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체의 "기술 빈곤" 해결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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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일어나는 일들

* 오늘 한 사무실에 갔더니 거기 계시던 분이 날 보자마자 "○○○님 아시죠? 지각생을 막 찾으시던데요?"라고 알려주셨다. 전화를 드려 보니 엑셀 문서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매크로 바이러스인가 했지만 얘기를 나눠보니 랜섬웨어(ransomware)에 걸린 것 같다. 확인해보니 랜섬웨어가 맞다며 눈물의 문자가 왔다. 랜섬웨어에 대해서는 비영리IT지원센터의 박준성, 김금진님이 좋은 안내글을 써주셨다. 

[ A TO Z ] 랜섬웨어에 감염됐어요~! 고칠 수 있나요?

지금도 전국 어디선가 어떤 활동가의 PC가 망가져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 연말이 다가오니 단체 홈페이지를 연내에 만들기로 한 곳들이 급해진다. 시간이 부족한데 모은 돈도 없고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할지도 모르다보면 한 두 사람 거쳐 물어보거나 인터넷에서 가장 싸게 해주는 곳을 찾아 맡기기 쉽상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싸게 하다보면 크게 후회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사회단체를 잘 알고 공익 활동의 의미로 싸게 해주는 업체라면 걱정이 없는데 그렇진 않고 가격만 싸게 부르는 곳은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얼마를 쓰던 반드시 후회하게 되므로 성급히 결정하기 전에 꼭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라며( fosswithyou@gmail.com ), 1년이 더 지나더라도 "사회단체를 잘 아는 믿을만한 업체에게 조금 더 모은 돈으로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 

* PC는 더 이상 사회단체에게 중요한 이슈가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년 전 한 사회적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두 대의 PC가 고장이 나서 유명한 PC정비업체를 불렀는데 동시에 고장이 났다는 이유로 디도스(DDOS)일 수 있다고 사무실에 있는 PC를 모두 수거해 갔다. 며칠 후에 돌아온 PC는 모두 하드디스크가 바뀌어 있었고 사용하던 프로그램과 파일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물으니 디도스가 맞았다고 말하며 모든 데이터가 이미 손상을 입어 복구할 수 없었다는 소리를 하고 수리비 백만원을 지금 당장 입금하라고 했다. PC를 잘 모르다보니 그 동안 무슨 말을 해도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갈 수 밖에 없던 그 사회적기업에서 결국 도움을 청하다 내게 연락이 닿았다. 뜯어보니 하드는 모두 기존 것보다 저용량에 중고품이었고, 계산서를 보니 시중 부품 가격의 3~4배를 청구하고 있었다. 데이터도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 업체가 빼돌려 놓고 다른 복구 업체가 손을 대면 하드 자체가 손상되게 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다면 여러 곳의 얘기를 합쳐서 말하는 줄로 알았을 만큼 그 밖에도 부당한 일 투성이었는데, 나는 그 업체를 꼭 혼내주자고 얘기했지만 사회적기업 활동가들은 이미 너무 정신적으로 지쳐서 그냥 새로 PC를 셋팅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결국 내가 새로 PC를 맞춰주고 데이터 백업 서버를 사무실 내에 만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사회단체의 기술역량을 바라보는 관점

사회단체들이 대체 어떻게 하면 IT를 잘 쓸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나 외에도 많은 IT인이 개인적 선행으로 몇몇 단체들을 지원해왔고, 기업은 CSR을 한다며 컴퓨터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단체들도 나름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개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내가 사회운동에 IT를 잘 써보려고 근본 없는 활동을 시작한 것도 10년이 넘었는데, 내 이전에 기여를 해온 사람까지 합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지금까지 있었지만 큰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어떤 것이 빠졌던 것일까? 

답은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다 단체들이 돈이 없으니 그런거지", 분명한 큰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또 그렇다면 정말 뭘 해볼 것도 없고 말이다). 인과관계는 유기적이고 순환하는 것이 있어 오래 누적된 문제는 어느 한 가지만 해결하면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IT의 부족은 경제적 빈곤 상태가 초래한 결과가 아니라 IT의 부족 자체를 "기술(적) 빈곤"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제안한다. 개별 주체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함께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예전에 비해 그나마 한국에서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빈곤을 100% 개인적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점이다. 빈곤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 확산된 것 같으며,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 가난해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전보다 줄어들었다. 10년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빈곤의 원인은 가난한 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있습니다.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우리의 선입견과 사회구조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 스스로 가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만 빈곤을 퇴치할 수 있습니다".

"기술 빈곤"이라는 개념으로 사회단체의 IT활용을 바라보면 어떨까? 지금까지는 사회단체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 IT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사회단체가 돈이 없는 것은 정치적 역사적 맥락이 있는 것인데 오직 운영을 비효율적으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사회단체가 IT를 못 쓰는 것을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진정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일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단체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IT환경을 갖추는 것을 의무가 아닌 권리(IT기본권)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자구노력을 뒷받침할 여러 공적, 사회적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진행할 수 있다.

 

기술 문제를 구조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단체의 IT활용 부족을 빈곤(구조적)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 IT를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일부 있다. 있으면 아주 좋지만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2016년의 한국에서는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IT를 절박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이 문제를 심각한 것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을 막는다. 

* IT를 의지나 재능에 의존하는 문제로 여기는 것도 원인이다. "피해자 비난"과 연관되는 부분인데, IT를 적극적으로 쓰기 위해 필요한 제반 환경의 문제에 대해 고찰하기 보다는 "활동가들이 기술 공부를 안해서", "인문학 중심의 시민사회가 과학기술을 천대하거나 무지해서" IT 부족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 용어로 "행위자-관찰자 편향" 이라고 일컫는 현상이 있다. 자신의 행동의 동기는 환경적 요인에서 찾지만 타인의 행동의 동기는 그 사람의 내면적인 데서 찾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타인이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꾸짖고 가르치지만 자신의 행동은 쉽게 합리화한다. 진정 타인의 변화를 원한다면 그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로 나는 이 현상을 해석하고 있다.

* 실제와 달리 IT의 공급이 많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도 원인이다. 지금 한국은 "IT과잉"이라고 여겨지는 여러 징후가 드러나고 있는데, 실제로는 여러 불균형에 의해 일부(특히 하드웨어)에 한해 과잉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식의 오류로 인해 마치 전반적으로 모든 곳에 IT가 과잉 공급되는 것으로 여겨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회단체의 IT역량 문제를 빈곤의 문제로, 구조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

  •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다양하고 역사적인 원인들 (외적 요인)
  • 현 구조의 문제가 심화되고 자체 개선되지 않는 이유 (내적 요인)
  • "기술 빈곤"을 정의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들
  •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대안들

이 주제들 각각은 별도의 글로 다룰 예정이다.

 

기술 빈곤을 해결하려는 노력

사회단체에 IT를 보급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와 사람들은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있었다. 진보넷부터 내가 속했던 노동넷과 그 전신인 노동정보화사업단 등의 시민사회단체가 있고, 단체들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활동가 그룹(피스넷 등)과 개인사업자가 있으며, 2000년대에는 다음세대재단 등의 공익재단들이 생겨났다. 각각 다른 방식이지만 지금의 시민사회단체들의 IT역량은 이런 주체들의 노력이 만든 결과이다. 기존의 IT사회단체와 활동가그룹은 2016년 현재 진보넷 외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며, 2013년에 설립한 비영리IT지원센터가 여러 공익IT활동가 그룹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안전문가들이 얼마 전에 만든 단체인 소셜정보안전센터가 그런 예이다.

다음세대재단은 해마다 개최하는 "체인지온" 컨퍼런스를 통해 시민사회단체들의 IT리더십을 함양하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컨퍼런스때 발표하는 <비영리 미디어 실태조사>는 비영리/시민사회의 IT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최근의 자료인 2015년 조사결과는 SNS등 미디어 활용실태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조금 더 넓게 IT활용 실태를 파악하고 싶다면 2014년 실태조사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런 노력들은 실제로 많은 반향을 일으켜, 다양한 기술과 생각을 접한 활동가들이 단체로 돌아가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의욕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나, IT에 대해 얘기하는 일반적인 활동가들의 표정들을 보면 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IT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훌륭한 인사이트와 기술정보들이 있어도, 그것을 조직 내 프로세스와 활동 양식에 녹여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들이 있고, 장기간 동안 극복이 되지 않아 피로가 누적되어 있을 뿐이다.

늘어나는 외부의 "공급"에도 불구하고 그에 비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 기본 체력 부족

  사회단체의 IT역량 부족 상태(빈곤상태)는 대체로 오래 지속되어 왔다. 끊임 없이 발생하는 사회이슈를 대응하는 것조차 버거운 활동가들은 스스로 IT를 깊게 공부하기 어려우며, 설령 IT를 잘 알던 사람도 몇 년 동안 단체 고유의 활동을 하다 보면 최근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어한다. 새롭게 들어온 활동가는 IT에 대해 잘 알더라도 조직의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해 IT를 조직내 프로세스(IT거버넌스)와 활동에 접목시키는 것이 어렵다. (여기서 IT거버넌스는 IT에 관한 의사결정, IT를 통한 의사결정 모두를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대체로 어느 시점에서 가장 흔한 IT교육은 그 시기의 트렌드에 맞춘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를 위한 IT교육은 최신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오랜 기간 보편적으로 널리 쓰인 기술"을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IT인이 아니라는 점은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 피로 누적

 많은 단체들이 이 글 맨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사례를 직접 체험한다. 신뢰할 수 있는 IT업체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많은 단체에 있어 IT는 불안하고, 피곤한 것으로 인식된다. 사회단체 활동가에게 IT관련한 제안을 하고 싶다면 "좋은 것이 있어"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실제로 적용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며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 사상의 빈곤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며 사회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상이다. 한국은 과학기술학STS의 전통이 단절됐다고 생각될 정도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담론이 부족하다. "기술결정론"이 지배적이어서 좋은 품질의 과학기술은 무조건 공급을 늘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단체의 현실을 먼저 이해하고 실제 수요자에 맞춰 출발하는 정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까닭에, 결국 제공자만 만족하는 기술지원 사업이 대부분이다.

* 지속되는 관계 부족

 기술 도입이 성공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조직 구성원 모두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외부의 제안이나 기여로 새로운 IT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지만, 그것을 단체의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고 유지보수하는 노력이 이어지지 않으면 많은 경우 실패한다. 기업에서 빠르게 파일롯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실시하는 해커톤 방식이 비영리/시민사회를 위해서도 실시된 적이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대부분 오래 가지 않아 쓸 수없게 되었다. 시민사회단체에는 신뢰할 수 있고 상당 기간 동안 긴밀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필요할 때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 기술 수용/공유 용량 부족

단체에 필요한 IT기술은 저마다 종류와 수준이 다르며,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만일 한 단체가 몇 년간 수행할 활동을 위해 필요한 IT기술을 모두 갖춰두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만 갖추려고 하면 그때마다 구축을 위한 노력이 많이 투여되고, 실제 활동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시기가 변해 지금 많이 쓰진 않지만 없앨 수 없는 보존 대상도 있다. 여러 이유로 한 단체가 자체 역량만으로 필요한 IT기술을 모두 수용해 두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이다.

또한 단체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들은 많은 경우 다른 단체와 공통적이다. 지금 이 단체에 필요한 기술(결과물 포함)이 다른 단체에는 필요치 않다가 특정 시기에는 반대가 될 수 있다. 개별 단체에서 IT에 동원할 여력도 부족하고, 수용해 둘 수 있는 기술의 양도 한계가 있으며 서로 공통된다면 가장 좋은 것은 여러 단체들이 기술(성과물)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러 단체가 공유하는 창고 같은 개념으로 기술공동체를 상정해서 IT자산과 역량을 유지한다면 개별 단체들의 부담을 낮출 뿐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IT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현재 상태에서, 인적 순환이 많아 흔히 "좁은 바닥"이라고 말하는 비영리-시민사회에서는 이런 공용의 수용공간/시스템이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어떻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한국 사회단체의 기술 빈곤(tech-poor)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공급량 증대만이 아닌 다양하고 꾸준한 시도가 필요하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있었던 기술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민사회단체를 자선형식으로 꾸준히 돕는 주체들은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조직화를 하거나, 자선형식을 넘어선 방식의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 결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을 소개하면, 2012년에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IT시민단체'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고,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2013년에 사단법인 비영리IT지원센터를 만들 수 있었다. 2015년 초까지 직접 상근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기존 방식의 IT공급을 계속 확대하는 것은 지금의 비영리IT지원센터로도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말 비영리/시민사회의 IT역량을 한층 한층 발전시키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다르게 접근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2012년 초의 흐름을 다시 살려 두번째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꾸준히 기술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공동체의 성격을 갖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3단계에 걸쳐 비영리/시민사회단체의 IT역량을 키워간다. 1단계는 IT에 관해 안심할 수 있게 하는 단계로 PC정비, 홈페이지 개/보수, 데이터 백업 등의 "인프라 유지보수" 사업을 수행한다. 2단계는 IT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단계로 각종 통계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조합원 교육을 통해 기초 체력을 기르며, 단체 활동과 관련한 여러 자료를 온라인DB화 하는 과업들을 수행한다. 3단계는 IT를 활동에 접목시키는 단계로 IT를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여러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시도를 실패 부담을 줄이며 실시한다.

이 기획은 사회단체들의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밖에도 공적 지원확대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IT가 그 자체로 여러 사회단체들에게 중요한 화두의 위치를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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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22:46 2016/10/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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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정의

잡기장

 

1. 지하철 두줄 서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작년(2015년)으로 끝난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한 줄 서기 캠페인이 2년만에 정착한 것에 비하면 8년간 했던 캠페인이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 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된지 얼마 후, 에스컬레이터를 정비하는 친구가 있어 얘기를 들었는데 과장이 섞였을 수 있지만 고장이 세 배로 늘었다고 했다. 일할 사람을 늘리지 않는데 일이 갑자기 많아지니 사람들이 힘들어 그만두고, 그래서 남아 있는 사람의 부담은 더 커졌다. 결국 그 친구도 직장을 옮기게 됐는데 그 후로 나는 한 줄이 비워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기 보다는 (지금보다 기력도 넘쳤으니) 계단을 이용하는 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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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된 초기를 기억한다. 한 줄 서기를 하자고 한 것이 잘못 되서 되돌린다는 인정과 사과는 없이 어느날 갑자기 "잘못된 이용문화 때문에 사고와 고장이 많이 나서 다른 사람이 피해봄"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수년간 지하철 두 줄 서기를 실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왼쪽에 서서 오곤 했다.

본래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타입의 사람은 아닌지라 당연히 무언의 압박을 늘 느끼고 갈등했다. 대놓고 비난하는 것은 이제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끔 노인분들의 중얼거림을 듣곤 한다. 물론 젊은 사람이라고 전혀 안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 불평과 비난은 결국 나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비난을 받는 걸 못 견뎌서(비난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진행중임을 알았어도 오른쪽에 서는 것을 선택한다. 그래서 합정역 6호선 내리는 곳처럼 짧은 에스컬레이터라 모든 사람이 두 줄로 가면 금방 다 올라갈 거리를, 모두 오른쪽에 서기 위해 바글바글 하며 결국 0~2명만 빨리 오르고 모든 사람이 1/2의 속도로 다 같이 늦게 올라가는 광경을 수시로 보게 된다.

내 생각에 합리적인 방안은 출퇴근 시간대나 배차 간격이 길어서 차를 놓쳤을 때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공항철도와 중앙선 환승하는 곳 등에 한 줄 서기를 시행하고, 그 밖의 시간과 장소에는 두 줄서기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한 줄 서기가 고장과 안전사고 증가와 인과관계가 입증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아마 그 반대의 증거가 있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사회가 무엇을 더 중시하고 있는지의 문제인데, 두 줄 서기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줄 서기가 정말 전체적으로 편익을 증가시키고 안전과 고장과 무관해서가 아니라 빠른 것이 선이고 당당하며 느린 것이 악이고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한국의 문화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한 줄 서기 문화가 기계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것이고 "배려"라고 말한다. 그런데 궁금하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날 요인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노약자가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 기계를 중시하는 것인가? 두 줄 서기를 더 선호할 만한 노약자가 자신이 폐가 될까봐 움츠려 들어 한쪽으로 비켜 서 상대적으로 건장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배려'일까? 그것보다는 느리게 걸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안심하고 천천히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자동차 운전자가 기다려 주는 장면이 정말 '배려'란 표현에 어울린다. 전자는 한국 사회의 성장 신화가 약자에게 주입한 '죄의식'에 가깝다.

 

2. 자전거와 보행자

요즘은 거의 자전거도로와 보행도로가 구분되서 지어지는 것 같지만 오랫 동안 구분 없이 같이 이용을 해왔다. 나 외의 우리 가족 모두는 다 그런 도로에서 크고 작은 사고의 경험이 있다. 어머니는 고등학생이 자전거로 질주하는 것에 부딪혀 입원할 정도였으니. 그런 길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다 보면 지금도 자주 보는 광경이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자전거가 빵빵 울려대고 신경질적으로 한 마디 하며 지나치는 것이다.

자전거와 걷는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전거와 자전거 간에도 느린 것이 어디 나와서 짜증나게 하느냐는 말풍선이 어울리는 표정과 태도로 추월해 가는 경우는 제법 있다. 그럼 한창 자전거를 타며 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있던 나는 10대의 마음으로 다시 그 사람을 추월해주면서 '지나가겠습니다'라고 공손하게 말해주는 것으로 되갚아 주기도 한다.

자동차 운전은 안하지만 자동차 도로에도 비슷한 상황은 자주 겪는 것 같다. 천천히 운전하는 자동차 옆을 지나가며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차별적으로 욕하는 장면은 TV에도 종종 나온다. 길에서 다양하게 일어나는 분노와 짜증은 역시나 비슷한 맥락이다. 느린 것은 사회적으로 손실을 입히는 죄이며, 빠른 것에게 언제나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길을 걷는 사람의 권리, 천천히 자전거를 탈 자유, 안전 수칙을 지키며 운전하는 마음가짐은 지금 더 빨리 갈 수 있는 (그가 꼭 "빨리 가야 하는"것인지는 검증할 수 없지만)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제일 원칙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자전거가 뒤에서 빵빵 거리면 앞에 걷던 사람들은 대개 놀라서 얼른 몸을 피한다. 이것은 사고의 위험을 감지해서 그러는 것과는 조금 다른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 내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있었구나 살피지 못한 내 잘못이다."

 

3. 민주적 토론과 조직 운영

회의에 관해서는 몇차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여 회의와 토론을 하다 보면 언제나 두 가지 이상의 그룹으로 나눠진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다른 사람의 주장도 금방 캐치해서 바로 이어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바로 이해되지 않거나 곱씹고 싶은 게 많아서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기회는 적극적으로 잡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회의에서 말을 많이 안 한 사람이 충분히 생각을 한 다음 다음 회의에서는 많은 의견 개진을 하고, 서로 돌아가며 이런 분위기가 반복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회의가 반복되다보면 역시나 "늘 적극적인 사람"과 "늘 뭔가 생각만 하는 사람"으로 나눠지는 경우가 많다.

만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좋은 얘기 같아 깊이 함께 하고픈데, 내가 배경 지식이나 사전 고민이 부족해서 이해가 충분치 않고 뭔가 놓치는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쉬었다 하자고 하거나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얘길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쉬기 보다 빨리 하고 끝내자", 이해가 안 되서 궁금해하면 "나중에 잘 설명해줄게, 나랑 얘기합시다" 이런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그래 놓고 나중에 따로 얘기 안해준다)

다른 글에서 썼듯이 "반대하지 않으면 동의"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얘기를 정리해서 회의를 효율적으로 빨리 하려는 문화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런 문화에서 다른 사람들이 막힘 없이 서로 얘기하고 있으면 "내가 잘 몰라서" "평소에 고민을 안해서"라고 자책하며 중간에 질문이나 쉬자는 얘기를 하는 것을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하는 곳도 조금만 방심하면 그런 양상으로 흐르는 일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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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별도의 진행자를 둬서 적절한 휴식과 주제 환기로 흐름을 조절하거나, 말을 많이 안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생각하세요?" 식으로 발언을 권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흐름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이해와 생각, 표현 속도가 빠르지 않은 사람은 항상 "내가 말을 해도 되나?"라는 고민을 안게 되기 쉬운데, 진행자가 발언을 요청하는 것은 그런 고민이 없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은 기회로 "사실 나는 아까.." 하면서 뒤늦게 한 얘기가 함께 나누던 이야기의 본질을 건드리거나 이면을 생각하게 하며 중요한 가치를 상기시키는 경우도 상당하다.

 

죄책감 없이 당당하기 위해

한국 사회가 짧은 기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면서 빨리빨리 문화가 깊이 뿌리내렸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한국인이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속도만을 중시해 여러 가지 부실을 낳은 것도 문제이지만, 힘이 없어 충분히 빠를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일상적으로 죄책감을 계속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큰 폐해이다.

빠른 것은 성실, 성공, 재미, 생존 등을 떠올리게 하고 느린 것은 나태, 실패, 지루, 도태 등을 떠올리게 한다. 느리게 사는 사람은 부끄러워하고 빠른 사람은 당당하게 "비켜 있어"라고 말하게 한다. 느리게 살자고 감히 얘기하는 사람은 배때지가 부른 사람 취급하거나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한다. 노약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건장한 사람에게 비켜주는 것을 배려라고 말하고, 다수가 1/2의 속도로 가며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소수의 사람이 2배의 속도로 가는 것이 사회의 편익을 증진시킨다고 말한다.

제도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실제 세상을 바꾸는 주체인 "힘없는 보통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아무리 협동조합 등 좋은 사회적경제조직의 모델이 나와도 "충분히 느린 속도"로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편안하지 않다면 실제적인 변화는 다시금 뒤로 미뤄질 수 있다. 특정한 나쁜 문화를 만든 것은 제도와 소수의 기득권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좋은 문화로 바꾸는 것은 공익 캠페인을 하던 안하던 일상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진정한 배려는 느린 사람이 비켜서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사람이 공존을 위해 멈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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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7 23:31 2016/06/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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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IT지원

IT 단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회단체와 활동가들에게 맞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사회적기업만해도 여럿이며, 보안 전문가들의 단체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IT단체 하면 떠오르는 곳이 진보넷 정도였던 상황에 비하면 좋은 IT를 제공하려는 집단이 많아지는 지금의 추세는 아주 기쁘고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제 기억으로 IT에 대한 사회단체들의 기대는 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아주 뜨거웠습니다. 단체들의 IT활용 능력이 사회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 그렇게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앞서가는 응용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IT가 점점 크고 복잡해지면서 단체들의 IT구매력과 정보력은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많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단체들의 상호협력과 결속력도 어떤 면에선 예전보다 못한 것 같고, 기술적으로 협력할 바탕도 없다보니 개별 단체가 외롭게 IT역량을 키워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사회단체들은 지금 있는 IT라도 잘 유지하며 우연한 계기로 IT역량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다소 수동적인 태도가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점차 늘어나는 "좋은 IT"의 공급을 사회단체들이 잘 받아들이고 다시 예전처럼 "뜨겁게 활동에 응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단체들이 기술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자는 제안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

4년전 이맘때 IT단체를 만들자는 제안에 호응해주신 훌륭한 분들 덕에 2013년에 사단법인 비영리IT지원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Techsoup Korea가 되어 소프트웨어의 저렴한 공급이 가능해졌고, 공공 부문과 기업에서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하도록 견인하는 역할 등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두번째로 설립을 제안하는 IT단체는 "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사회단체들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으로서 서로 협력하며 주체적으로 IT실력을 키워가기 위한 기술공동체입니다.

관련글 : [비영리조직과 IT인]

대부분 공급자(생산자) 입장에서 사고하기 쉬운 것이 IT인데, 저처럼 소비자(이용자) 측면에서 바라보시는 시니어 IT자원활동가 두 분을 만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비영리IT지원센터의 조직적 지원을 받으며 준비 논의를 시작했고, 별일사무소,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빈마을, 흥사단, 정토회 등 여러 단체의 전/현직 활동가들이 이미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한여름이 되기 전인 5월 말이나 6월초에 발기인대회를 열어 공식화하고 설립동의인을 모아 이르면 8,9월에 창립총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발기인대회 때 공유할 내용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5월 27일(금)로 일단 예정하고 있는 발기인대회에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

 

1. 설립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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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단체들이 IT를 잘 모르고 못쓴다고 구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체 활동가들도 IT를 더 잘 활용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합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기본권에 해당합니다. 누군가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그들은 정당한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회 구조적인 얘길 시작하진 않겠습니다만, 지금 보편적인 중소규모의 단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임계점을 넘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바탕과 꾸준한 공공 지원, 그리고 효과적인 프로세스들입니다. 공급하는 측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고 있으니 잘 받아 갈무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그리고 정말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용자인 사회단체들이 모여 어느 정도의 규모를 이룬다면 사회단체를 위해 앱(App)을 제작하려는 IT기술인에게는 더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고 효과적인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협력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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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이 많이 활성화되었고, 훌륭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생겨나면서 전통적이지 않은 소비자 협동조합 모델은 많은 분들이 이미 접하고 계실 것입니다. IT 소비 협동조합은 IT제품과 서비스 등을 안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3. 기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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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상 단체들이 홈페이지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알고 싶어하는 답답한 점은 "우리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얼마를 들이면 되는지"였습니다. 이 정도를 요구하기 위해 최소한 얼마 정도를 준비해야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불쾌하게 안하고 얘기를 꺼내볼 수 있을지 알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 기준을 알아내면 어떻게든 그만큼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씁니다만 시간이 많이 걸려 결국 연기하는 경우가 꽤 되지요. (지금도 정말 사정이 딱하거나 그 단체에 대한 강한 지원 의지로 손해 봐가며 아주 저렴하게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훌륭한 웹 제작업체가 있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무조건 싸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어렵게 얼마간 돈을 모았다면 그것 만큼의 결과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산을 많이 못 모았다고 "그저 어떻게든 최소한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자신 없어 하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 충분한 얘길 못해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결국 양쪽이 다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단체들은 홈페이지 제작에 비용을 들이는 것을 더욱 소극적으로 하게 되고, 호의로 도와준 웹 제작업체는 "그냥 제값 받고 남들처럼 해주자"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IT소비협동조합이 되면 제작 기획단계부터 상담과 정보 제공을 통해 보다 성공률이 높은 프로젝트가 되도록 해 줄 수 있으며 사후 관리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돈을 많이 들이지 못하던 단체들도 들인 만큼의 성과를 내는 것이 반복되면 차후 새로운 기획을 하게 될 때 좀 더 적극적이 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단체들의 IT역량은 발전할 것입니다.

이 조합이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 소비자(이용자)인 조합원들의 평소 활동으로 축적한 공유 자산과 역량을 동원해 긴급한 이슈에 대응하는 활동가들에게 기본적인 IT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원이 극히 부족한 신생단체에도 일시적 지원이 가능하겠죠. 제가 이 조합이 만들어지면 가장 바라는 점 중 하나입니다.

 

4. 조합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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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데이터 보존

지금도 많은 단체들에서 데이터들이 손실되고 있습니다. 이것만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데이터는 잘 보존되고 아카이빙되면 그 자체로 점점 큰 힘을 내게 됩니다만, 작은 단체들에서는 언제 사라지는지도 모르게 데이터들이 사라지거나 하드웨어 문제, 해킹 등으로 한번에 많은 것을 잃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일시적 이슈를 위해 데이터를 모아 둔 사이트가 더 이상 운영 주체가 없어서 방치했다가 변조되기도 하고, 단체가 해산하게 되면 누구도 돌보지 않아 소중한 자료들이 그냥 사라집니다.

이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단체는 기본적으로 더 이상 데이터가 손실되지 않게 하는 것부터 할 것입니다. 빅 데이터 시대에 더욱 돋보이는 굿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천인 사회단체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데이터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오래된 명제이지요.

4-2. 웹 분석기 설치

조합원에게는 웹 분석기도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권유하고, 설치 과정을 지원할 것입니다. 통계가 어떻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지 가장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예가 아닐까 싶어요. 작년부터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있는 유명한 단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사이트에 들어와 어떻게 머물다 가는지 세부적으로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보니 결국 전통적 방식으로 "첫 페이지에 노출시키기 위해" 소속 활동가들이 저마다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이런 저런 요구들의 타협으로 특색 없는 사이트가 될 뻔 하였습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조언으로 방향을 다시 잡고 제대로 추진 중입니다. 늦었지만 구글 웹분석기도 설치해서 이번 달 중에 (2016년 5월) 결과를 보기로 했고요. 정책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생기면 관습과 직관에 의한 결정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초가 되겠지요.

4-3. 안심 A/S

이것에 대해서는 2년전 제가 겪은 황당한 사례를 얘기하겠습니다. 성북구에 있는 사회적기업인데요, 어느날 컴퓨터 두대가 고장나서 전에 이용한 적이 있는 정비 업체를 불렀습니다. 그 사람이 말하길 두 대가 동시에 고장난 것이 DDOS때문일 수 있으니 사무실에 있는 PC를 모두 가져가서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며칠간 일을 못하다 컴퓨터들을 돌려받았는데 세상에 모든 PC들이 포맷되어 있고 데이터는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정비 업체 분은 이미 데이터는 손상됐으니 어서 수리비를 입금하지 않으면 곤란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며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이 비용이 합당한 것인지 알고 싶은데 물어볼 데가 없다가 이 때 저랑 연락이 닿았습니다.

뭔가 얘기들이 이상해서 제가 찾아가보니 세상에 그 비용에 택도 없이 부족한 사양의 하드웨어로 바뀌어 있으며 그나마 모두 중고였습니다. 즉시 그 정비업체 본사에 항의하였는데 제대로 사과도 안하고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응대를 했습니다. 바꿔치기 당한 하드디스크부터 모두 돌려받은 후 비영리IT지원센터의 이선규 이사님을 통해 평소에 데이터를 잘 복원해주신 분에게 가서 여쭤보니 다른 곳에서는 데이터를 복구 못하도록 해놓고(복구를 시도하면 스파크가 난답니다) 자신들이 빼돌려 둔 데이터를 추가 비용을 받아가며 복원해주는 상습적 악덕업체였습니다. 저는 그 사회적기업분들에게 악덕 업체를 제대로 혼내주자고 말씀드렸으나 그 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그 분들은 그저 다시 일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달라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PC를 다시 제대로 견적 내서 맞춰드린 후, 데이터를 백업 할 수 있는 서버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지 않았다면 과장했거나 여러 사례를 섞은 것으로 생각했을 만한 일이 일어나는게 현실입니다. IT소비 협동조합을 만들면 이런 곳이 아니라 제대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연결하거나 대행해주려 합니다.

4-4. IT 완전 기초 교육

활동가를 위한 IT교육은 많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IT기초 원리, 개념들에 대한 교육은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계속 습득하며 실험하기 어려운 사회단체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와도 어느 정도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IT 기술환경에 대한 이해, 개념 소개도 필요합니다. 이런 보편적 IT기술에 대한 교육은 강의하시는 분이 보람을 못 느끼시거나 필요가 없다고 느끼시는 것인지 하려고 하는 분이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홈페이지를 쉽게 만들어주는 여러 서비스들을 이용할 때, 다 만들어두고 주요 포탈에 등록하려고 하다 "도메인"과 "네임 서버"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다보니 홈페이지를 만드는 시간 만큼 혹은 그 이상 고생하다 결국 실패했던 사례도 봐왔습니다. FTP 접속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기도 하지요.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단체 활동가들에게는 이런 기초적인, 그러나 앞으로도 오래 갈 것들에 대한 기본 원리와 개념을 상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힘이 모이면 제공 가능한 많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그런 서비스들의 공통적인 흐름은 아래 그림처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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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조합원 IT역량 강화

조합에 가입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난 단체들은 차근차근 IT활용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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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단체들의 IT관련 손실을 예방하고 안심하고 지출을 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게 된다면, 정기적인 부가 서비스와 여러 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IT역량을 한 단계씩 발전시키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
잘 보존된 데이터와 통계 정보를 참고하여 지금 단체 여건에 맞는 IT 관련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것이고, 단체의 활동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을 것입니다.

IT개발자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공유했던 연장근로 시간 증명 앱 "야근시계"가 홈플러스 영업 노동자들의 야근 시간을 증명하는 법정 자료로 채택된 것처럼, 이미 나와 있는 것을 조금 조정하여 적용하거나 유사한 것을 새로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단체의 활동 양상도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체들의 IT 역량 발전은 자신의 상황을 진단한 후, 그에 적합한 행동들을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보조할 것입니다. 누적된 성공 경험으로, 단순하게 일상적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의 활동들을 더욱 힘있게 하고 더 많은 시민들과 교류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에 IT를 응용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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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에 대한 이야기와 조합 운영, 올해 말까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와 내년 이후에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발기인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설립동의인을 모은 후 합의를 거친 후에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번 달 마지막주 금요일 (2016년 5월 27일) 저녁 7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있도록 최대한 조정하려고 합니다만 이 글을 보고 IT소비 사회적협동조합(준)에 대한 관심이 가는 분들은 일단 그 날의 일정을 비워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그리고 참석 의사가 (이미) 있으신 분은 아래 설문을 통해 일정 잡는 것에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ICT소비 사회적협동조합 발기인대회 일정 설문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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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5 00:46 2016/05/0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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