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참 다양한 기대를 안고 여러 사람들이 클릭하실 것 같은데,
주의 : 이 포스트에는 다소 기술적인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1. 예전에 중고 PC를 수집해 재조립해서 쓸때는,
하드웨어 사양이 딸리니까 할 수 있는 한 최적화를 해서 써야 했다.
"리눅스를 설치하면 486컴퓨터를 워크스테이션급의 성능을 내게 해준다"
어떤 책인지 모르지만 90년대 말 한국에 리눅스 바람이 한때 불었는데 (지금도 물론 불고, 그때는 좀 센바람)
우연히 도서관에서 "GNU/GPL"과 자유소프트웨어를 소개한 얇은 기술서적을 보고 리눅스를 알게된 나를(당시 컴맹),
좀 더 강력하게 끌어댕긴 것은 여러 문장 중에도 저것이었다.
"오.. 워크스테이션이 뭐지? 대단해보임ㅋㅋㅋ 어쨌든 내가 이틀 전 주운 컴퓨터가 파워업!할 수 있단 말이지?"
하면서 리눅스를 대책없이 파고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 리눅스 설치가 얼마나 번거로웠는지는, 아는 사람은 아는 "전설이자 레전드"인데, 어쨌든 참 컴맹치고 신기하게 잘 참아가며 맹목적으로 어려움을 헤쳐가 결국 "거듭난 중고PC"에 리눅스를 심는데는 성공했다.
자, 이제 워크스테이션을 내놔. (마음의 소리)
설치의 감격도 잠시, 지난한 최적화의 과정으로 다시 돌입. 뭐가 뭔지 모르면서도 무조건 따라하면서 하나 하나 배우는게 참 재밌었다. 그 최적화의 시작이자 끝은 "커널 컴파일".
컴퓨터 사양이 좋지 못하니 커널 컴파일은 하루 이틀도 넘게 걸릴 수 있는 작업이었는데, 그래도 성공하기만 하면 그 효과가 정말 대단해서, 길게는 몇 주 동안 삽질해서 결국 커널 컴파일을 완수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컴퓨터는 기본 사양들이 너무 좋아진 탓에, 그 번거롭고 골치아픈 (그러나 하는 도중 정말 많은 것을 배우는) 작업을 꼭 안해도 된다. 여러 리눅스 중 데비안에 안착하고, 다시 우분투에 정착하며 끝도 없이 게을러진 탓에, "에휴..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해놨는데 그 공로를 인정하는 의미로 걍 오는대로 쓰자"하며 누군가가 컴파일한 generic 커널을 써왔다.
그래도 가끔은 꼭 커널을 직접 컴파일할 필요가 있는 법. "가만 보자... 예전에 어떻게 했더라?" 주섬주섬 예전 자료를 뒤져 3,4년 전 하던 방식을 찾아 그대로 따라한다.. '커널 컴파일은 여전히 번거롭구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말도 안되는 짧고 가벼운 수고로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데, 어제 밤에 컴파일을 해봤는데 initrd (라는 것이 있어요: for 놀란 사람) 가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우분투 10.04의 버그인 듯 한데, 검색하다 보니 이 글을 발견했다.
http://mojolog.net/419 "가담항설" 블로그 : 좀 더 쉬워진 커널 컴파일 (10.04 Lucid)
아니 이런, "make localmodconfig" 라니.. 세상엔 수많은 IT장비와 약속들이 있어서, 커널 컴파일 할때는 아주 아주 많은 "옵션" 중에서 내 컴에 맞는/원하는 옵션들을 선택하는, 익숙해지기 전까진 길고 지난한 과정이 있다. 근데 그 과정을 정말 짧게 단축시키고, 컴파일 후유증과 재작업 필요성을 확 줄이는 방법이 새로 생긴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장치들과 관련된 것을 옵션으로 선택해준다. 컴팩트하게. 이후 make menuconfig 등으로 다시 확인하면서 조금만 휙휙 수정해주면 되는일.
아.. 이로서, 난 좀 더 게을러질 수 있게 되었구나. 이런 걸 만들어낸 전세계의 수많은 IT인들, 그리고 이걸 포스팅한 위 블로그 주인장에게 감사.
2. 어제 오늘 진보넷에서 교육이 하나 있다. NGO 활동가들이 모여 전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CMS (Content Management System, 돈 걷는 그거 아녀요) "드루팔"(Drupal) 사용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어제는 나도 참여했고, 오늘은 다른 일로 참여 못하고 있다.
강사는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에서 적극적으로 참여/지원해주고 계신 "바람"님.
몇 년 전 나도 드루팔을 한국의 NGO들에게 소개, 확산시키려 노력했던 적이 있다. 이 블로그에 몇번 포스팅하기도 했지. 정말 훌륭한 도구인데 아주 작은 (그리고 사실 중요하지 않은) "차이"와 "생소함"때문에 한국에서 외면받고 있는 드루팔. 어느 정도 쓸 줄 안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에도 드루팔은 계속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고, 내가 잘 하는 부분과 잘 안되는 부분이 있으니 한번 배워보려고 교육에 참가했다.
가장 먼저 바람님이 알려주신 것이 Drush이다. Drupal Shell utility
끝. 됐다. 이것 만으로도 난 이 자리에 있는 의미가 있어.
영어가 안되는 탓에, 독해에 오래 걸리고 금방 지치고 흥미를 잃는 까닭에 사실 Drush 란 것이 있다는 걸 예전에 언뜻 봤지만 걍 휙 도망가고 말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바로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이 이게 아닌가.
드루팔은 최초 설치 과정을 마치고 나면 모든 것을 웹 브라우저에서 설정/조작할 수 있다. 그래서 더 NGO활동가들에게 소개해주려 했던 것인데, 아주 단순하고 쉽지만 오랫동안 많은 것을 하다보면 번거로운 점이 있는게 사실이다. (XE 이런 것과는 비교하지 말자) 근데 그 번거로운 것을 "내가 익숙하고, 선호하는 방식"으로 휙~ 해낼 수 있는게 이 드러쉬이다. 터미널에서 간단한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마우스로 수차례, 많게는 십여차례 클릭해야 할 작업을 할 수 있다. 더구나 터미널 명령어이니 간단한 옵션 조작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서로 연결시켜 일괄적으로 작업할 수도 있고.
drush 에 대한 소개는 Hardworker님의 블로그 포스트를 소개하는 걸로 대신하련다.
이걸로 "움직이는 NGO IT교육장" 임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내용을 채우는게 문제이니 전체 작업이 아주 크게 단축된다 이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하도 반복해 슬슬 지겨워지는 방법"을 새롭고 맘에 드는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신나지, 않을 수, 없다.
이걸로 또 한번 게을러졌다.
역시 Drush 를 만들고, 개선시키고 유지하는 전세계의 수많은 IT인들, 그리고 이런 걸 소개해준 바람님, 관련 포스팅을 해준 Hardworker 님을 비롯한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 전 이런 노력들을 다른 곳으로 다른 형태로 더 크게 되돌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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