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IT센터 만들기 : 9월 이야기

비영리단체 IT지원

지나고 나면 늘 그렇지만, 한 달이 참 빨리 흘러갑니다. 노원의 한 컴퓨터가게를 지역 공동체IT센터로 만드는 프로젝트, 9월 한달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 움직이는 컴프레셔 : 노원역 부근의 세 단체를 "털다"

 

9월의 첫날, 게스츠하우스 빈집에 같이 사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다마스를 빌려 노원구의 가게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 이화여대에 들러 "움직이는 NGO IT교육장" 노트북 15대를 실어 갔는데, 이화여대의 컴퓨터교실("시작교실")은 이제 학교의 컴퓨터실에서 이뤄지기에 더 이상 노트북으로 교육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랫만에 노트북 상태도 보고, 안전하게 관리도 할겸 노원구의 가게에 보관하기로 한 것이죠.

 

가게에 도착해서 노트북들을 내려놓고, 에어 컴프레셔와 간단한 정비도구를 싣고 노원역 부근으로 향했습니다. 처음으로 방문한 단체는 <노원청소년자활지원관>. 아는 사람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 받은 노원구의 사회단체이며, 지역의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IT사회적기업 모델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곳입니다. 이곳에는 두 대의 데스크탑과 세 대의 노트북이 있는데 대체로 조금 오래됐고 잘 관리가 안되서 느리고 안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지각생이 컴퓨터들의 현황을 파악, 정리하는 동안, 함께 간 코살라씨가 컴퓨터를 하나씩 밖으로 내가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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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에 들르느라 시간이 없어서 점심을 못 먹고 갔는데, 청소년자활지원관에서 맛있는 밥을 내어주시더군요. 덕분에 편하게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한대씩 컴퓨터를 청소하며 간단한 최적화 조치를 했습니다. 컴퓨터들의 상태가 손길을 많이 요하는 상태라 그날 하루에 작업을 다할 수가 없어, 나중을 기약하고 일단 그곳의 작업을 마쳤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마들 주민회". 지도를 보니 청소년자활지원관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어 가봤는데, 주민회는 얼마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마들여성학교가 그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무작정 들어가 인사하고 컴퓨터 좀 청소하겠다고 했더니 너무나 좋아해주십니다. 전원을 연결할 수 없어 저 컴프레셔를 들고 낑낑거리며 3층까지 올라가 계단에서 컴퓨터를 청소하기 시작했는데, 환기가 잘 안되서 먼지를 솔찬히 마셔야 했습니다. 이번엔 제가 밖에서 컴퓨터를 청소하는 동안, 코살라씨가 안에서 조각모음 프로그램을 돌려주었습니다.

 

마들여성학교의 PC 3대를 청소하고, 옮겨간 마들주민회를 찾아 다시 이동했습니다. 산하단체인 마들여성학교가 그 정도의 공간을 쓰고 있다면 주민회는 혹시 제법 큰 건물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찾아가보니 깔끔하고 단촐한 1층 공간을 쓰고 있더군요. 역시 이곳에서도 컴퓨터 청소 작업은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안 그래도 먼지를 청소하고 싶었는데 케이스를 열어보고서는 식겁해서 다시 닫으셨다고 하네요. 가장 구석에 있던 PC 하나는 지금껏 몇달동안 봐온 것 중 가장 많은 먼지가 거의 모든 부품위에 두툼한 층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후련. 이번에도 제가 밖에서 먼지 청소하는 동안 코살라씨가 안에서 조각모음을 실행해주었습니다. 조각모음 프로그램은 윈도우 기본 조각모음이 아닌 Ultimate Defrag 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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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역시 근처에 있는 "함께걸음의료생활협동조합"에 찾아갔는데, 마침 그 날이 한달에 한번 있는 조합원의 날이라 모든 활동가들이 일찍 조합 사무실을 비웠더군요. 이곳은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

 

IT 지원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겠지만, 첫 만남의 순간은 뭔가 이렇게 알기 쉽고 확 와닿는 것으로 하는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컴퓨터의 먼지를 청소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PC 수명 연장 - 단체 예산 절감의 효과가 있고, 무엇이 이뤄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성능과 시각효과가 훌륭한 조각모음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 컴퓨터의 상태가 어떠한지,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보여주며, 그 성과를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는 조치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액션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 포스팅한 "Free Geek"이 하듯, 우리도 뜻 있는 IT인들을 모아 우루루 몰려다니며 이런 작업들을 하는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제안해볼까 합니다. 매달 몇 번째 일요일, 이런 식으로 일정을 잡아 두고, 특정한 장소를 기준으로 근처에 있는 단체들을 순회하며 이런 작업을 해줍니다. 함께 하는 분이 많다면 저 두 작업 말고도 여러 가지 다양한 상담, 조치들을 할 수도 있겠죠.

 

 

* 움직이는 NGO IT교육장 재정비

 

맨 위에서 잠시 얘기한데로, 이대에 나가 있던 십여대의 노트북을 노원구의 가게로 옮겼습니다. 이미 예전에 가져온 노트북을 포함해서 꽤 많은 대수의 노트북이 한 곳에 모였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올 초까지 많은 분들이 기증해주신 노트북들을 그간 제대로 보관할 곳도 없고 정비 작업등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여전히 조금 부족하긴 해도 안정적으로 위치하고 정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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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후론 지각생이 직접 많이 다니면서 교육하지는 않고, 주로 5~10대 정도의 노트북을 활동가들이 교육하는 곳에 짧은 기간 동안 빌려주는 식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많이 움직이며 여러 사람의 손길을 받다 보니 상태가 안 좋아진 노트북이 꽤나 많았습니다. 새로 합류한 노트북들을 포함해서 이전 노트북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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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무료 컴퓨터 교육 시작!

 

인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주말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곳이 적지 않지만, 대개 사전에 정해진대로 일정한 진도에 맞춰 나가다보니 뒤처지는 분들은 다시금 그 속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교육시스템을 활용하기에 부담스러워 하는 분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동네에서 컴퓨터 수리 일을 계속 하다보니, 예상한대로 많은 분들이 컴퓨터의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놓치고 스스로 담을 쌓은 분이 많고, 꾸준히 공부를 하신 분들도 대부분의 교육이 "활용"에만 초점을 맞출 뿐 잘 관리하는 법, 대안적인 가치 등에 대해 다루는 곳은 거의 없다보니 제대로 즐겁게 컴퓨터를 활용하는 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좀 더 편안하고, 느리며,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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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세번재 토요일(17일)을 시작으로, 자유롭게 참여하는 주말 교육을 시작했고, 어제 (10/1)로 세번째 교육을 했습니다. 실제 참가한 사람의 숫자는 아직 많지 않지만, 평소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교육을 받고 싶어 하십니다. 오늘은 아주머니, 아저씨, 고등학생 각 한 분씩 번갈아 교육을 받으셨는데, 사진을 잘 관리하는 법을 배우러 오신 아주머니는 폴더 다루고 파일 이동하는 법을 배우셨고, 아저씨 한 분은 컴퓨터 부품 명칭에 대해, 컴퓨터 수리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학생은 부팅 과정 전반에 대해 배웠습니다.

 

주말 뿐 아니라 평일에도 컴퓨터를 연습하고 싶은 분은 아무때나 가게로 와서, 저 "움직이는 NGO IT교육장" 노트북을 이용해 연습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금 옆 건물 복지관에서 실제로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과, 그 분의 소개로 온 또 한 분이 일주일에 두세번 오셔서 주로 자판 연습을 하고 가십니다. 처음 오셔서 문의할때 노트북을 조건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여차하면 대여까지 해주겠다고 하니 오히려 쉽게 이해를 못하시는 것도 같던 분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오셔서 컴퓨터 연습을 하고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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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몰아서 쓰지 말고 그때 그때 글을 올리는게 역시 좋을텐데 지금까진 그러지 못했네요.

앞으로는 가능하면 그 날 안에 정리해서 올릴 수 있게 노력해보려 합니다.

 

무료 교육을 통해 얻게된 부수 효과가 아닐까 짐작되는 것은, 예전보다 많은 손님들이 우호적으로 다가오신다는 느낌입니다. 제 바램에 의한 착각일 수 있겠지만 확실히 최근에는 손님들의 반응이 점점 더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8월말 9월초에 제가 가게 일은 익숙해지면서 잠시 방향을 잃었을때 손님들과 조금씩 부딪히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어떤 손님이던 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네요.

 

근처 아파트로 출장을 간다거나 하면 제가 참 "헐벗고 굶주려"보이는지 계속 뭔갈 잔뜩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 분중 한분이 제 블로그를 찾아내셨더라구요. 이 자리를 통해 다시 감사를 ^^ 고맙습니다) 덕분에 가끔 맛있는 밥을 얻어먹기도 합니다. 어제는 옆 가게에서 만들어주신 백숙을 점심에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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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체계가 확실히 잡히진 않았지만, 뜻있는 IT인들이 조금더 함께 해주시면, 더 많은 것을, 감동적인, 의미 있는 일들을 더 벌여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체계를 잡기 위해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노력할테니, 역시 지금처럼 많은 격려와 참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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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2 02:19 2011/10/0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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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11/10/05 21:19 URL EDIT REPLY
지각생 멋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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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다쟁이가 될때

잡기장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할 때인데, 정보를 많이 나누고 제안도 많이 할때인데

좀 바쁘답시고 블로그도, SNS도, 게시판 글도 못 올리고 산다. 

 

아침(실제는 한낮) 출근 시에는 몽롱해서 

일 시작하면 정신 없어서

밥먹고 나면 나른해서

저녁되면 그냥 바빠서

밤 되면 피곤해서, 혹은 오늘 못한 것 생각하느라

퇴근 길은 늘 뛰어서 막차타고 퍼지고

집에 오면 밥 먹고 인터넷에 정신 팔고

잘때는 죽은 듯 자서

다시 아침엔 몽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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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리하던 페이스북 페이지 "비영리단체/활동가를 위한 무료 IT지원서비스"( http://www.facebook.com/npict )를 함께 관리해주시는 분이 얼마 전에 생겼다. 노동운동과 공동체/비영리IT에 모두 관심 많고 활동력 있는 분이라 앞으로 많은 걸 함께 할 분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가끔 이분이 페이지 담벼락에 짧은 메시지를 남겨 주신다.

 

"반팔 반바지 입고 나갔다가 아침에 얼어죽는줄 알았어요. ㅜ.ㅜ 

아침에는 따뜻하게 입으세요ㅇ~"

 

"날씨가 많이 서늘하네요. 여러분의 컴퓨터도 열받는 일이 덜겠어요."

 

"혹시 지금도 컴퓨터를 하고 있으신가요~ 오늘은 외출을 해보세요. 

정말 날씨가 맑고 포근합니다. 

즐거운 주일되세요"

 

그리고 누군가 담벼락에 글을 남기면 신속하게 댓글도 달아주시고. 

그걸 보고 있자니 일단 흐뭇하고 반가우면서, 

아 저렇게 가볍게 메시지 날리니 좋네, 난 그간 너무 의미 있는 말을 잘 하려고 애썼나보다 싶어서

내 표현 방식을 돌아보게 된다. 

 

-------------------

 

사람들을 만나면 거의 대부분 요즘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직,간접적 격려를 듣고

자신들과 하던 일도 잘 해주길, 아니 연관된 일이니 좀 더 많이 소통하고 함께 하길 바라는 말을 듣는다.

 

IT노조는 "IT품앗이"게시판에 활동 소식을 올려주기를, 아니면 조합원 게시판에라도 편하게 소식 들려주기를,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는 공동체IT센터 소식과 함께 코디 역할을 다시금 잘 해주기를,

 

빈집은 함께 잘 살기 위한 노력을, 

 

우분투 사용자 모임(리눅스 커뮤니티)는 계속 모임에 나오며 연관된 활동을 벌여나가주기를,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는.. 딱히 누군가의 메시지는 없지만 -_- 예전처럼 종종 만나서 정보를 주고 받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랄 거라 짐작하고

 

등등.

 

사는 얘기, 가게 꾸려 가는 얘기, 교육 시작한 얘기, 지역의 단체들 컴퓨터 청소하러 다닌 얘기, 뭘 함께 해보자는 얘기.. 참 하고 싶은, 해야할 듯한 얘기가 많은데

뭔가 요즘 내가 내가 아닌 듯.. 정신 없이 휘몰아치다가, 텅 비어 있을 때가 많고 그러다 보니 조곤조곤히 얘길 풀어낼 마음의 여유와 총기를 찾지 못하고 있네요. 

 

-------------------

 

가게 시작한지 넉달이 다 차가고 있는데 

어느새 익숙해지고, 하려던 것을 슬금슬금 미루려는 경향이 생기고 있었나보다.

 

"그래 어차피 이건 그렇게 쉽게 될게 아니었어"

"내 비전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아"

"급하게 할 필요가 있나? 오히려 스스로 속도를 낮추는 게 좋은 게 아닐까?"

 

이런 그럴 듯한 말로 내 자신을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있는데

요 며칠 몰아친 자극과 스트레스는

 

"더 이상 이렇게는 안된다.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가지 않으면, 나중엔 더 힘들어진다" 

이런 메시지가 다시 내게 흐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러니, 여러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주고 있는 교훈을 잘 받아서

이제부터 열심히 사람들과 소통하고, 지난 활동을 잘 정리해서 

시작할 것을 시작하고, 체계 잡아나갈 것을 잡아나가야겠다.

 

과연 지각생이 "수다쟁이" 모드가 되어, 사람들과 잘 소통해 나갈 수 있을까요? 귀추가 주목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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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01:37 2011/09/2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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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보다 문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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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생은 전화 받는 것을 대체로 싫어한다.

 

* 전화는 나를 붙들어둔다. 반면 문자는 답변을 내 리듬에 맞게 할 수 있다. 잠시 숨을 고르거나, 조금 더 재밌는 생각을 한 후에, 내가 안 바쁠 때.. 등. 내가 어떤 일로 바쁘다면, 문자나 메일, 메시지 등은 쌓아뒀다가 내가 괜찮을때 주루룩 답할 수 있지만, 전화는 어떤 상황이던 내가 그것을 위해 실시간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쏟을 것을 요구한다. 남들보다 조금 생각과 표현이 느리게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실시간 소통은 상당한 부담이다. 

 

* 전화는 본질적으로 거는 사람이 더 주도권을 갖는 매체이다. 받는 사람은 받을지 안 받을지 선택할 수 있지만, 대체로 원활한 사회 생활을 위해서는 전화를 "받아야"하며, 일단 전화를 받고 나면 건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즉각적으로 시간과 에너지, 감정을 쏟아야 한다. 먼저 건 사람이, 실시간 1:1 대화에 익숙할 수록 편한 전화가, 대등한 쌍방 소통 매체라는 느낌이 난 잘 안든다. 특히 오늘처럼 전화를 많이 받은 날은 하루의 상당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맞춰, 끌려 가며 보냈다는 느낌에 짜증까지 난다. 

 

* 전화를 거는 사람은 어떤 얘기를 할지, 목적은 무엇이며 어떤 반응이 예상되는지.. 등에 대해 미리 상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그 벨소리 뒤에 무엇이 올지 알 수가 없다. "무엇에 대해 얘기할지 살짝이나마, 대강이나마"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점점 다양한 채널로 소통하고, 소통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주도권이 성장하는 요즘에 "어떤 말을 할지 모르는 누군가의 call을 일단 받을 것을 선택하고 건 사람의 몇 마디를 일단 닥치고 들어야 하는" 이 양상은 참 얼마나 답답한가. 

 

내 얘기를 들을 사람이 바로 답하지 않을 권리, 그 사람의 속도와 방식으로 답할 권리를 생각하며, 일단 내 얘기를 한 다음에는 그에게 주도권을 넘긴다는 의미에서, 실시간으로 독점적 소통 채널을 만드는 전화보다 다른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해주면 좋겠다. 특히 지각생에게는 말입니다. 우리, 문자로 하자구요. 전화 걸기 전에도 "나 이런 것에 대해 얘기하고픈데 통화 괜찮음?" 이렇게 문자 보내고 나서 걸면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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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6 20:00 2011/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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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rie 2011/09/26 22:23 URL EDIT REPLY
애인도 아니면서 맨날 보고싶다고 문자를 보내는 인간은 어떻게 할까요.
지각생 | 2011/09/29 01:01 URL EDIT
수신 거부.. 같은 거? -_-
ScanPlease 2011/09/27 04:14 URL EDIT REPLY
저는 요새 전화오면, 왜 전화하는 지 예상이 될때까지 안 받는 경향이 있어요. 뭐, 모든 사람에게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ㅋㅋㅋ 근데, 자꾸 전화를 안 받으니까, 상대방들이 알아서 먼저 "통화 괜찮음?"의 형식의 문자를 보내더라고요.ㅋㅋㅋ 다만 문제는 그런 문자를 받게 되면, 내가 전화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내 전화비가 늘어난다는 거~~
지각생 | 2011/09/29 01:03 URL EDIT
약간의 전화비라면 스트레스, 신경쇠약보단 나을 듯 ㅋ
ScanPlease | 2011/10/21 11:22 URL EDIT
지난 달에 전화비가 통화료만 17만원이 나왔더라고요. -_- (그것도 8만원인가 할인된 금액...) ㅋ
스머프 2011/09/27 10:09 URL EDIT REPLY
문자 못치는 사람도 많잖아. 난 문자가 편한데 내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전활 걸어오면 진짜 난감 하더라구... 또, 문자 쳤을때 답이 늦게 오면 답답한 점도 있지..
지각생 | 2011/09/29 01:05 URL EDIT
문자 못치는 사람은 어쩔 수 없고. 답답한 것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평소에 답답함을 많이 주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말하기엔 좀 무리가 있군. 앞으론 답을 가능한 빨리 하려고 -_-;;
앙겔부처 2011/09/27 11:10 URL EDIT REPLY
어 나도 스캔플님 댓글이랑 섞어서, 지각생처럼 할 경우 통화 괜찮으세요? 하고 문자를 보내면 그쪽에서 전화가 오기 때문에 전화비 문제가...() 보통

A: 통화 괜찮아?
B: 괜찮아

라고만 하면 괜찮지만 내가 전화비를 부담할 순 없으니 니가 전화해 이게 생략된...;;;;;;

이러지 않잖아요 보통 용건은 A가 있는데 전화는 B가 거는.. 친구 사이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면 좀 그래 나도 A이기도 하고 B이기도 한 상황에서...< ㅋㅋㅋㅋ 별 걸 다 따지네;

나는 별개로 전화는 많이 안 오는데 꼭 올 때마다 겹쳐서 와서 짜증나-_-
지각생 | 2011/09/29 01:07 URL EDIT
그니깐, 꼭 겹쳐서 많이 오니까 문제. 바쁜 것처럼 보여서 위기를 탈출할때가 가끔 있긴 하지만 너무 몰리면 감당 안되져.
뭐든, 적당한게 최고인 듯. 어느 수준의 감정적 한계를 넘지 않으면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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