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촘촘하게'에 해당되는 글 106건

  1. 오늘 졸업합니다 (15) 2012/06/14
  2. Pride 2011 2011/07/08
  3. The Admirable Crichton 2010/11/21
  4. 마음의 당면 (6) 2010/08/20
  5. International Slowness Day (2) 2010/06/23
  6. [리뷰] 먼지, 사북을 묻다 2002/12/22

오늘 졸업합니다

from 토론토 2012/06/1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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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참석하게 되면 동생 식구들에게 주려고 초대장을 몇 장 미리 예약해뒀는데

결국 안가기로 했다

 

거기 서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라치면, 정말 울지도 몰라.

다 잊어버렸는데도 몇 가지, 여전히 가슴 한복판을 콕콕 찌르는 장면들이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래도 나를 아프게 한 사람보다 도움을 준 분들이 더 많았다

 

이토록 느리게 자라는

도대체 언제 사람이 될 지 알 수 없는 이런 나를

지금까지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블로그에 가끔 방문하시는 당신께도 인사 전합니다

오늘 졸업해요

 

 

 

2012/06/14 01:32 2012/06/14 01:32

Pride 2011

from 토론토 2011/07/0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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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글 

Pride in Toronto 2010-1

Pride in Toronto 2010-2

 

 

2009년까지는 사진을 찍으러 간 사람처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행렬을 뒤따른 적도 있지만 구경꾼에 불과했다

작년에는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행진에 참여한 이들 바로 옆에 종일 서 있었지만

역시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처럼 움직였다.

올해는 두 달 전부터 준비해서 이틀 동안 자원활동을 했고

거리예배에 참여했고 행진도 함께 했다.

그래서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지만 참 좋았다

 

혹시 행진이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한 곳으로.

 

The Globe and Mail

 

blogTO

 

 

 

2011/07/08 08:07 2011/07/08 08:07

The Admirable Crichton

from 토론토 2010/11/2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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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에 휴식 시간, 롬백작 일가의 섬생활을 보여주는 세트.

 

 

학생들이 준비하고 공연한 훌륭한 크라이턴 (The Admirable Crichton).

 

 

 

피터팬의 작가 J.M 배리 (J. M. Barrie) 가  희곡을 썼고 1902년에 초연되었다고. 분명히 주인공이지만 크라이턴에 가려 공연 내내 조연으로 머물고 말 운명에 처한 롬백작은 설득력 부족한 이야기를 떠들어대며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경박한 인물. 어찌보면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다. 티파티에 느닷없이 집안 하인들을 불러들여, 귀족들과 같이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라고 권하는 초반부는 가관이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분들이 떨떠름한 얼굴로 하인들에게 차를 건네고 케잌을 권하지만, 하인들과 한번 악수를 할 때마다 손수건을 꺼내 손바닥을 문지르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들과 같은 의자에 앉는 것도 불편해서 주위를 빙빙 돌며 난처해하는 분도 있다. 평소에 원하던 일이 아니었기에 그저 명령에 충실할 뿐인 하인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먹 고 사는 것에 관련된 모든 험한 일을 하인들이 묵묵히 수행한 덕분에 우아하게 살 수 있었던 백작은, 섬에 난파된 이후 생존을 위해 해야할 일들 중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평소 백작일가보다 더 현명하고 우아해보였던) 크라이턴에게 복종한다. 크라이턴이 거기서 평등한 세상을 구현하며 가족같은 공동체를 건설한다면 재미없는 코미디가 되었을텐데, 지금까지 자기가 당한 그대로 톡톡히 백작일가에게 되돌려준다. 하인들 사이에 서열을 정해 조금씩 권한을 늘여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도 똑같다. 여기까지만 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이들이 구조되어서 다시 상류사회에 복귀하는 후반부에선 크라이턴이 아니라 작가의 입김이 기어이 관객들의 코 앞으로 다가와 다그친다. 너희들, 제법 책도 많이 읽었고 학교도 길게 다녀서 세상을 좀 안다고 착각하는 너희들 말이야, 이 백작 일가랑 다를 게 뭐 있어? 귀찮은 일은 과묵하고 헌신적인 부모나 집사람이나 누나나  오빠나 언니나 동생들, 혹은 후배나 제자들이 다 처리해주길 바라면서 다 미룬 다음에, 자기만 어떻게든 멋지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 않아?  평등? 네가 정말 평등을 원해? 이 포장지만 바뀐 신분 사회가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게 아니고?  

 

공연이 끝나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등줄기에 쭈욱 돋은 소름을 애써 털어버리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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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마치고, 무대 사진 찍어도 되냐고 안내하시는 분께 물었더니, 원래 못찍게 하는데 그날은 학생공연이라 괜찮다고. 위 사진은 백작 일가의 거실 세트 중 일부.

 

 

 

 

 

 

 

2010/11/21 03:36 2010/11/21 03:36

마음의 당면

from 토론토 2010/08/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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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이를 만들었다.

이 음식의 묘미는 만드는 과정에 있지 않다. 지나가다 눈에 들어왔는데 마침 출출해서 들어선 노점에서,  '떡볶이에 묻혀주랴 그냥주랴' 하는 질문에 미처 대답하기도 전, 옷소매에 간장 한점 흘려가며 먹는데에 있으련만. 이걸 집에서 직접 만들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다. 부지런한 친구 덕분에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이미 다 먹어 없앤 이 김말이의 이름이 '마음의 당면'이라는 ㅋ.

 

 

여름이 간다.  

마음이 어수선했던 모든 이들에게  선선하고 따뜻한 가을이 어서 오기를.

 

 

 

 

 

 

 

 

2010/08/20 00:23 2010/08/20 00:23

International Slowness Day

from 토론토 2010/06/2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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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두 시를 갓 넘긴 시각, 시내 중심가의 한 광장에서 뙤약볕 아래 서른 명 조금 넘는 사람들이 함께 요가를 하고 있었다. 왜 하필 이렇게 더운 시간에? 그래서 혹시나 하고 검색해보니. 

 

6월 21일 월요일은 세계 느림의 날이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을 하거나 지나가는 구름을 그저 바라보는 것.  " 즐기세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  CBC 뉴스 (몬트리올)  기사 중에서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커뮤니티 워커로 일하는 Clemence Boucher는 2001년 6월 21일 - 일년 중 가장 낮이 긴 날, '하지' - 을 '모든 활동을 천천히, 서둘지 않고 하는 날'로 정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휴대폰을 접고 대신에 요가 매트를 펴자.

-  Winnipeg Free Press 기사 중에서

 

- CTV.ca (THE CANADIAN PRESS / Graham Hughes) 기사 중에서

 

몇 몇 언론의 지역 뉴스에서만 짧게 다루고 있는 걸 보니 아직 국제적인 기념일은 아닌가 보다.  하긴 그 어떤 정치인, 그 어떤 기업이 다 멈춘 나라, 더 느린 세상을 원할까. 그러니까 이 재밌는 날에 붙은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어는,  지구 위를 너무 급하게 내달리는 모든 인간들이 이 날 하루 만이라도 일손을 놓은 채 드러누워 음악을 듣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길 간절히 원해서 이런 날을 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몇 몇 사람들의 바람을 담고 있을 것이다. 남의 말을 듣기 보다는 다다다다 자기 할 말만 쏟아놓는 사람들, 극장 매표소나 정류장에선 일단 새치기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 분 단위 초 단위로 스마트폰을 체크하면서도 뭐 하나 놓칠까봐 초조해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날이겠다. 

 

 

2010/06/23 07:42 2010/06/2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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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사'에서 일하는 후배의 요청으로 썼던 글, 벌써 5년전이다.

 (아래 글을 이 블로그에 옮긴 건 2007년)

 

 

 

주관과 객관 , 과거와 현재의 충돌이 발굴한 "진실"  

 -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진출작 「먼지, 사북을 묻다」

 

                                                                              나루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은 외롭고 고단한 일이다. 우리가 기억하건 못하건 그 사건은 시대에 따라 명패를 바꿔 달며 어두운 입구를 열어둔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보일 듯하던 진실은 다가갈수록 다시 저만치 물러나곤 한다. 언제 무너져 질식할지 모르지만 쉬지 않고 장애물을 폭파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그 작업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등을 돌린 '독립영화'로 세상에 선보이는 것은 더 외롭고 고단할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



  감독이 더듬어간 궤적을 바라보며 '객관적 사실'이라는 나침반과 '감동'이라는 불빛을 동시에 기대할 관객, 같이 손잡고 걸어갈 '우리 편'을 기대할 사건 관련자들, '작가정신'과 '진정성'으로 그려낸 피땀 어린 지도를 기대하며 스크린 앞에 모일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하다보면 감독의 어깨는 한없이 무거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메라는 너무나 제한적인 도구이며 편집한 화면은 애초의 기획의도를 배반하게 마련이다. 감독의 오감을 통해 걸러진 것들을 담아내는 게 영화라는 걸 잘 알면서도 '진실'에 관한 다양한 요구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다큐멘터리'다.

◁「경계도시」장면

  오는 12월 20일(금) 개막할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는 지난해 27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한국독립단편영화제'의 새로운 이름이며 과거 영화진흥공사가 주관하던 '금관영화제'의 맥을 발전적으로 이어온 영화제이다. 이 영화제는 극 실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독립영화의 모든 장르를 단편경쟁(25분 이하), 중편경쟁(60분 미만), 장편경쟁(60분 이상) 부문으로 나누어 각 장르간 경쟁 방식을 도입하고 있어 국내에서 유일한 '경쟁 독립영화제'로 불리고 있다)가 총 40편의 본선 진출작을 확정하고 올해의 슬로건이 '충돌'임을 발표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모든 낡은 것들과 충돌을 시도한다. 그 충돌은 관습적인 상업영화들과의 충돌이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 사회의 흐름과의 충돌이다. 또한 독립영화 내부의 낡은 경향과의 충돌이다.(홈페이지에서 발췌)" 본선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경계도시」(홍형숙 2002, 80분) 「그들만의 월드컵」(최진성 2002, 60분) 「먼지, 사북을 묻다」(이미영 2002, 85분)라는 세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가 눈길을 끈다. 이중에서 내가 주목하는 작품은 올해 인권영화상을 수상했고 '인디포럼 2002'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던 「먼지, 사북을 묻다」이다.

「그들만의 월드컵」장면 ▷


   이미영 감독이 5년 동안 탄광촌에 거주하며 전작 「먼지의 집」 (1999,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초청, 서울다큐멘터리영상제 신진다큐멘터리 감독상 수상, 스위스 프리버그 영화제 초청)을 발표했다는 것과 올해 들어 두번째 작품을 완성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긴장했다. 15년 전에 일어난 어떤 사건(87년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항의투쟁)을 취재한답시고 2년을 흘려보낸 내게 이 영화는 부끄러움과 경외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먼지, 사북을 묻다」는 1980년 4월에 일어났던 '사북항쟁'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사북항쟁은 강원도 사북에 있는 동원탄좌에서 일어난 노동쟁의 사건이다. 임금인상투쟁이라는 외피를 입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시 그 지역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에 맞선 노동자이자 지역주민인 피해자들의 투쟁과 성폭력 사건까지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이다. 영화는 풍부한 인터뷰와 자료를 통해 폭력이 폭력을 부르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자리를 바꾸며 일시적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사북지역의 사건 전개과정을 고스란히 거슬러올라간다.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감독의 목소리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지도, 결론을 향해 조급하게 앞서 가지도 않고, 과거와 현재를 굽어보는 위치에서 군림하지도 않는다. 극히 사적인 감상을 털어놓기도 하고, 거리를 둔 채 현장을 관찰하기도 하며,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등장인물의 입장에 동화되기도 한다. 목소리는 자료화면과 재연, 인터뷰와 독백을 넘나들며 서로 충돌하고 조금씩 다른 색깔을 입혀 '사북항쟁'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이런 특징은 80년대 이후 정치적 사건을 다룬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구별되며 이 영화의 내용과 형식을 돋보이게 하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먼지, 사북을 묻다」장면



  군인과 경찰의 고문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점, 분노한 노조원들이 저지른 '어용노조지부장 부인 집단린치 사건'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점은, 관련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피해자들의 편에 서서 당시 상황을 바라본 감독의 '주관적' 시점이 빛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당시 고문에 가담했던 자들의 권위적이고 오만한 현재 모습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드러내고, 시위진압을 위해 출동한 경찰의 행렬 속에서 한 증언자를 찾기 위해 무전기를 받아드는 장면은 압권이다.

  반면에 투쟁을 결의하는 노조원들의 목소리를 재연 더빙한 장면은 어딘가 어색하고, 촬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전달하는 대목은 그 솔직함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다소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동시에 갖게 한다. 또한 당시 경찰이 자행한 '성고문'에 관해 충분한 심증과 확신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진술을 얻지 못함으로써 숙제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직도 성폭력 피해자의 발언을 포용하지 않는 시대의 한계는 물론, 피해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선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 감독의 한계도 엿볼 수 있다. 당신들의 행동이 민주화 운동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감독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광주항쟁'이나 '부마항쟁', '제주 4ㆍ3 항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했던 '사북항쟁'을 끈기 있게 채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정치적으로는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민중운동의 출발점이자 80년대 노동운동의 첫걸음이었음에도 '불순분자의 난동'이라고 기록한 역사 왜곡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영화다. 이 작품으로 인해 관객들은 다시금 한국 인권의 현주소를 확인할 것이며, 과거의 '경력'을 수시로 들이밀어 관련된 사람들의 현재와 미래까지 규정하는 권력의 폭력성에 몸을 떨 것이다.

  관찰자와 대상, 사실과 기록, 과거와 현재, 자아와 또 다른 자아가 서로 경계를 허물며 충돌했다가 멀어지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하는 이 작품을 통해 '다큐멘터리'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발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창비 웹매거진/2002/12]

※ 창비 웹매거진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와 창작과비평사 양측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 그런데,  창비측의 동의는 구하지 않았습니다. (나루, 2007, 10, 22)

 

 

2002/12/22 07:24 2002/12/22 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