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IT의 3원칙

사회운동

이 주제의 글을 쓰다가 새벽 4시에 날린게 어느새 2주가 지났다. 그때 그걸 쓰려 했던 이유는 지금 만들고 있는 비영리IT 단체 준비 논의에 필요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실제로 준비 논의하면서 이런 질문이 나왔고, 나는 글을 날려서 논의의 밑밥을 충분히 깔 기회를 날린 것에 더 아쉬움을 느꼈다. "비영리IT란게 대체 뭐냐". 저장만 했어도.. 이 얘기를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하는가를 따지는 건 대체로 재미 없는 일이겠지만, "앞으로 뭔가 좀 해보자"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이런 저런 것이 비영리IT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들은 많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중시하는 것만 세가지를 꼽아보면 이렇다. 

 

 

1. "좋은 IT"를 활용한다. 

 여기서 좋은 IT란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파괴하는 용도의 IT, 침입하고 왜곡/변조하는 IT, 감시하고 검열하는 수단으로서의 IT 같은 "부정적으로 활용되는 IT"가 아닌, 창조적이고 건설적으로 활용되는 IT를 말한다. 

비영리조직들이 다양한 차이는 있어도 거의 모든 활동에 있어 "극복할 대상"은 있다. 그것이 정부일 수도 있고, 특정 정치 세력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마음의 벽일 수도 있다. 그런 대상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각자 쓸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데, 그것이 위에 언급한 "부정적 IT"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식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예를 들어 횡포를 부리는 기득권층의 홈페이지를 변조하고, 통신 내용을 염탐하거나, 거짓을 조장해서 그들을 곤란에 빠뜨리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대개 부작용이 꼭 있고 소수의 뛰어난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그 활동의 과정과 결과가 비영리조직의 역량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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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기프트"의 한장면. 감시 시스템 에셜론

 

 좋은 IT의 예는 "자유소프트웨어 혹은 오픈소스SW"이다. 독점 소프트웨어의 제약과 비용때문에 사회가 평균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의 IT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단체들이 많다. 이런 곳들이 자유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그 피드백을 자유소프트웨어 커뮤니티에 줘서 더 유용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게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모두가 발전하는 형태가 가장 좋다. 

 

 좋은 IT는 위에서 말한 "부정적 IT 활용"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원칙을 꼽은 이유는, 비영리IT활동을 통해 비영리조직들이 IT를 일시적으로 사용한 후 멀리하게 되서(해롭고 위험하다, 믿을 수 없다는 느낌) 장기적으로 IT역량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비영리IT"라면, 그 활동을 통해 IT의 사회적, 긍정적 가치들을 드러내고 키우면서, 지원을 받은 이들이 IT가 재밌고,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무서운 것만은 아니며, 긍정적 가능성이 아주 아주 많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면 좋겠다. 비영리조직에게 IT가 당장의 수단으로만 그치지 않고 계속 심정적으로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제안하는 원칙이다. 

 

(이런 목적이라면, 지나친 하이테크보다는 쉽고 친근한, 보편화된 기술 위주로 IT지원활동을 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

 

 

2. 공동체가 함께 보상을 주고 받는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이다. 

* 보상의 주체 : IT 기여 행위를 받은 당사자와, 영향을 나눠 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함께 보상을 할 수 있다. 

* 보상의 대상 : IT 기여 행위의 보상을 그 행위자가 속한 공동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할 수 있다. 

 

시장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직접 1:1로 구매/판매하는 관계만 있으면 구매력이 없는 주체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어느 가난한 단체가 작은 IT지원만으로도 크게 역량을 늘이고 그로 인한 좋은 영향이 많은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 가정하자. 그 단체가 IT 서비스 구매력이 없고, 모든 IT지원이 "판매"만 되는 상황에서는 그 단체가 필요한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두가지 "우연"을 바랄 수 밖에 없는데, 단체에 갑자기 어떻게든 돈이 생기는것과 아주 선량한 사람이 IT자원활동을 헌신적으로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이 지금 한국의 비영리조직들이 IT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아름다운 우연도 좋지만 그것만 기다릴 수는 없으므로, 지속적인 IT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보상 체계가 보완되면 좋겠다. 주체 측면에서는, IT를 필요로 하는 가난한 주체들이 공동으로 보상 수단을 마련하거나 서로 조금 더 어려운 작은 단체들을 돕는다. 보상의 대상 측면에서는 IT를 지원/판매하는 주체들도 공동체(생태계)를 만들어 간접적인 보상을 공동체 전부가 받아 나눈다. 즉 제공한 IT기술에 가격을 매겨 그것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즉각적으로, 직접적으로, 돈으로서 받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간접적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유소프트웨어를 지원 받은 비영리조직은 그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경험과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에 제출하기로 하고, 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도 좀 더 깊이 있고 체계적인 지원을 오래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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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판매 관계를 아예 없애자, 보상을 받지 말자가 아니라 받는 측, 주는 측 모두 어떤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것을 통해 함께 이로워지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IT기여활동을 하자는 주장이다. 활동의 지속성을 위해 보상을 받되, IT지원 대상에게 돈을 직접적으로 모두 받아내는 방식만이 아닌 다양한 보상 방식을 만들어낸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비영리IT활동이 지속될수록 공동체가 확장된다. 

 

* IT인의 헌신에 의존하지 않는다 : 보상을 꼭 받는다.

 

* 보상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 대상 비영리조직만이 아니라, 여럿이 협력해서 할 수 있는 보상 방식도 강구한다. 

  - 돈 말고도 유형,무형의 다양한 보상의 방식을 찾는다. 비영리조직이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가 있다면 그것을 받을 수 있다. (이게 서로에게 더 좋을 수 있다) 

 

* 보상을 "함께" 받을 수도 있다. 당사자가 직접적 보상을 전부 받는게 아니라 예를 들면 기술 커뮤니티가 받아 모두에게 이로운 사업을 한다. 

 

이 원칙의 요점은, 주는 이, 받는 이 모두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나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3. 자발적 2차 확산을 유도한다.

내가 가장 중시하는 최고의 원칙이다. 1명의 뛰어난 사람이 1000명을 다 직접 만나서 돕는 것이 아니라, 1명이 10명에게, 그 10명이 100명에게, 100명이 1000명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모두가 그 과정에 참여한다. 그 과정은 단순히 내가 잘 쓰고 필요 없게 된것을 남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소화해서 좀 더 풍부하고 다양해진 상태로 또 다른 이에게 전달함으로써 최초 1명의 그 수준보다 향상된 상태로 1000명이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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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바이러스 감염 경로등을 표시하는 생체 네트워크 모델

(http://www.stanford.edu/~thkim7/research.html)

 

(http://www.stanford.edu/~thkim7/research.html)

 

사실 쉬운 얘기는 아니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려면 많은 것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 "2차적으로 전달하기 좋은 형태"를 고안해서 제공한다. 

  - 가볍고 쉽게 만든다. 어렵고 난해하고 거대한 지원은 다시 퍼져 나가기 쉽지 않다. 

  - "세트"를 잘 만든다. 제공하는 알맹이 뿐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것들도 잘 챙겨준다. 참고할 문서, 패키지 등

   

* 받은 이가 실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받은 이가 일시적, 소모적으로 IT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히 오랫동안 도와준다. 

 

* 부작용들을 사전에 예측하고, 조절해 간다. 

  좋은 것을 주려다가 나쁜 것까지 주면, 자발적 2차 확산을 나중에 막아서야 할지도 모른다. 

 

* 과정을 투명하게 한다 - 오픈 소스 (Open Source) 

  처음엔 받는 이가 여러 과정들을 모르는게 나을 수도 있지만, "오랫 동안 실제 성장을 돕는" 과정을 통해 그 "주는 행위의 과정과 원천"을 공개하는 것이 좋다. 받은 이가 또 다른 이에게 나눠주고 싶을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모르면, 주고 싶은 마음까지 멈칫하다 없어질 수 있다. 

 

뻔한 얘기 같아도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1. 현실적으로 이렇게 (자발적 2차 확산 유도) 하는 것이 실제로 더 많은 이에게 혜택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2차 확산을 염두에 두고 "주는 행위"를 할때 정말 받는 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식들을 채택할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이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때 "일방적 시혜", "진정성 없는 과시", "자기만족에 그친 행위"로 그칠 수 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3원칙을 통한 "비영리IT"

 

이 밖에도 사람마다 다른 원칙들을 꼽을 수 있겠지만 나는 우선 이 세가지만 꼽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여러 "비영리IT"들을 접할때 그것이 이 세가지 원칙/기준에 충분히 부합하면 "바람직한 비영리IT"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3원칙을 한 문장으로 묶어보면,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비영리IT"란:

 

"좋은 IT를 공동체가 함께 나눠 모두가 원하는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충분히 부합한다면, 그 행위의 주체가 정부/공공기관이나, 영리 기업이라 하더라도 비영리IT를 할 수 있으며

그 직접적 대상이 꼭 비영리조직이 아니어도 비영리IT일 수 있다. IT인들은 이미 많은 비영리IT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러 IT기술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던지, 자유소프트웨어/오픈소스SW에 기여한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이런 활동은 언뜻 보면 보편적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IT인들의 세계"에 제한된 공익(혹은 사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속되고 잘 연결된다면 그런 활동의 성과는 충분히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룬다. 다른 예로, 정부가 국민들을 감시, 통제하는데에만 IT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될만한 건설적인 프로젝트를 한다면 거기에 기여하는 것도 넓게 보면 비영리IT이다. 

 

물론 비영리IT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 주체가 자발적 개인/민간조직이고 대상이 비영리조직인 IT기술지원활동을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한정지으면 거기에 포함되기 어려운 "의미 있는 주변활동"이 또 너무 많다. 그렇다고 아주 범위를 넓게 잡으면, 절박한 필요를 오랫 동안 느끼지만 개선이 안되는 곳들에게 "초점을 맞춘 직접 기여 활동"을 강조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원칙과 현실..

 

최근에 비영리IT에 대한 글을 많이 쓴 것은 비영리IT단체를 몇 년간 여러개 만들 생각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칙을 세워도 구체적 현실에서 해석을 달리할 수 있고, 애초에 철학적 바탕들이 다른데 원칙을 완벽히 동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지금 단체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런 저런 걱정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조금 쓸쓸해지기도 한다(요즘 몸이 다시 약해지는지 감정 조절이 때때로 안된다 ^^;) 

 

어찌 됐던, 앞으로 한국에서 비영리IT가 더 활발해져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좋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IT의 덕(?)을 많이 보게 되길 바란다. 졸려서 마무리를 잘 못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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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5 02:14 2012/09/1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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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hin 2012/09/15 15:35 URL EDIT REPLY
비영리 IT에 대한 고견,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대학생들을 상대로 비영리IT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대학에서 IT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조차도 스스로가 배운 것을 남에게 가르치는 데에는 상당한 자신감과 노력, 이타적인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행정구역 내의 문화센터에서 컴퓨터 강좌를 하는 것도 거의 '봉사'에 가까운 개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했었지만, 요즘엔 전문강사들도 늘어나고, 서로 견제하는 경우도 생기더군요. 아주 기초적인 학습 내용에 대해서는 꽤 경쟁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적절한 IT 기술 전달이 안되는 이유는 각자의 사정에 맞춘 맞춤 교육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지식과 자신감을 갖춘 사람들도 조건이 되는한 한 사람이라도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효율을 생각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전달하려고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실천을 강조하며 시작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각생 | 2012/09/17 17:43 URL EDIT
대학생에게 리눅스를 가르치는거 계속하시는거죠? 요즘은 어때요 좀 여유가 되면 함 봅시다

혹시 너무 느린 것을 못 견디는게 아닐까 싶어요. 한번에 한 명씩 돕는 것이 길게 봐서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퍼져 나갈 거라는 믿음 없이는 그 느림과 비효율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결국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관건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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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IT교육

사회운동

사흘 전 4시간 동안 쓴 글을 날린 아픔을 딛고 오늘도 새벽 글쓰기에 도전.

 

5월 8일부터 14주간 진행된, 은평지역의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컴퓨터교육 1기가 끝났다. 교육 받는 이들은 은평구와 인근 지역의 요양보호사 15명, 강사는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동네 사람" 5명, 그리고 지역의 노동운동가들이었다. 교육 주관은 연대, 이대, 홍대에서 "시작교실"을 함께 하는 이류한승씨가 속한 "우리 동네 노동자 인권찾기 모임"에서 했다. 강의실은 처음에 컴퓨터교육장을 빌릴 수 없어서 "움직이는 NGO IT교육장" 노트북 15개를 3주간 활용했다. 은평구는 공공 컴퓨터교육장이 많은 곳이었지만 대부분 저녁 7시 이전까지만 운영했으므로, 낮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이용하는데는 제약이 많았다. 3주 후 지역 사회복지시설 한 곳의 컴퓨터 교육장을 이용할 수 있었고, 2기부터는 은평구 공공기관의 컴퓨터교육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둔 상태이다. 2기는 9월 하순에 시작하며, 10월 중에는 마포지역에서도 같은 기획의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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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첫 교육날, 평생학습관에서 일반 강의실을 빌리기로 했는데 착오가 있어서 2층 북카페에서 했다. 평생학습관 직원분들도 실제 이 광경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으셨는듯 여러모로 지원해주고자 했으나 결국 컴퓨터교육실을 빌리진 못했다)

 

 

컴퓨터교육은 공공기관에서 혹은 지역활동으로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서, IT로 좋은 일을 하려는 분들 중에도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꽤 된다. 그렇지만 학생이나 은퇴자가 아닌 일반 노동자나 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바쁜 일과시간을 내서 컴퓨터교육을 받으러 가는게 물리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처럼, 저녁 늦게까지 여는 (저렴한) 컴퓨터교육장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공공 교육은 1:1 맞춤 교육이 아니며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진행되다보니 못 따라가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 평소에 컴퓨터를 어느 정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마음은 있어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기계를 편안하게 만지작거릴 수 없었던 분들에게 적합한 교육은 충분치 않다. 

 

이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은 이런 문제의식들을 반영해서 진행했다. 연대/이대/홍대 "시작교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년 여성 노동자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춘 교육을 시도했다. 표현은 쉽게, 진도는 여유 있게, 배우는 분들이 스스로 기죽지 않게끔 격려하며, 가능한 많은 보조 강사가 중간 중간에서 배우는 분들을 도와준다. 앞에서 설명하는 메인 강사는 5~6명의 강사진들이 돌아가며 맡고, 강의 내용은 강사진들이 협의해서 결정한다. 각자 맡은 주간에는 메인강사가 자율적으로 배울 내용과 형식을 정하고, 자료는 직접 새로 만들었다. 메인 강사가 아닌 보조 강사들은 배우는 분들 중간 중간 "가까운 곳"에 있어서, 수업 내용을 잘 못 따라가지만 미안한 마음때문에 (질문하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될까봐 꾹 참는 분들이 많다) 말 못하는 분들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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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대 시작교실. 홍대 학생들이 실제 강사로 참여해서, 그동안 학교에서 늘 함께했지만 지나쳤던 청소/경비용역노동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심정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들이기에 교육 효과와 감동은 컸을 것이다)

 

 

연대/이대/홍대의 학생들이 그랬듯, 컴퓨터 기초 교육은 IT전문가/현업종사자들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 동안 궂은 일을 열심히 하느라 컴퓨터를 아예 못 만졌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낙담하고 포기했던 분들이 키보드/마우스 다루는 법, 프로그램 실행하기, 컴퓨터 켜고 끄기, 간단한 응용프로그램 사용하기, 알파벳부터 익힌 후 인터넷 기초 사용법 등을 배운다. 컴퓨터 교육을 한다고 하면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왠만한 수준이 있는" 교육을 할때 조금 더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아주 생~ 기초 교육의 경우는, 배우는 사람은 부끄러워서, 가르치는 사람은 고된 데 비해 폼이 덜 나서 (등의 이유로) 그 요구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껏 정보격차의 희생자가 되었던 많은 중,장년 노동자,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아주 낮은 수준의 교육"이 실제로는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런 "낮은 수준의 교육"에는 "IT전문가"보다 적당한 수준 이상의 평범한 컴퓨터 사용자가 오히려 기초 교육은 더 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분들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해서 눈높이를 잘 맞출 수 있기에, 자신의 경험을 더 생생하게 활용할 수 있기에. 

 

이 글을 보는 연대, 홍대, 이대 학생들이 계시다면, "시작교실(시간을 돌리는 작은 교실,http://club.cyworld.com/laborclass )"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은평/서대문/마포, 그리고 인근 지역에 사는 분들, 은평 지역 노동자 컴퓨터교육 2기 (9월 하순), 마포 지역 노동자 컴퓨터교육 1기 (10월 중순)에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은평 지역은 4~5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지만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야 힘을 받을 수 있고요, 마포 지역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인데 5명 정도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IT 현업 노동자, 지역/공동체 교육에 관심 있는 일반인, 다양한 탐색을 원하는 학생 여러분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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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 1기 자원활동가 심재현님과 열심히 공부중인 김ㅇㅂ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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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 1기 자원활동가 이하섭님이 아래아한글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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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IT의 네가지 유형" ( http://blog.jinbo.net/h2dj/779 ) 글에서 밝혔듯, 나는 소외된, 사회적 소수/약자들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데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과연 IT교육이 정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를 계속 고민한다. 교육 환경, 장비 등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효과적인 교습법. 

 

배우는 사람은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마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오랫동안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된 "정보격차 피해자"(이런 용어를 쓰는 이유는 나중에 얘기하겠다) 들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자유롭지 않다. 편안하고 여유있게, 즐겁게 컴퓨터를 만질 여건이 안 됐던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자신의 여건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여야했기에, "난 안될거야"라는 생각을 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상황, 그리고 배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들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좌절하기 쉽다. 그래서 이번 1기 교육을 하며 첫번째 메인 강사를 맡은 분은 "컴퓨터 하다가 안되는 거 있으면, 무조건 컴퓨터 탓 혹은 컴퓨터 이렇게 만든 사람 탓을 먼저 하세요. 자기 탓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컴퓨터 수리 일을 생업으로 하는 나로서는 사실 동의할 수 없는 얘기이지만 (컴퓨터가 사실 뭔 죄인가요, 쓰는 사람이 잘못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 컴퓨터 좀 한다는 사람도 관리는 꽝인 경우가 많으니) 컴퓨터 완전 기초 교육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분명 "소외된 사람들의 자기 비하"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일단 양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1. 컴퓨터 교육이 주변에서 아주 많이 이뤄질거라는 생각 (비영리 IT에 뜻 있는 활동가, 기업가, 현업 IT노동자)

2. 누굴 가르치려면 스스로 아주 많이 알아야 할 거라는 걱정 (일반인, 파워 유저)

3. 아주 기초 교육은 힘들기만 하고 재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 

  혹은 요즘 시대에 컴퓨터 기초 교육은 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오해. (기술을 선도하려는 모든 사람) 

등의 이유로 참여가 많지 않다. 물론 공공 기관과 영리 학원 말고는 노동자/사회약자를 위한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려는 사람도 부족한 탓에 참여꺼리가 충분치 않은 이유가 제일 많고, 우선적으로 바꿔야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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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빈민/노동운동가들이 휴대폰 등 다양한 장비를 이용한 영상 제작법을 배우는 모습. 이런 "중급 이상의 교육"은 그래도 좀 관심 가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건만 맞으면)

 

교습법의 문제는 가르치는 사람들의 철학적 바탕과도 연관되는 문제라 역시 사람의 문제로 봐도 될 것이다. 쉽게 이해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짜는 것, 좋은 교보재를 만드는 것,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고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우선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배우는 사람과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일 것이다. 이번 은평-1기 교육은 열성적인 IT자원활동가들과 지역 노동자들의 협력으로, 상대적으로 만족도 높은 교육을 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후반부에 들어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도 생겼고, 기대 수준 이상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얻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컴퓨터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되었는지, 자신감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대성공"이라 말하기엔 아쉬운 느낌도 있다. 1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2기, 3기로 가며 계속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인데, 기교적인 교습법 연구보다는 이런 교육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참여자들에게 형성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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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1기 교육 수료식날, 각자 짧게 소감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이메일을 이용해서 외국에 있는 딸과 소식을 주고 받은 분의 이야기였다. 이메일로 손주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며 아주 기뻐했다는 그 따님의 얘기를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이 모두 박수 치며 기뻐했다. 천천히 진도를 나가다보니 인터넷 활용법을 많이 배우지는 못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기술인 이메일로, 그 자체로 충분한 활용을 한 것이다. 더 배울 것은 많지만, 그것들을 양적으로 많이 배운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 가지를 배우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동안 불가능하던 것, 어려웠던 것을 극복한 경험을 스스로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성공이다. 14주 동안 진행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것을 해온 이유와 보람을 그 얘기를 들으며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얘기를 듣는 순간 몸이 살짝 들썩이며 위로 솟구치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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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인적 성취도 보람 가득한 일이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은 더 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가르치는 사람들의 연대감, 공동체 의식, 그리고 실제 조직화로 이어지는 성과, 다르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 또 다른 곳에서 이런 교육들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 등. 개인적 성취를 목적으로 한다면 1:1 과외를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공부한다는 것, 서로 서로 도와가며 함께 집단적으로 성장한다는 것, 그래서 지속적으로 소외 계층을 만들고 그 격차를 벌려 나가는 이 사회구조를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에게 열을 가르치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하나를 서로 힘을 모아 터득하는 것이 계속될 때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  여기서부터는 재미 없고 의미만 억지로 찾으려고 하는 부분이니 관심 있는 분만 읽어주시길 (심지어 사진도 없음)  -----

 

 

* 정보통신기술을 소외계층과 나누려는 이유는 정보역량 강화가 다른 여러 차별과 억압 구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수단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다양한 곳에 미친다. 소외된 많은 것들이 IT의 도움으로 연결되면서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은 요즘 세상에선 흔한 일이다. 다양한 분야와 차원에 걸친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 확장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인 정보통신기술은 여전히 의미있는 사회변화의 수단이다. 

 
 

* 요즘 <페다고지>를 읽으며 그 동안 내 교육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반성하고 있다. 내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나도 기술을 "주입하는", "무작정 따라하게 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당연히 그런게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14주라는 기간 동안 열심히 교육을 해도, 더 길게 6개월, 1년 교육을 해도 성취가 느린 분들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럴때, 내 기준에는 여전히 기초적인 내용이니까 일단 조금 더 계속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은 얼마나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일단"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명확한 한계가 없다면, 무작정 따라하게 하는 동안 역시 배우는 분들은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강사의 지시를 그냥 기다리고 따르는 마음가짐으로 그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결국 교육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나타난다. 

 

정보소외자에 대한 완전 기초 교육이 시작될때,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비전문가로서 위축되어 있는 상태를 벗어나려는 싸움을 하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들의 친절함, 신뢰를 바탕으로 무작정 따라하기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이 비전문가이며, 뒤쳐져 있고, 바뀌어야 할 주체라는 의식(혹은 무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가르치는 사람은 전문가이고, 앞서 있고, 바뀔 필요 없는 훌륭한 주체들로 인식된다. 내 스스로가 너무 문제가 많으니 그저 묵묵히 이 "구원의 손길"을 잡아 따라가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난 나눠줄 것이 없으며, 더 훌륭한 존재가 되어 나도 저 강사들처럼 되어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심하면 뒤쳐진 자신에 대한 자책과 혐오의 감정들까지 갖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강하던 약하던 그런 부정적인 심리들을 얼마나 떨쳐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성취는 달라진다.

 

 

 

* 보통의 교육들은 정해진 일정대로 진도를 나가면서 낙오자를 챙기지 못한다. 그에 비해 "이런 교육"들은 정해진 일정에 급급하지 않고 더 오랜 시간동안 끈기있게 기다리며 낙오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쓴다. 분명 더 좋은 교육이긴 하나 좀 더 발전할 수는 없을까. "컴퓨터를 잘한다"는 것은 사실 컴퓨터를 많이 쓰면서 자기만의 쓰임새를 발견하고 그것에 나를 맞춰 습관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어떤 지식과 기교의 문제라기 보다는 컴퓨터라는 도구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인문학적인 성찰과 풍부한 비유, 강사와 배우는 이의 대화를 통한 탐색등의 과정이 초반부에 배치되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는 동작들이 손에 익숙해져 편하고 정확하고 빠르게 될때까지 반복 연습해야 하는 것 같은 과정은 "익숙해질때까지 무작정 따라하기" 방식을 써야할 것이다. 그것들 외의 진도에 대해서는 각자가 좀 더 깊은 곳에서 "꺼지지 않는 동기의 불꽃"을 피우기 위한 다른 과정을 교육 안에 배치할 수는 없을까.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 

 

이런 교육에서도 역시 사람마다 성취의 차이가 생긴다. 모두가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만 잘하는 사람은 잘 배우고, 어려운 사람은 계속 어려워하는데, 잘 배우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과 함께, 계속 어려워하는 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어쩔 수 없다. 공공 기관의 교육을 듣다가 포기한 분이, 이런 교육에 대해 다시 기대를 안고 왔는데 또다시 포기하게 될 경우,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역시 이런 목적과 성격의 교육은 개인의 성취가 핵심 목적이 아니기에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을 때까지" 계속 고민하고 스스로 변화하면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기술주입"과 "무작정 따라하기"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익히는 과정 외에는 거의 없어지는 것이 그런 변화의 한가지 목표/척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컴퓨터 기초 교육은 "기술주입"과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부터 오랫동안 그랬으니까.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그 바탕에 무언가 문제되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컴퓨터는, IT는 언제나 그렇게 가르쳐도 되는가? 만일 그런 생각을 만드는 밑바탕의 의식이 "IT는 전문가의 영역이며, 비전문가는 IT에 참여할 수 없다" - 이미 전문가들이 다 만들어 둔 것이니 비전문가 특히 완전 초보는 그저 열심히 있는 그대로 배우면서 받아들이라 - 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IT의 발전은 정해진 흐름이고, 앞서가는 사람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뒤쳐진 사람이 열심히 쫒아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가지 않는 사람은 도태될 뿐이고, 그런 사람들은 사회 전체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기술이 일직선으로,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계속 발전하며 그것은 독립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앞서가는 것이 당연하고, 뒤쳐지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혹시나 밑바탕에 있다면, 그래서 컴퓨터/IT 기초 교육은 무작정 따라하기, 주입식 교육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보소외자 - 초보 학습자에 대한 온당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교육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정보소외자들이 그렇게 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정보격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장애인이 컴퓨터를 제한적으로 이용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평생 궂은 일을 하느라 컴퓨터를 못 배운 노동자가 무시를 당할 이유가 없다. 가난해서 "남들 다 있는 컴퓨터"를 못 가져서 일찍부터 많이 못 써본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비인간화/부작용을 낳는 지나친 첨단 기술을 거부하고 최소의 기술만 이용하다가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것은 하나의 당당한 흐름이다. 정보소외자는 정보격차를 만들고 확대하는 어떤 사회적 흐름, 구조로 인한 피해자이며 희생자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로 보는 것 자체가 역시 "앞서가는 것이 선"이라는 관점에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 정보 기술을 쓰지 않는 것도 하나의 "가능한 삶"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그렇게 살다가 필요에 따라 약간의 정보 기술을 뒤늦게 배우는 것도 조롱받을 일은 아니다. 

 

 

* 현실적으로 아직은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을 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꼭 지금의 방식이 바뀌길 바라는데, 그 중 한가지 이유는 그런 방식으로 교육 내용을 짤때, 다양한 "대안"들이 있음에도 오직 한가지씩만 정해서 주입을 시키는 것 때문이다. MS 윈도우, 아래아 한글, 인터넷 익스플로러, 그리고 네이버. 검색, 메일, 카페, 음악 등 인터넷의 모든 것을 네이버로 시작해서 네이버로 계속한다. MS 윈도우는 아직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아래아한글은 이제 슬슬 바꿔도 될 것이며,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모질라 불여우나 구글 크롬으로 당장 바꿔도 된다. ActiveX를 써야 하는 인터넷 뱅킹, 그리고 몇가지 온라인 게임 등이 여전히 걸림돌이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웹 서비스들은 이미 특정 브라우저가 아니어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초보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안 쓰면 보안이나 PC 건강 관리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은, 당장 바꾸고 싶은데 이메일 계정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네이버로 시작했다. 많은 이에게 인터넷 = 네이버로 되어 있는 걸 어찌하면 좋을까.

 

 

* 배우는 분들을 보면 그 열정에 놀란다. 겉으로 티는 별로 안나다가도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스스로 느낄때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그런 분들을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교육을 만들고 진행하는데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 계속 생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것이 "당연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정보격차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에 동의할 수 있다면, 정보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그보다 못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로 인식되는, 미덕이자 의무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정보격차는 "앞선 사람과 뒤쳐진 사람"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재미 없는 부분 끝 ------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은평 교육 2기가 9월 하순, 마포 교육 1기가 10월에 시작합니다. 마포 교육에 함께하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역시 말씀드린대로 IT전문가만이 아니라 누구나 가능하다는 거 아시죠?

쾌적한 게임 즐기느라 컴퓨터 관리 열심히 하는 학생도,

불과 1년 전만해도 컴맹이어서 그 설움을 알고, 탈출 노하우를 전수하고픈 중년 어르신도,

그냥 집이 그 동네여서 "이웃사람"과 같이 하고픈 사람도 (피자 먹을까요? ^^;)

모두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IT전문가도 대환영입니다. 각 지역별로 이런 교육들을 많이 만들어서, 지역의 IT인들이 서로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픈 바램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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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교육에 함께할 분은 편리한 방법으로 제게 말씀해주시길. 망원역 근처의 "민중의집"에서 하게 될 것이며, 은평 교육처럼 요양보호사님들을 포함해 여러 동네 주민분들이 참여하는 교육이 될 것 같아요. 

이 모집은 마감이 없으며 인원 제한이 없습니다. 언제든 이 글을 보시면 참여해주세요. 가급적 9월 15일 이전에 연락을 주시면 교육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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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02:56 2012/09/03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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깰뱅이 2012/09/04 08:03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은평에서 첫모임할때 뒤풀이에서 인사만 드렸던 김진찬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실라나?)
1기 마무리했다는 얘기는 이류에게 들었는데, 자세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이글 저희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cafe.naver.com/voice2008)에 좀 퍼가겠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소식지 용도로 약간 변형에서 저희 월간웹소식시에 좀 실었으면 하는데, 허락을 해 주실수 있을까요?
하여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각생 | 2012/09/04 15:27 URL EDIT
잘 지내셨나요 ^^ 물론 기억합니다. 제 블로그 글은 언제나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습니다. 웹소식지에 실린다니 좀 부끄럽긴 합니다만 알아서 편집해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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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운영과 사회 정의

사회운동

나는 IT노조 조합원이다. 집행부 일을 꽤 오래 하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일터Q/A라는 뜨거운 게시판 하나를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한국의 IT개발자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서 이곳 저곳에 파견되서 일하는데, 지금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는 저 업체(인력파견업체다), 참여할 프로젝트, 그리고 작업장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는 곳이 없다. 그래서 이 게시판에 누가 면접을 보기 전에 누가 "이 업체는 어떤가요" "이 프로젝트는 어떤가요"등의 질문을 올리면, 경험자가 그 업체는 임금 체불을 했다느니, 저 프로젝트는 엄청 괴롭다느니, 저 작업장에서 심한 차별을 받았다느니 하는 정보들을 말해준다. 지금 IT산업환경에서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장치는 거의 없고, 산업구조는 엉망이다보니 이런 정보가 없이는 거의 대부분의 IT노동자들이 고생만하고 피해를 입고 그만두게 된다. 

 

게시판 성격상 "어떤 업체가 좋다"는 말보다는 "그 업체/작업장/프로젝트가 안 좋다"는 얘기가 더 많다. 지금 IT산업의 현실을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검색엔진 등을 통해 자기 업체에 대해 안 좋은 얘기가 올라왔다고 글을 지워달라고 하는 곳이 많다. 명예훼손이다, 피해를 입었다, 글쓴이 누구냐, 거긴 뭐하는 곳인데 우리 회사를 비방하냐. 처음부터 화내는 곳도 있고, 사정하는 곳도 있고, 은근히 협박하는 곳도 있고 다양하다. 다른 곳은 이런 요청을 받으면 겁을 먹거나 귀찮아서 그냥 글을 삭제하는지 몰라도, IT노조는 절대 그럴 수 없다. IT노동자들이 이런 정보를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공유하는 곳이 이곳 밖에 없는데, 그런 요청에 일일히 응하다보면 게시판이 제대로 의미 있게 운영될 턱이 없다. 결국 게시판의 공익성을 강조하며 IT노동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모든 글을 삭제하지 않고 버티는 정책을 취해오고 있다. 물론 개인의 신상정보가 노출됐거나, 인신공격,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있을때는 발견 즉시 개입을 하지만, 글의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련해서는 일체 판단을 내리지 않고, 아무리 귀찮게 요구해도 삭제나 비공개 조치등을 취하지 않는다. 

 

이 게시판을 노조가 맡은지 햇수로 6년째인데, 처음에는 검색 엔진에 많이 걸리지도 않고, 게시판 이용자도 적어서 그런 삭제 요구에 대응하는게 크게 문제가 안됐다. 시간이 지나며 이 게시판의 글이 검색엔진(특히 구글)에 많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게시판을 이용하는 IT노동자도 많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자기 업체에 대해 부정적인 글이 올라왔다고 글 지우라고 피곤하게 하는 업체도 많이 늘었다. 어느 정도의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들어오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주 일상을 피곤하게 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시시때때로, 예측 못하는 시점에 불쑥 전화를 해서는 내 사정따위는 고려치 않고 날 붙잡고 자기들 사정만 얘기하는 통에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어지간해서는 사람한테 화내지 않는 나도 몇번 고성을 지르며 통화한 적도 있으니까 =_= 내가 전화를 더 싫어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지금은 이메일로만 문의를 받는다고 하니 노조 대표전화로 걸어와 사무국장을 피곤하게 하고 있는데, 하여간 이렇게 게시판을 운영하는게 아주 험난하다. 그냥 남들 하는대로 삭제해주고 하면 편하기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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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삭제 요청이 짜증나지만 특히 짜증나는 유형들이 있다.

* 글쓴이 정보 달라고 했다가 없다고 하니까 "아니 요즘 시대에도 익명으로 게시판 운영하는데가 있어요?????" 하면서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고, 안타깝다는 듯 하는 곳

* 다른 업체에 피해주는 글을 보면 알아서 지워야지 뭐하냐는 식으로 나오는 곳

* 사람이(혹은 노조가) 그러는게 아니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며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 

* 법적 조치 운운하면 쫄 줄 알고 처음부터 고압적으로 나오는 곳

* 아무리 내가 이런 저런 얘기해도 "난 피해자야. 날 지켜줘" 말만 반복하는 사람.

 

나열하면 끝이 없지만 이 포스팅을 하는 것은 특히 맨 위와 맨 아래에 대한 얘길 하고 싶어서이다. 

 

* 어느새 인터넷의 익명성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된 세상이 되어 버렸다. 몇몇 사람에게는 말이다. 표현의 자유와 연결된 인터넷의 익명성이 위협받기 시작한게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다. 폐해가 심해졌다고 해도 익명성이 기본이 되고, 그것을 보완할 최소한의, 적정선의 실명제가 도입되는 것이 마땅할텐데, 최근 몇년간의 실명제 흐름도 너무 지나쳐서 되돌려야 하는 마당에, 마치 익명성이라는 게 이미 화석이 된 것 마냥 생각하는 저런 태도를 접하면 정말 무슨 말을 해야할지 순간 멍해진다. 

 

* "난 피해자야, 내가 입은 피해 어떡할 건데" 하는 반응.

다른 모든 맥락을 제쳐두고 무조건 이번 건의 경우만 한정해서, 자신이 힘없는 약자로서 공격받아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다. 과연 그 사람이 피해를 입은 건가? 그 피해는 무조건 인정받고 보상받아야하는건가?

 

글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업주는 분명 피해를 입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전보다 업체에 대한 평판이 떨어져 사람이 잘 안구해지고, 수입이 떨어질수는 있겠지. 그렇다면 그 사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 글을 삭제하면 어떻게 되나? 그 업체에 대한 안좋은 얘기가 사실인 경우, 글을 삭제하면 그 글을 못보고 또 다른 노동자가 피해를 입게 될 위험이 커진다.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된다. 사람 숫자 만이 아니라 피해의 질도 다르다. 업주가 받는 피해와 노동자가 악덕 업체에 속해 막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서 오는 피해는 같이 비교할 수가 없다. 노동자와 업주는 1:1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약자와 사회적 다수/강자의 관계로 봐야 한다. 민법상의 계약관계보다 앞서 사회권의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난 배웠다. 진실인 글의 경우, 보다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글을 삭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글의 내용이 허위인 경우, 분명 업주가 부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 글을 유지하는게 전체 IT노동자들의 이익에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그런 글의 진위 여부를 게시판 운영자가 다 알 방법이 없다. 글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게시판 운영자가 그런 글을 지우다보면, 점점 진실을 담은 글과 허위를 포함한 글의 경계가 모호해져 결국 진실된 글을 지키는 것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온다. 결국 허위글을 통해 일부의 업체가 부당한 오명을 쓰고 피해를 입더라도, 진실된 글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 일부 업주의 피해보다 대다수의, 아니 한 두명이라도 IT노동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글을 삭제하지 않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설령 글로 인해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 해도, 그 피해가 모든 것보다 우선시되서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IT노동자들의 권리를 가장 많이, 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글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해서 고려해야 하는 경우는 그가 "사회적 소수/약자"일 때 뿐이다. 어떤 이가 사회적으로 강한 입장에 있다면 그의 피해를 무조건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얘기를 업주들이 잘 듣고 받아들일리가 없다. 아무리 IT노조는 IT노동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므로 글을 삭제하지 않는다해도, "그럼 나는? 내 피해는 어떡함? 당신들 뭐임?" 이런 말만 반복하면서 고집을 부린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혹시 이런 얘기를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게시판을 운영하는데 자문이 되어 함께 대응해 주시면 좋겠다 ㅜㅜ 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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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가 피상적으로 누군가의 피해/이익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각자 처한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있다면 이런 얘기를 할때 덜 피곤할 것이다. 인터넷은 익명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면, IT노동자가 눈치 안보고 자기 경험을 얘기할 수 있게 익명으로 글을 쓰고, 추적할 수도 없게 만든 지금의 시스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내게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을 설명하는데 있어 늘 고역을 치른다. 실명제가 당연하고 글쓴이는 언제나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익명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 그렇지 않을때의 부작용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는 사람이 IT(인력파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업주가 자신이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그나마 측정도 되지 않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할까. 바로 이런 것들이 지금의 명예훼손/손해배상/사이버모욕죄 관련 법들이 완전히 바뀌어야할 이유이다. 사회적 소수/약자를 보호해야할 법령이 오히려 사회적 강자를 보호하기 위해 약자를 핍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 또다른 피해자를 없애려는 행위, 그것도 원래 그런 얘기하자고 정해진 공간에서 하는 말, 이런 것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좋은"행위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저런 행위가 이 사회의 "미덕"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법령과 상식, 통념들은 그런 미덕을 억압하는 역할을 한다. 소수의 강자의 "있지도 않은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입을 틀어막는다. 지금의 법령/통념 체계는, 소수의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훨씬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고, 실제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주지도 못할 뿐더러 사회적 미덕을 억압하는 역할까지 하니 도무지 존재 가치가 없는 법이다. 뭐든지 적정선이란게 있는것이고, 서로간의 입장이 충돌될때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조율해나가야 하는데 지금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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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노조는 앞으로도 일터Q/A 게시판을 자유로운 곳으로 유지하기 위해 업체들의 억지 요구와 싸우겠지만, IT노동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게시판 글의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만큼 그 글들의 신빙성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노조에 대한 지지도 좀 더 많이 공공연하게 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피해를 입었을때, 혼자의 힘만으로 업주와, 이 사회구조와 싸우는 것은 너무 힘들고 괴롭고 승산도 적다. 노조에 가입해서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이의 문제로서 함께 해결해나가 봅시다. 한 사람이 소송에서 이기는 것, 피해의 일부를 보상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 같은 사람이 또 생기지 않게 집단적으로 행동하고 성과를 남기는 것이다. 노조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고작 이 게시판을 자유롭게 유지하는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피해들을 정말 줄여갈 수 있는 행동들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좀 덜 피곤했으면 하는 바램으로ㅜㅜ 그리고 크게는 모든 IT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을 덜 당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들이 좀 제대로 바뀌고, 사회적 인식이 잘 자리잡히고, IT노조가 더 힘이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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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7 01:31 2012/08/1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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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부처 2012/08/20 13:00 URL EDIT REPLY
조으네요!!!! 멋지다!!!!! 게시물 삭제 요구가 많이 와서 그딴 거 대응하는 것도 정말 귀찮아 죽겠지 말입니다. 저희는 약간 케이스가 다르지만... 비슷한 케이스도 없지 않아 있구... 아유 그냥 소송 드립 치는 것들 무간소송지옥에나 떨어져라
지각생 | 2012/08/23 08:47 URL EDIT
게시판 한 곳 운영하는게 이런데 진보넷은 얼마나 괴로울지 ㅋ
소송 드립이 은근히 잘 먹히니까 계속하겠죠? 소송에 쿨해지는 멘탈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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