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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유후인


 

둘째날, 유후인.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온천지역이지만 이 계통의 업종(?)에 종사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미군기지와 기지촌으로 더욱 유명한 곳일게다. 기지와 관련한 인권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의 활동가들과도 꾸준한 교류가 있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고 나도 지난 2002년 서울에서 열렸던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여성네트워크 국제회의에서 유후인 해바라기회의 마츠무라 마치코 상을 만나서 깊은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녀는 일본의 유후인에서 ‘군대없는 마을 만들기’를 실천하는 평화운동가다. 95년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미군의 소녀 성폭행 사건 이후 일본정부가 오끼나와에 집중돼 있던 미군기지를 본토 다섯 곳으로 분산했는데 그 중 한 곳이 유후인이다. 이 곳 단체에서는 '매향리'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미군기지의 문제를 지역의 현안으로만 사고하지 않고 지역과 국경을 넘어선 인권과 평화의 문제로 사고하는 주민들의 시각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유후인에서 미군훈련은 2월 1달 동안 행해진다고 하는데 이 시기 주민들은 훈련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밭을 대여해 작은 오두막을 짓고 미군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한다. 또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지역 만들기의 일환으로 지역통화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그녀는 지역통화가 지역에 뿌리내려 생활기초가 튼튼해지면 정부의 경제적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는 군사시설이 필요없다’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희망을 드러내었다. 국가, 제국, 군대라는 폭력 앞에서 주민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상식이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을 걷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평소에도 꼭 한 번 휴우인을 방문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지만 이번 여행은 효도관광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에 충실하기로 한다.

 


 

유후인 관광의 시작은 이곳 JR유후인역에서부터이다. 인포메이션에서 한국말로 된 지도 등 각종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위 사진(유후인 역을 등지고 찍은 거리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거리 양쪽으로 각종 가게며 기념품을 파는 숍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머 말하자면 유후인의 번화가쯤 되겠다.

 


 

일단 짐부터 풀기로 하고 예약을 해두었던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플로라하우스라는 곳으로 온천열을 이용해 예쁜 온실을 가꾸면서 숙박업도 겸하는 곳이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고 또 엄마가 꽃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아주 적당한 숙소였다.

 


 

플로라하우스 온실에서 찍은 각종 꽃들.

 


 

짐을 풀고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최미례가 이 근처 유명한 우동집을 검색해 왔다고 해서 그리로 갔다. 모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반응은 정말... 너무 짜다 였다. 이 집으로 인도한 최미례는 욕을 바가지로 먹었따.

 


 

짠 우동맛을 가시기 위해 들어간 편의점. 맥주가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길래 일본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찍어보았다.

 


 

본격적으로 거리 구경에 나섰다. 번화가의 상점들은 딱히 뭘 사지 않아도 아기자기하게 볼 거리들이 많아서 눈이 즐겁다.

 


 

일본 전통술을 파는 가게도 보이고

 


 

귀에 익은 음악을 따라 가보니 '토토로의 집'도 보였다. 토토로 말고도 미야자키 하야오 에니메이션의 각종 주인공들이 가게 안에 가득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품들 뿐만 아니라 가게 자체도 참 예쁘다. 사진 아래 B라는 간판이 보이는 곳은 B-Speak이란 빵가게인데 롤케잌이 유명하다고 한다. 일본의 거리엔 이렇게 케잌을 파는 곳이 참 많다. 일본 사람들 단걸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다.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예쁜 케잌과 맛있는 센베.

 


 

거리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유후다케 산의 모습. 낮에 유후인에 도착했을 때만도 산봉우리까지 선명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구름이 봉우리를 가렸다. 더 이쁘다. 유후인은 사방이 이렇게 높이 1,000m 급의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인데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긴린코 호수로 인해 일교차가 커 아침 무렵이면 마을전체가 안개로 가득찬다고 한다. 그래서 유후인을 안개의 마을이라 부른다.

 


 

저녁은 숙소에서 만들어 먹기로 했다. 사먹는 게 사실 먹을 게 없고 비싸기도 하고... 술도 사고 과자도 사고 라멘도 사고 오뎅꼬치도 사고 두부도 사고 해서 한 상이 근사하게 차려졌다.

 


 

플로라하우스의 조식.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식사로 낫또가 나왔다. 내가 원래 콩요리는 좋아하지만 청국장을 싫어하는 관계로 낫또가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실처럼 쭉쭉 늘어지며 미끄덩거리는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후쿠오카로 출발하기 전 찍은 거리 풍경. 간이역과 인력거. 유후인은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도는 것이 흔하다고 하는데(우리는 엄마가 자전거를 못타는 관계로 관뒀다)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인력거도 다니고 관광택시도 다니고 마차도 다니고 한다. 이제 후쿠오카로 다시 간다. 우리의 마지막날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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