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에코토피아 캠프를 향해 가는 4일 동안의 바이크투어는 9월 14일 함양에서 출발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읍내에서 만나 병곡면 대광마을을 향해 갔습니다. 대봉산과 백암산 사이 계곡에 자리잡은 대광마을 일대에서 함양군은 ‘함양 사계 포유(4U)’라는 이름의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사이에 ‘원주민을 몰아내는 난개발사업 결사반대한다, 대광마을주민대책위원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중앙정부가 조성한 지방소멸대응기금 공모와 민간 투자를 더해 이루어지는 이 사업으로 주택단지와 캠핑장, 정원과 골프장 등을 조성하여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할 거라고 합니다. 마을 대책위 분들은 전례없이 더운 추석 연휴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먹으며 인사를 나누고 사업을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에 마을 뒤쪽 길로 백암산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주택 실내에서 세 명의 사람이 ‘골프장 말고 논 밭 숲’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웃으며 서 있다.

 

산림청은 매년 각 지역에서 숲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간벌을 진행하고 이를 위한 임도를 꾸준히 만들고 있습니다. 경제성을 높이고 산불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간벌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해온 주민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지난 사업 자료와 비교하여 실제 간벌지를 보면 절반 가까이 계획서와 다른 결과를 보인다고 말합니다. 숲을 경제성의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간벌  사업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사업상의 목적에도 어긋나는 방식으로 일부 나무를 특정하여 무단 반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산불 대응을 위해 만든다는 임도는 무단 반출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며 산사태의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산길에 7명의 사람들이 서서 위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큰 나무가 끈으로 묶여 있고, 아래로 가파른 경사면에는 흙이 흘러내린 자국이 보인다.

 

정상부가 점점 가까워지며 산 아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산너머의 지곡면 일대도 보였습니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과 도비를 합친 예산보다 3배 더 많은 1천억원 이상의 민간투자가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없습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함양군은 전체 사업에서 골프장을 제외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공모사업안 변경을 위해 진행되는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 사업의 절차상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우선 공모 결과가 발표된 올해 1월까지 영향권에 들어가는 지역 주민들은 사업 계획을 알지 못했습니다. 군은 사업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고 투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습니다. 6월이 되어서야 구색을 맞추기 위한 주민설명회가 진행되었으나, 주민들은 항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사전타당성과 경제성을 평가하는 작업이 뒤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주민들은 사업 진행에 근거가 되는 세부계획서를 요청했으나 군청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산 아래 시가지 풍경이 보이는 사진이다. 뒤로 높은 산들이 많고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있다.

 

백암산 정상에서는 대광마을 위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광평천과 위천으로 이어지는 강줄기와 함양 읍내가 한 눈에 보였습니다. 그 옆으로는 ‘함양 사계 포유’ 사업과 연계하여 활용하겠다는 대봉산 휴양밸리 시설이 보였습니다. 군이 ‘함양의 랜드마크’라 주장하는 휴양밸리는 사업 추진 때부터 타당성과 경제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결국 10여년 동안 1천억원을 들여 건설되었고, 개장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백암산, 621.4m, 함양군’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는 공터에서 7명의 사람들이 ‘골프장 말고 논 밭 숲’이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서 있다.

 

일부 개발사업자와 관청이 무책임하게 대규모 개발사업을 밀어붙이는 동안 이 곳에서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들의 존재와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조성되었다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오히려 미래를 위협하는 개발사업에 쓰이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주민 대책위는 매일 군청 앞 1인 시위와 매달 집회를 개최하고, 법적 행정적 측면에서의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비롯하여 이 곳에서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 모든 존재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골프장을 짓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사업이 아니라 논과 밭, 숲을 지키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백암산에서 내려와 마을 분들께 인사를 드린 뒤, 최상두 선생님의 안내로 도착한 조용한 강변에서 잠자리를 꾸리고 참가자가 준비한 게임 워크숍을 진행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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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7 11:14 2024/10/07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