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의 한 컴퓨터 가게

비영리단체 IT지원

서울 노원구에 좋은 컴퓨터 가게 하나 발견!해서 소개합니다. 노원구 하계동 주공9단지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ChipChp 컴퓨터"라는 곳이에요. 컴퓨터 A/S를 주로 하구요, 사회적기업 한국컴퓨터재생센터가 만든 재생PC를 위탁 판매한다고 합니다.

 

이제 시작한지 두달이 꽉 차간다는데, 동네 사람들에게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가게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지각생이라고 하는데, 인상이 참 좋네요. 저도 제 컴 들고 함 가보렵니다.

 

자, 위의 두 단락을 자유롭게 복사해서 트위터에 홍보를 부탁.. 흠흠

 

 

지각생이 올해들어 또 일을 벌였습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자그마한 컴퓨터 수리점을 차린 것인데요. 원래 사회적기업 컴퓨터재생센터(KCR, http://refurbish.co.kr/)가 운영하던 ChipChip 이라는 매장을 6월1일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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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R이 올해들어 컴퓨터 뿐 아니라 휴대폰도 재생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력이 많이 필요해졌고, 여차저차 이유로, 지각생의 팬인 KCR의 구자덕 대표님의 제안을 받아 덜컥, 가게를 맡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시설과 정비 도구 일체, 그리고 약간의 부품까지 그대로 인계 받고, 몸만 들어가 바로 운영하면 되는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어요.

 

컴퓨터 정비일을 본격적으로 배운적은 없지만 재작년부터 "NGO IT품앗이"를 하고 다니며 정비기술들을 익혔고, 실제 경험을 통해 배웠기에 근거없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주로 가까운 동네의 주민들이 가져오시는 컴퓨터들을 고쳐주는 일을 하고, 가끔 노원구내의 여러 지역으로 출장을 나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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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를 시작하게 된 비전은,

* 컴퓨터 수리점을 스스로 운영하면, 예전에 하던 NGO IT 지원서비스를 좀 더 안정적으로 제대로 할 수 있겠다. 대신 활동 범위는 인근 지역으로 한정하고.

* 지역 주민들과 밀착된 관계를 형성해서 IT가 비싸고 어렵고 무서운 것이 아닌 가깝고 흥미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해보자. 그래서 사람들이 IT를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보자.

* 여러 분야의 "비영리 / 공동체 IT"란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사람들 혹은 그런 활동들이 연결되는, 교류 및 협력할 수 있는 한 지역 거점을 만들어보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하면서 최소한의 가게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정 기간동안 입증할 수 있다면, 이 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확산시키자, 지역 공동체가 흥하는 곳으로 가서 "동네 컴퓨터 수리점"을 겸한 "공동체 IT 센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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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일에 가게를 맡기 시작했고 이제 두달이 다 됐습니다. 처음에 예정한 "공동체 IT센터" 실험기간은 일단 6개월입니다. 그 안에 비영리/공동체 IT 활동을 하며 자립이 가능한 모델,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이 안에 만들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고, 적어도 좀 더 착한, 믿을 수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컴퓨터 가게로라도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성공입니다.

 

첫달은 가게 넘겨 받고 일단 운영하는 법부터 스스로 익히느라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동네 손님들에게는 과잉 친절, 지나친 서비스도 마구 베풀었지요. ㅋ 어쨌든 한 달 동안은 거의 다른 생각을 못하고 그저 열심히 컴퓨터를 고치며 스스로 가게 운영에 적응시키는 노력만 했습니다. 예전에 도구 없이 NGO들 찾아가서 불편하게 낑낑대며 컴퓨터를 고치던 때에 비하면 너무나 훌륭한 여건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어요. 정비 기술도 익히고, 나름의 체계도 잡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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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다른 무엇보다 컴프레셔가 있다는 것이 처음에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컴퓨터 고장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PC 내부의 먼지를 시원~하게 제거할 수 있으니까요)

 

한 달이 다 갈때쯤부터 가게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했는데, 제일 먼저 한것은 "개방"입니다. 그 전에는 상가 바깥쪽으로 향하는 문만 열고 안쪽 통로와 닿은 문은 닫아 두었어요. 그리고 높은 파티션과 벽지로 그쪽을 가리고 여러 물건들을 쌓아두었지요. 그 자체로도 나쁘다 할 수 없는 인테리어이긴 했습니다만 제가 지향하는 가게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6월이 거의 갈무렵, 지친 몸과 마음으로 새벽에 자전거로 퇴근하다, 한강에서 잠깐 자고 일어나며 휴대폰-열쇠-지갑을 놓고 오는 대형 사고를 일으킨후, 그 충격을 자신을 괴롭히는데 쓰지 않으려고 며칠간 몸을 쓰는 일을 마구마구 했는데요, 그 덕에(?) 가게 내부 구조를 조금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파티션을 치우고, 물건들을 정리하며, 뒷문을 개방하고 가게를 가려놓은 벽지를 제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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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많은 동네 주민분들이 상가 바깥쪽 길보다 안쪽 통로를 이용했는데, 이 가게는 완전히 가려져 있어 뭐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이 많았습니다. 가려 놨으니 어둡고, 막아 놨으니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았습니다.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는 적어놨지만 그저 무심히 지나치게 될 뿐이었죠. 하지만 그 쪽을 트고, 가린 것을 제거하고 나니 동네 분들이 지나시다가 많은 관심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새로 연 거에요?" "워메.. 여긴 뭐하는 곳이여요?" "아.. 컴퓨터? 가까운 데 컴퓨터 가게 생기니 좋네~" "아 진즉 이렇게 했어야지, 좋잖아" "아 여기 원래 있던거야, 몰랐구먼?"

 

그 다음으로 한 것은 "앉을 곳 만들기" 였습니다. 가게 중앙에는 같이 화면을 보며 문제를 파악하고 상담할 수 있는 작업대가 있고, 그 밖에는 손님들이 편하게,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을 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판매할 컴퓨터를 진열했던 테이블을 응접용으로 바꾸었습니다. 집에 있던 책들을 가져와 작은 SF도서관도 만듭니다. 아직 많은 분들이 이 곳에 오래 머물러 가시진 않지만 (컴퓨터 자체가 부담스러운 분이 아직 많으니까요) 가끔 상가 이웃분들이 잠시 피신?해 있다 가시고, 아는 사람이 놀러왔을때 오랜 시간동안 편하게 담소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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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시작한 얘기는 일단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가게 일하며 생기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놓겠삼.

 

계속 지각하던 지각생이, 결국 "사장됐다"...고 놀리는 분도 있지만 애초에 이런 동네 가게 몇 달만에 수입이 많이 생길리도 없고 여전히 지각생은 그대로, 비슷하게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협력 부탁드립니다. 우선, 가게에 한번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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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 주소는 "서울시 노원구 하계1동 256 주공9단지아파트 108호"이고 7호선 하계역과 중계역 사이입니다. 하계역 3번 출구에서 1224번을 타고 세 정거장을 오시면 되요. 정거장 이름은 "노원경찰서 / 혜성여고 앞"입니다.

* 전화번호 : 02-979-5752

* 운영시간은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인데 아무때나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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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02:30 2011/07/2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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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 2011/07/28 02:50 URL EDIT REPLY
그 안쪽 파티션을 다 정리한거야? 내부 구조도 모습도 많이 바뀌었겠네..^^ 멋지구려 ㅎㅎ
지각생 | 2011/07/28 02:58 URL EDIT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마침 없네 ㅎㅎ 다리 다 나으면 놀러오라구
2011/07/28 10:22 URL EDIT REPLY
지나가던 사람입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다니, 한번 가보고 싶네요.(- _ - )
지각생 | 2011/07/28 15:00 URL EDIT
꼭 한번 놀러오세요 ㅎㅎ
스머프 2011/07/28 12:44 URL EDIT REPLY
드뎌 사장님이 되셨네! 내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으니 조만간 놀러감세. 서대문에 있는 내 컴터는 그대로 있나?? 암튼, 축하해!!
지각생 | 2011/07/28 15:01 URL EDIT
ㅇㅇ 곧 그것도 노원으로 가져올건데, 다시 한번 잘 봐줄게
스머프 2011/07/28 16:20 URL EDIT REPLY
다시 한번 잘 봐준다니 감동 백배! ^^* 가게에 갈때 지각생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갖고 가지..ㅎ
지각생 | 2011/07/28 21:09 URL EDIT
떡볶이 좋지~ 하계역 3번 출구에 있는 떡볶이가 조금 괜찮았음
김준환 2011/07/28 17:35 URL EDIT REPLY
기주화입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얼마전 다큐 보러 갔다가 지음을 우연히 만나 소식을 들었지요.
궁금했었는데 구대표가 페북에 소식을 올렸네요.
내 컴 수리를 부탁할 겸 해서 월요일 저녁쯤에 가려는데 괜찮은지요?
지각생 | 2011/07/28 21:09 URL EDIT
아이고 기주화님 지음과 만났다는 얘기 역시 전해들었습니다. 월요일 저녁 좋습니다. 놀러오세요 :)
강천웅 2011/07/29 21:36 URL EDIT REPLY
구입한 중고 컴퓨터.. 말씀하신대로 해보니까 잘 돌아갑니다. 감사
지각 | 2011/08/01 22:42 URL EDIT
잘 되신다니 다행임다 조만간 한번 놀러가겠삼 :)
산오리 2011/08/03 17:16 URL EDIT REPLY
축하드림다.
일산이라면 컴 수리도 요청하고,
홍보도 좀 해 볼텐데..ㅎㅎ
지각생 | 2011/08/03 21:50 URL EDIT
일산에도 공동체 IT센터 언젠간 만들게요. 그때 도망가지나 마시죠 ㅋㅋ
엄사공 2011/08/03 18:23 URL EDIT REPLY
안녕하세여. 같은 단지 안에 있는 옆 건물 공부방이에여. 처음 포스팅 보고 너무 신기했었는데...^^ 이미 저희 공부방은 단골 고객이네요. 컴퓨터가 자주 망가져서 여러번 수리를 맡겼는데 그때마다 친절하게 수리해주셨는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지각생 | 2011/08/03 21:52 URL EDIT
아니 이럴수가! 어느 분이셨을까? ㅎㅎ 다음에 오시면 아는 척 해주세요. 공부방이라면 더 잘해드리겠습니다 :)
피터팬 2011/08/08 21:57 URL EDIT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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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ore-event.co.kr/page/CpuURL_Event.html
s 2011/10/11 19:30 URL EDIT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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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로 가입해서 참여해 보세요~^^
안창호 2012/12/10 07:50 URL EDIT REPLY
주공 9단지 내에 컴퓨터집이생겨서 반갑습니다
저는 앞을 보지못하는 시각장애인이라 별다른 사진은 볼수 없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다 고장이나면 수리를 부탁 드릴수 있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블로그보고가게들럿는데문닫았군요 2013/03/02 09:48 URL EDIT REPLY
9단지에 있다는 블로그를 보고 방문 드렸는데.
간판만 있고 내부가 텅 비었군요.

문을 닫으신 모양입니다.

증계 본동 컴퓨터가게가 문을 닫아 왔는데 이곳도 문을 닫았군요.

지나가다 롯데마트 맞은편 목련상가 지하 컴퓨터가게에서수리 받았습니다.
지각생 | 2013/03/14 01:16 URL EDIT
가게를 닫을때 동네 분들에게 인사를 전혀 못드렸네요.. 아쉽고 죄송합니다. 컴퓨터 잘 돌아가길 바라겠습니다 ^^;
안창호 2016/04/04 15:29 URL EDIT REPLY
지각생님이 계신다해서 반가운마음으로 전화를 드렸는데
이 전화는 없는 번호라니 좀 섭섭하네요
항상 좋은일들만 있으시길 기원드립니다.
지각생 | 2016/04/19 21:31 URL EDIT
고맙습니다 ^^ 노원에 요즘엔 자주 못가서 아쉬워요. 제 지금 전화번호는 010__3032---124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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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다시 씁니다

분류없음

너무 격조했습니다. 

한번 멈추니 다시 입을 떼는 게 쉽지 않았어요.

트위터, 페이스북.. 말할 곳이 많아지기도 했고

 

다시 쓸 겁니다. 제 근황부터 올려야겠지만

최근 몇 달간 했던 입체적인 경험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짧게 말하면 

제 꿈을 향해 또 한걸음,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가갔습니다. 

한국에서 "비영리, 공동체 IT 운동"을 하겠다는 꿈.

 

90년대 말 자유소프트웨어를 알게 되고

2003년부터 사회 단체와 접하고

2005,6년 다른 분야의 활동가들과 네트워크 만들기, 여러 실험들

2008년, 빈집 시작한 친구들과 공동체 만들기에 함께 하고

 

2009년 말부터 "본격 공동체 IT 프로젝트 실험"을 시작했는데

2009년 말 IT품앗이 - 비영리단체 무료IT지원서비스 

2010년 움직이는 NGO IT교육장

2011년 "지역 공동체 IT센터" 만들기

 

바로 요거, "지역 공동체 IT센터" 만들기가 제가 요즘 삶을 온전히 쏟아붓고 있는 일입니다. 

이거에 너무 올인하다보니, 그 전까지 해오던 것들을 모두 일시에 소홀..하게 되서

격려와 지원 못지 않게 원망과 오해도 사고 있는.. 마음 복잡한 시기이기도 하죠. 

요즘 들어 외로움도 부쩍 탑니다. 

 

대부분 제 주위 사람들의 열정과 아이디어, 지원을 얻어 흐릿한 제 꿈에 실어 시작한 것들인데

올해에도 몇 몇 분들의 큰 도움을 받아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게 됐네요. 

 

"공동체 IT 센터"가 무엇인지는 별도의 포스팅을 하고, 그걸 만들기 위해 지금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일도 며칠 안에 포스팅을 하려구 해요. 

바로 그런 글 쓰려다가 갑자기 너무 힘이 들어갈 것 같아서 식어버린 블로그 뎁히는 짧은 글 하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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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7 03:27 2011/07/2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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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사태에 대한 IT산업노조의 입장

IT / FOSS / 웹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북한의 조직적 소행이라는 검찰의 발표가 나왔다. 발표 내용을 보면 북한이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는 실질적 증거는 없이 추측으로만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언급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통해 겨우 조명되려던 IT산업의 근본적 문제들이 다시 묻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번 농협사태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와 비견되기도 한다. 안전보다는 속도를, 지속성보다는 비용절감을, 사람보다는 도구를 중시하는 무리한 프로젝트는 언제든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와 관련한 대형 사고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는 엄청난 위험 요소이다. 이번 사태에서 누가 사고를 일으켰나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소중하고 민감한 정보가 허술한 시스템에서 관리되고 있었고, 재난 상황에 대해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농 협 전산 시스템은 이미 "3대 악성 프로젝트 사업장"으로 꼽힐 만큼 각종 프로젝트를 촉박한 기간 내에 무리한 수준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며 완료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IT노동자들은 1~2년간 주말이나 휴일 없이 매일 야근을 해야 한다. 지난해 농협 전산 자회사 직원 양모씨는 2년간의 잦은 야근으로 몸이 약해져 결국 폐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렇게 무리한 프로젝트는 IT인력의 이탈과 프로그램의 설계 결함, 수많은 보안 위험 요소를 낳는 요인이 된다.
 
또 한 근시안적인 사고로 비용 절감과 관리 감독 효율에만 초점을 맞춘 극단적인 아웃소싱으로, 소중한 정보를 관리하는 업무를 직접 맡지 않음으로써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에 대해 긴밀하게 대응하고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전산 위험 요소들이 상존하기에, 시스템 구축과정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것 못지 않게 사고에 대비해 안전하게 정보를 관리하고 재난시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기관이라면 더더욱 이중, 삼중의 안전 시스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농 협만이 문제가 아니다. 3대 악성 프로젝트라고 꼽히는 그곳만이 아니다. 한국의 IT산업이 구조적으로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은 이미 어제 오늘 지적되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반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며 무리한 일정의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근본 원인이며, 그런 무리한 일정은 수많은 잠재적 위험요소를 남기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인 IT노동자들의 이탈을 불러온다. 노동자의 피와 땀 위에, 겉만 화려한 부실한 구조물 위에 IT강국이라는 허울이 덧씌워져 있으며, 그것도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결 국 이번 사고는 누군가의 범행으로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미 가득한 위험 요소가 드러난 "재난"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충분히 어느 정도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보고, 향후 또다른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주체가 국가적 차원에서 행동을 해야할 때이다. 당장의 비용 절감과 관리 효율만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IT산업 정책을 즉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무분별한 아웃소싱을 규제하고 직접 고용을 확대하며, 노동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만큼이라도 IT노동자가 기본적인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결국 이 사회를 안전하게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며, 그렇게 강조하는 노동자의 창의성을 제고시켜 IT산업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본 요인이다.
 
삼 풍백화점 붕괴 이후 전반적인 안전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2%만이 안전한 상태였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의 수많은 전산 시스템들도 자신있게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로그램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프로세스의 중요한 요소인 "사람"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안전은 쉽게 흥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의 비용절감을 위해 불안 요소를 키우면, 차후 사고가 일어났을때 복구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IT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뒤틀린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사회적 보안 대책이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즉각 행동에 옮길 것을 촉구한다.
 
2011. 5. 6
IT산업노조
 
문의 : itnodong@gmail.com / (02)2068-8514
 
http://it.nodong.net/zbxe/?document_srl=248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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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6 14:38 2011/05/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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