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005년 8월 15일부터 담배를 끊었다. 내가 그날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날이 특별한 공휴일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담배를 "끊은 날"이라는 나만의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날을 기점으로 확실히 끊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들도 있었다. 어찌되었던 나는 그날부터 니코틴의 노예로 살기를 거부한 것이다.

사정은 이러하다. 2005년 8월 14일 밤. 나와 동료들은 창원의 모 술집에서 늦은 저녁부터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생맥주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아니 우리가 얼마나 담배를 많이 피웠는지는 기억난다. 재떨이에 수북이 쌓인 꽁초를 여러 번 비우기도 했지만 대화도중 한시도 손가락에서 담배를 뗀 적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잠에서 깨었을 때 나는 나의 상태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천장이 빙빙 돌고 머리는 어지럽다 못해 역겨움을 느낄 정도였다. 일어나 앉았지만 구역질이나 제대로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몸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니코틴에 취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난 밤 얼마나 피웠을까? 아마 6시간 동안 3갑 정도를 피웠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깨어있었던 만 하루 동안 4갑의 담배를 피운 셈이다.

그렇게 나는 담배를 끊었다. 정말 8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단 한 개비의 담배도 입에 물지 않았다. 2005년의 나머지 네 달 동안 가끔 어떤 유혹 때문에, 또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몇 번 입에 담배를 물기도 했지만 2006년부터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담배를 끊은 것이다. 어떤 면에서 나는 담배를 참 쉽게 끊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도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사실 나는 그동안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성공한 셈이다.

물론 나는 나의 정신력이 대단해서 그렇게 담배를 누구보다도 재빨리 끊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나는 담배가 나의 체질과 그렇게 잘 맞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꾸준히 실행했는데, 가장 먼저 나는 대중목욕탕에 자주 갔다. 일주일에 세 번, 어떤 달은 20번을 가기도 했다. 당연히 몸에서 땀을 빼기 위해서였다. 반신욕과 한증을 반복하면서 나는 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꼈다.

담배를 끊은 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목에서 1년 정도 가래가 끓었다. 알아보니 담배를 끊으면 1년에서 2년 정도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정상적인 과정이란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만 화장실에 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담배를 끊기 전까지는 하루에 두세 번 화장실에 들락거렸다. 무얼 먹으면 금방 화장실에 가곤했다. 당연히 아침에 한번만 화장실에 가게 되니 2년 정도 지나자 몸에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10년 이상 몸무게를 57kg으로 유지하고 있었기에 나는 내가 건강 체질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몸무게가 68kg정도다. 요즘은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혀 나오지 않던 배도 나온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변화는 술을 많이 마시게 되더라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술을 마셔도 쉽게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술이 느니 자연스레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로 담배를 끊은 지 만 4년째다. 그런데, 최근 담배를 핀다. 심지어는 담배를 피기 위해 술을 마신다. 한번, 낮에 피워봤다. 낮에 피는 담배는 소위 맛이 없었다. 연기만 매캐하고 어지럽고 손가락에서 심하게 담배 냄새가 났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서 피는 담배는 낮에 필 때와 달리 좋았다. "좋다"라는 표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최근 자주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면 담배를 핀다. 어떤 날은 반 갑 정도 핀다.

물론 다시 목에 가래가 끓고 손가락에서 심한 냄새가 나고 손톱 밑에 니코틴 때가 낀다. 화장실에도 자주 들락거린다. 그리고 나는 체념과 절망이 같은 뜻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작은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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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6:18 2012/01/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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