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와 사회체제

잡기장

큰 맘 먹고 지른 블루투스 키보드. 생각보다 작아 타이핑이 쉽지 않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블로그 쓰기 시작.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은 4일째로 접어들면서 왠지 모를 피곤함과 미미한 두통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밤에 코딩이 잘된다는 이유로 안자고 컴퓨터앞에 앉아 있지만 결국은 드라마와 만화, 디씨질 등으로 대부분의 새벽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단하고 "여유가 있을때 잠들기"를 시작했다. 이틀간은 별로 피곤하지도 않고 기분도 좋은 것이, 이제야 지각생이 '이름만 지각생'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3일째부터 왠지 눈이 아프고 얼굴은 하얘지는데 다크서클이 선명해지는 현상이 생기더라. 그래서 오늘은 다시 새벽 5시에 잠들어 낮1시에 일어나고 말았다.


오늘은 빈집에서 파티가 있는 날이라 지금 지하철을 타고 해방촌으로 가는 중이다. 지하철을 타면 습관적으로 자판기커피를 하나 뽑는데, 이게 위생상태가 안 좋고, 여러가지로 좋지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집에서 나오기 직전에 커피를 타 마시고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만, 자판기 버튼을 누르는 날 멈추진 못한다. 습관, 하루 종일 지속되는 이 습관들, 습관의 연쇄고리, 덩어리들. 어느날 내가 어느 정도의 큰 깨달음을 얻어 모든습관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선택한다고 해도, 과연 이렇게 촘촘히 이어지는 이 습관들을 계속 물리치기만 해도 금방 지쳐버리고 말 것같다. 완벽히 정신차리고 나를 돌아보면 아마 미쳐버리진 않을까?


혁명이, 변화가 어려운 것은 추상적인 이론과 비전, 개인의 의지와 결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구체적인 이행과정에서 어떻게 할지, 초기의 뜻을 잃지 않고 그 기간을 어떻게 완주할지, 다 같이, 이런 것이 어렵기 때문일테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한 방에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 들어 뒤늦게 정치에 관심 갖는 분들이많아지면서 뜻밖에 이런 얘기들을 듣다보니 조금 당황하게 되기도 한다.


예전에 리눅스 운영체제를 처음 접하고 빠져들면서 컴퓨터 운영체제를 사회체제와 연관시켜 비유하곤 했다.
(관련글이 어딨더라..) MS의 윈도우보다 훨씬 매력적인 이 리눅스라는 운영체제, 과연 MS의 독재를 무너뜨리고 혁명을 이룰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지금 이 속도로 계속 발전하면 얼마 안 있어 MS의 허섭한 운영체제를 훨씬 능가할 것이고, 사람들도 알아서 리눅스로 바꾸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질적인 두 운영체제를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도, 이제 리눅스(그리고 다양한 파생 배포본들)가 확실히 윈도우보단 나은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전히 리눅스는 극히 적은 사람들만 사용하는 운영체제로 남아있다.


Revolution OS 라는 영화에서 리누스 토발즈가 말한대로, 사람들은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지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훌륭한 OS'라는 것은 없다. 결국 얼마나 많은 리눅스용 응용프로그램들이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붙잡아 두느냐일텐데, 다른 언어권들에는 좋은 소프트웨어가 많고, 사람들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한국어로 번역이 안되어 있거나 한국환경과 맞지 않는부분이 많다. 결국 끈질긴 사람말고는 대부분 리눅스와 윈도우를 둘 다 사용하거나, 계기가 있을때 결국 윈도우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뭐 리눅스를 메인으로 쓰는 나도 윈도우 PC가 한켠에 있길 바라는 실정이니.


이것을 컴퓨터 아닌 현실 사회의 모습으로 비유해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사회의 새로운 체제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위에서 사람들이 살며 만들어 가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기존 체제를 완전히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시 돌아가려는 흐름이 생긴다'. (사회의) 운영체제의 성능이 좋고 설계가 아름답고, 사용하는 가치가 있더라도, 결국 사람들의 생활, 깊고 얕은 욕망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그것은 결국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아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만들어 갈 수밖에 없는것일테다.


지하철이 다 왔으니 일단 작성완료.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이 개발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고, 평범한 사용자들이 직접 움직이며 쉽고 '낮은 차원의'' 행동들을 벌여, 그것이 변화의 주역으로 부각되기를 바라는 취지의 글을 쓰려는중인데...한번 마무리하면 다시 못쓰는 내 성향상 어떨지.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자체의 변화를 바라는 내 마음은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IT, ICT 기술, 기술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는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좀 더 낮은 차원의, 좀 더 직접적인, 좀 입체적인 만남과 활동이 필요하다는생각. 나중에 꼭 이어 쓰길. 블루투스 키보드 사기 잘했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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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5 16:57 2011/12/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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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 2011/12/25 22:56 URL EDIT REPLY
공감합니다. 요새 저도 그걸 고민하고 있어요. 삶이 자랄 수 있는 대지로써 미디어와 기술에 대해서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각생 | 2012/01/21 18:18 URL EDIT
삶이 자랄 수 있는 대지로서의 미디어와 기술이란 표현 좋네요. 고민하고 계신 것을 저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앙겔부처 2011/12/29 14:06 URL EDIT REPLY
아이폰인가????
모바일로 글 쓸 때는 엔터가 br 태그로 처리되더라구요. 너무 싫어...ㅜㅜ<

한국은 자유소프트웨어 사용자만 있고 개발자가 없어서 문제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사용자로 지내다가 참지 못하고 개발자로 나서주면 더 좋겠지여. 아 우분투... 오늘은 출근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인터넷이 연결이 안 돼서-_-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껐다켰다능... 다행히 그러니까 되긴 했는데, 문제 해결 능력이 형편없어서 사용자로서 참 공부가 필요하지 아니한가 이러고 있어염
지각생 | 2012/01/21 18:27 URL EDIT
앙겔님 새해복!
나도 그것땜에 글쓰는 것 포기. 난 블로그를 메모장에 써놨다가 옮겨 쓰질 못하고 바로 등록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서 결국 블루투스 키보드도 놀고 있어요 -_-

의견이 갈리는 것의 대부분은 거의 개념의 문제인데 그렇게 말한 사람은 "사용자" - "일방적 수혜를 얻는 이용자", "개발자" - "노력을 더해서 이익을 공유하는 참여자"라는 의미를 담은 거겠죠.
제가 말한 사용자와 개발자의 의미는 "사용자" - "개발도 하고 사용도 하는 사용자 + 개발은 못하지만 좋은 의미로 잘 사용하는 사람", "개발자" - "실제 개발을 크건 작게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거에요. 제가 강조하는 것은 "개발은 못하지만 좋은 의미로 잘 사용하는 사람"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지고, 드러나면 좋겠다는 의미죠.

다시 말하면 "잘 모르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하여간 자유소프트웨어/오픈소스가 좋아서 열심히 잘 받아 사용하는 사람"이 더 힘을 받으면 좋겠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만능 엘리뜨처럼 여겨지는 IT 개발자보단 평범한 일반인 '사용자'의 '소심한 기여' 활동이 더 부각되면 좋겠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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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 하반기 모임합니다.

사회운동

내일 저녁 7시,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http://list.jinbo.net/webaction) 하반기 모임이 열립니다.

상반기에는 두 개의 세미나를 병렬로 진행하면서 자주 모임을 가졌던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인데,

6월부터 지각생이 노원구에 가게를 운영하면서 모임을 갖지 못했네요. 하반기 첫 (그리고 마지막?) 모임을 내일 갖습니다. 장소는 흥사단 (찾아오는길 : http://www.yka.or.kr/html/sub_01/sub_05_01.asp )

 

아래 내용들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얘기합니다.
* 내년부터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의 모임을 어떻게 안정화, 체계화할 지에 대해
* 상반기에 있었던 두 스터디(HTML, 웹기획) 의 결과를 공유하고,
* 올 한해 각자 어떻게 활동했는지, 내년에 어떻게 서로 협력할 지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오세요. 서울 대학로,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2번 출구 사이입니다.

 

* 저는 올 한해 한 일들과, 내년에 할 일, 그것을 위해 만들려는 단체에 대한 얘기를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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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5 21:59 2011/12/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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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할 말이 많아서, 할 말이 없었네요

잡기장

아 무겁다 ㅎㅎ 

블로그 쓰는게 이렇게 무거워서야.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리던, 초심으로 돌아가던 중심(?)으로 돌아가던 해야겠다.

 

지난 6개월간, 예전과는 좀 다른 성격으로 살고 있는데 (노동착취하는 사업주, 지각생!)

다르다, 달라야 한다,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커져서 날 누르고 있는 듯.

책임을 지면서도, 충분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내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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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는 일본을 다녀왔는데

지금껏 외국 나갔다 왔을 때처럼, 활동하러, 운이 맞아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빡센 일정으로 댕겨왔다.

4박 5일간의 일본 방문기는 따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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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일은 다시 혼자가 된다.

3달 동안 함께 일한 코살라씨는 평택으로 내려가고, 마무리를 잘 하지 못했다. 노조 5년 넘게 한 사람이 사업주 된지 반년만에 절차적으로 "부당"해고를 한셈.

컴퓨터 고치는 법 배우러 왔다가 그냥 와서 매일 같이 놀다 가던 동네 학생은 다른 곳으로 전학가게 됐고

6주간 인턴십을 하며 가게 매출 신장에 큰 기여를 한 학생은 이번 주가 마지막.

혼자 있으면 심심해서(?) 더 일만 하다 결국 많이 피곤해질 것 같은데. 같이 할 사람 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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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는 다시 들어가게 될까?

나온지 어느새 두달. 매주 한 두번은 놀러가서 자고 오긴 하지만, 점점 나와 무관하게 마을은 돌아가는 것 같아. 그게 잘된 거지만 왠지 아쉽고 샘나기도 하니 이거 원.

그렇다고 돌아가자니, 부모님 집에서 게으르게 얹혀 사는 걸 끊는 게 또 아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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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사이, 다른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특히 IT인들이 이런 저런 행동들을 하고 있는데

맞추지 못하고 내가 한박자씩 늦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가게 일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고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욕심이 많은지라 못하고 마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압박이 점점 커져오고 있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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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Geek in Seoul" 을 하려고 한다.

예전에 포스팅했는데 귀찮으니 "Free Geek"에 대해 내가 쓴 글 링크는 내일 추가. 

여러 Geek들(잉여들?)이 한 데 모여, 중고 PC 를 수거해서, 리눅스를 설치한 다음 비영리단체들에게 선물하는 행사를 12월 혹은 내년 1월에 한번 열고,

재밌다 싶으면 정기적으로 할 생각. 12월 중에 한 번 하는게 목표. 그러려면 내가 좀 발이 예전처럼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리눅스 설치된 PC를 주면 단체들이 어떻게 쓰냐..고 하시겠지만

* 파일 백업/공유하는 서버를 만들고

* 인터넷 검색만 하는 공용PC로 해서 자활, 손님들을 위해 제공

* 바이러스가 안 걸리는 안정적인 PC를 원하며,  꼭 아래아한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활동가가 있다면 그를 위해

설치, 셋팅해주고

차차 그 서버에 웹서버 기능을 추가해서 내부 인트라넷을 만들거나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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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와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 모임을 12월 안에 한 번 이상 하고,

위의 "Free Geek in Seoul"과 같은 이벤트를 자꾸 자꾸 열기 위해

"노원 공동체IT센터"와 같은 것을 다른 곳에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NGO IT 교육장이 더 많은 곳을 찾아가기 위해

오랫 동안 "있으면 좋겠다" 꿈꿔온

"공동체 IT 활동"을 하는 단체를 만들기 시작할 것. 

기대와 격려와 참여를 바랍니다. (급 존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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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 포스팅하기..는 역시 해보니 잘 안되고

매주 두 개 이상 쓰기, 정도를 목표로 글을 써볼 생각.

주 6.5일 가게에 나가 일하고 있는데 이번 주부터 주 5일만. (가게는.. 어떻게든 되겠지)

짧게라도 여행을 갔다 올 수 있으면 좋겠고

올 겨울에는 연애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은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밀린 일들 - 짧게는 2주, 길게는 1년 -_- 밀린 것들을 올해 안에 어떻게든 마무리 짓고.

외국어 공부(에스페란토, 일본어), 운전 면허 따기에도 도전

아, 역시 할 게 많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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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빈마을잔치를 했는데, 어찌 하다 보니 야밤에 MT분위기가 되어 한참 놀다보니 진실게임까지 하게 됐네?

제법 오래된 친구가 "넌 왜 늘 열심히 하니?"란 질문을 던졌는데

바로, 너무 쉽게 답해버렸어. "열등감이 많아서 매사 최선을 다해야 겨우 수습될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됐다"라고.

그렇게 바로 답하지 말것을. 그걸 물어본게 아닐 수도 있는데.

하여튼 난 왜 진짜 늘 열심히 하며 늘 열심히 하지 않는 걸까. 

됐고, 지금 내가 열심히 해야할 것은 "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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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9 04:37 2011/11/29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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