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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길에 전망은 있을까

  • 등록일
    2006/08/28 23:36
  • 수정일
    2006/08/28 23:36

오랜만에 한 선배를 만났다.

역시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맞는지,

벌이가 생기니까 후원도 흔쾌히.

 

그러던 중 문득 물었다.

"전망은 있니?"

 

둘 다 뒷걸음질 치던 시대에 운동을 시작했고,

먼저 접은 이가 물었다.

 

뒷걸음질 연속이라, 전망이 환할 리 없다.

그래도 이런 질문, 참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도통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인데 말이다.

 

솔직하게 답한다.

다른 게 안 땡기고 이게 제일 땡긴다고.

눈에 잡히는 꼬라지들 때문에 다른 일을 하는 건 아직 회의스럽다고.

절대 멋있는 대답은 아니다.

 

참 거시기 하다. 포지티브하게 말 못하시고 네거티브하게 말씀하실 수밖에 없다니 흠...

선배 만나러 가는 길에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았다. 10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언덕길.

하지만 꽤 심한 경사라 가장 가벼운 페달로 놓아도 허리가 끊어질 것 마냥 힘들었다.

그냥 내려서 끌고 올라갈까 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그래도 쫀심이 있어서인지 두 번 중간에 쉬었다가 끝내 올랐다.

언덕이 얼마나 더 길게 있을지, 저 위에까지 올라서 뭘 어쩌자는 건지, 올라가면 그 땐 어떡할건지. 아무런 생각도 없었지만-

 

운동도 그렇게 가나 보다.

빈둥빈둥 혹은 건들건들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짧디 짧은 시야로... 제한시간을 걸어놓고 하나하나 맞춰 나가니 재미가 없다. 그리고 제한시간 이후의 시간은 너무 까마득하다. 눈에 들어오는게 아무 것도 없고, 지금 난 그 미래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런 와중에 나는 전망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차라리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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