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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손실액 ‘1276억’ vs ‘38억’…과연 진실은?

현대차 파업손실액 ‘1276억’ vs ‘38억’…과연 진실은?

[한겨레] 현대자동차는 성과급 문제로 불거진 최근 노조의 잔업(5일)·특근(3일) 거부로, 127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역시 현대차는 1987년 이후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노조의 각종 파업에 따른 손실액이 10조원을 넘었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파업손실액 발표는, 파업에 대한 여론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파업손실액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실질적인 피해액’으로 인식되는 탓이다. 과연 파업도 아닌 잔업 거부로 생긴 손실액 1276억원의 ‘진실’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물론, 현대차 쪽도 ‘실질적인 피해액’이 아닌 ‘생산차질액’이라고 말한다. 1276억원도 잔업과 특근이 평소처럼 이뤄졌을 경우 생산대수인 8284대에 차량 값을 단순히 곱해 나온 수치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파업 등에 따른 현대차의 생산차질은 노사 갈등이 끝난 뒤 대부분 만회해왔다. 노동자들이 잔업·특근으로 목표 생산대수를 채우는 탓이다. 지난해 6월 파업 때도, 우리투자증권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지만 종료 후 특근 등으로 보충한다”며 “파업이 사실상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액 발표에도, 주가는 별 반응이 없다.

또 생산을 만회하지 못하거나 판매시점을 놓쳐 끝내 8284대를 팔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실질적 피해액 추정은 가능하다. 현대차가 발표한 차량 한 대의 영업이익률(3.1%)을 적용하면 8284대를 생산·판매하지 못해 생기는 실질 피해액은 38억원이다. 부품업체들의 피해도 따져볼 수 있지만, 현대차조차 “1주일 가량의 파업으로는 부품업체에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생산차질액’을 ‘파업손실액’으로 발표할까.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피해액을 요구하는데 가장 단시간 안에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생산차질액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손실액은 추정도 힘들 뿐만 아니라, 연말이 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파업피해액’을 묻자 “지금까지 실질적인 피해액을 계산한 경우는 없다”고 답했다.

지지난해 7월 한 달 가까이 파업을 벌인 아시아나조종사노조 파업 때도 회사 쪽이 발표한 파업손실액도 논란거리였다. 아시아나는 253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으나, 증권사들은 “주로 수익이 낮거나 적자 노선 중심으로 결항돼 매출손실이 아닌 영업손익에는 긍정적 영향도 끼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파업 당시, 아시아나의 주가는 되레 올랐다.

지난 2003년 10월, 서울지법은 한 발전회사가 노조 파업(38일)으로 31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지급하지 않은 임금이 파업 때 대체인력비보다 훨씬 많은 등 파업기간 손해보다 실제 이익이 더 많았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는 “생산차질액을 파업손실액으로 발표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여론몰이용”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도 “데이터가 과장될 수밖에 없고 실질적 피해액은 일을 해결된 뒤 점검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언론도 생산차질액을 손실액으로 무분별하게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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