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 앞에서
- 박재삼
사랑하는 사람아,
네 맑은 눈
고운 볼을
나는 오래 볼 수가 없다.
한정없이 말을 자꾸 걸어오는
그 수다를 당할 수가 없다.
나이 들면 부끄러운 것,
네 살냄새에 홀려
살戀愛나 생각하는
그 죄를 그대로 지고 갈 수가 없다.
저 수박덩이처럼 그냥은
둥글 도리가 없고
저 참외처럼 그냥은
달콤할 도리가 없는,
이 복잡하고도 아픈 짐을
사랑하는 사람아
나는 여기 부려놓고 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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