라고 12 전까지는 돌아오라고 해서 비좁은 동네길을 돌아 나오는데, 즐겁게 놀던 기분이 사라지면서 고향길을 뒤로 하고 나오는것 처럼 아쉽고, 가슴이 시리며 갑자기 울컥해질려고 한다. 내 고향이 아니더라도 몇번 발걸음을 하다보면 그렇게 되는가 보다. 지난해 대추리를 그리워하고 궁금해지는 기분과 흡사한것 같았다.

 

따뜻한 집에 와서 가족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고 케익을 자르고 난후에, 이렇게 오늘 하루를 적어 본다.

 

~

 


'2008 웰컴투 포이동'때 희망을 풍선에 실어 하늘로 날릴때 찍은 사진(1/2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