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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판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버릇이 생긴데이.
무슨 문제든 무조건 그게 맞나 틀리나.
옳나 옳지 않나, 항상 이런 식으로 대립시켜놓고 보는 기라.
그래가 맞고 옳은 쪽은 선택하고 틀리고 옳지 않은 쪽은 버리는 식으로 살았다고 생각했제.
그렇게 단순하게 산께네 억수루 편한 기라.
또 오래 고민할 필요 없이 빨리 해결되니까 얼마나 좋노?
근데 요즘 내가 점점 좁아지는 거 같다.
이분법적 단순함이 사람을 자꾸만 편협하게 만드는 거 같은 기라.
기택이랑 대립하문서 난 내가 옳고 기택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래가 도저히 그놈아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건이도 요즘 뭔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인간관계나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좁아지는 것 같았다. 조급해지고, 각박해져갔다. 심지어는 노동조합이 세상 전부인 것 같고, 세상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았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걸 모르거나 부정하면 화가 났고 그런 사람들을 원망하고 비난했다. 노동조합 이외의 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노동조합 하나에만 빠져서 산 것이다. 이런 걸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하는 걸까? 건이는 어려운 고백을 털어놓는 것처럼 더듬거렸다.
젊은 날의 선택 中, 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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