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근성

일상 2011/11/29 20:21

대학에서 전임교수로 있는 사람들은 술자리건 세미나건 대부분 과묵하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경청하며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지만 조심스럽다. 소위 말해 예의바르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주인의 품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에 대학의 비전임교수인 비정규교수들의 술자리나 세미나의 경우 전임교수들의 경우와 상당히 다르다. 역동적이고 도전적이며 날카롭다. 한 마디로 예의 없고 배려하는 마음 없고 감정적이고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굴종적인 노예의 태도를 몸에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자유다. 삶이 다르면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행동이 다르다. 나는 어떤 경우인가 하면 해운대에서(서울의 경우 강남 정도인가?) 만나는 사람들의 외모와 걸음걸이, 말하는 방식이나 표정, 서로간의 반응 태도가 여타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그것과 다른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두 경우 모두 나의 자의적인 판단이고 나의 판단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도 상당히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나는 이런 면에서 상당히 꼬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부류가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니 계급의식이다. 그들은 동일한 계급의식을 공유하며 자본가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제삼의 계급으로서 자신들의 지위를 서로 존중한다. 레닌도 이 계급을 두려워 했다. 그래서 동지로 만들 수 없으면 최소한 중립을 지키도록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나대는 소수의 권력을 지향하는 지식인들 이외에는 조용하게 잘 살아갈 수 있었다. 침묵이 금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부류가 바로 이 계급에 속한 자들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계급은 자신들의 속성을 근본적으로 바꾼 적이 없다. 일관성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이 계급에 속하는 자들은 저들의 선조들을 우러러 보는 것 만으로도 배가 부르기 때문에 선조들의 말씀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날 대학의 먹물들과 정치 토론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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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9 20:21 2011/11/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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