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전면적으로 상호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개인은 누구나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 노동이든 육체 노동이든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세상의 행운을 독차지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 노동은 본질적으로 강제 노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환기가 안 되는 공장에서 쇠를 깍든, 시원한 냉방 시스템이 갖춰진 사무실에서 볼펜을 굴리든 그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한 개인이 노동이 수행되는 시간과 공간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은 강제 노동이다.

직업은 노동이 수행되는 방식을 규정한다. 노동하는 개인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미리 결정된 노동 형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자의에 의해 선택된 노동이 아니라면 그 노동은 보람과 기쁨을 주기보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동으로 전락한다. 노동이 삶을 지속하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버릴 때 인간은 노동의 소외를 경험한다.

노동의 소외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이 즐겁고 창조적인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은 노동하는 사람의 신체와 분리되어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인간은 노동하는 동안 일정한 공간과 시간에 자신의 신체를 묶어 둘 수밖에 없다. 특히 분업화되고 관료화된 사회에서 노동은 인간을 타율적인 존재로 만든다.

처음 네그리의 노동 거부 테제를 접했을 때는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학생들에게 높은 연봉과 노동시간 단축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높은 연봉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놀면 뭐해요~." 솔직히 이제 좀 놀아보자고 말할 수 있는 네그리가 부럽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수십만 개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장담한다고 지껄인다. 누가 이젠 놀 때도 되었다고 말 좀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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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3:28 2012/01/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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