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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시스터즈, 그리고 그 밤.

토요일에 스윙 시스터즈의 3주년 파뤼에 갔다.

같이 일하는 언니가^^ 직접 출연하신다고 하시어 후훗.

여성들만의 춤파티라니, 아주 므흣한 기분~~그래서 룰루랄라~ 신나게 갔지~

(물론 그 전에 '첼로'를 보는 바람에 약간 기분이 즐스럽긴 했지만..ㅋㅋ)

열심히 걸어걸어 도착한 그 곳은 그야말로 파티, 축제 분위기였다.

작은 호프집의 가운데를 무대로 만들어 놓고, 사람들은 그 사방에 옹기종기 앉아서 구경하고, 때로는 같이 춤 추고, 놀고.

부러웠다. 그 동안 이들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었을 그 시간들이 말이다.

진짜 멋진 건 춤 추는 그 사람들이 정말 즐거워보였다는 거다. 그리고 over the generation이라는 한 팀의 이름처럼, 14세부터 52세까지의 여성들이 모여 함께 춤 출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멋졌다. 엄마와 딸이 함께 와서 춤을 추다니, 이런 브라보 라이프 같으니!

 

난 춤을 추는 게 좋다.

우스운 몸놀림이든 멋진 웨이브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

몸을 움직이는 건 머리가 아니라 본능이니까.

거기 팜플렛에 보니 각자 춤에 대해 정의 내린 게 있었다.

춤은 인생에서 가장 매력적인 놀이 중의 하나,

춤은 마약이다, 이렇게 중독성이 강한데 정부에서는 왜 규제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춤은 섹스다, 춤은 장어구이다, 춤은 땀이다, 춤은 생활의 쉼표, 춤은 날 것 그대로 팔딱팔딱거리는 것. 그리고 나를 둘러싼 시선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등등.

나에게 춤은 유일하게 나를 놓아주는 시간 같은 거였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에 대한 끝없는 동경. 그래서 그 파티 속에서 오랜만에 즐거웠다. 몸 상태가 거시기해서 신나게 제너럴 타임에 뛰어놀진 못했지만, 다음 번엔 나도 스윙 시스터즈가 되어 재미나고 신나게 놀아봐야지.    

 



같이 구경갔던 언니랑 배고프다 배고프다 하다가 간단히 한 잔 하기로 결정.

경복궁 앞에서 인사동으로 쭐레쭐레 걸어서 두 군데서 퇴짜(?) 맞고

결국 시원한 바람의 유혹에 이끌려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도 불거니와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하다보니 어느덧 소주병이 쌓이고,

간단히 한 잔 하려던 계획은 어디로 갔는지 취생몽사, 발개진 얼굴로 12시를 훌쩍 넘겨버렸다.

이 때 이 도란도란한 밤을 깨뜨리신 분 등장해 주시고,

미안하다며 담배 한 대 빌려가더니만 결국 소주병 들고 우리 테이블로 자리를 잡고 만, 한 남자.

한창 김광석 얘기에 열을 올리던 우리 대화에 자꾸 끼어들더니만,

7급 공무원님인 주제에 자기는 공무원 할 생각은 없고 사업가가 될 거라는 둥, 김우중에게 너무 편견을 갖지 말고 장점을 봐야 한다는 둥의 개소리를 뱉어냈다. 김우중이 돈 챙길 마음이었다면 진작에 대우를 팔아넘기고 돈을 챙겼을 거라며 그런 기업가들의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나...

술도 먹었겠다 개소리도 들었겠다 분노하여 몇 마디 하였더니 돌아오는 말이라곤,

'그렇게 안 생기셔서 욕을 많이 하시네요'

 

-_-;; 분노 게이지가 극에 달했다. 진짜 어째 이리 옴팡지게 상식을 말아드신 놈이 있더냐.

이걸 어쩌케 요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인사동 거리 악사 할배가 등장했다.

어찌나 취한 밤 이런 사람들이 하나 둘 등장하시는지.

김광석을 그리던 우리는 할배에게 김광석을 연주해 달라며 술도 드렸건만,

돌아온 건 사랑의 미로와 봄날은 간다 정도? ㅋㅋ

그 날 밤에는 할배에게 열광하며 신나게 놀았으나, 지금 돌아보면 아주 사기당한 느낌이다. 하하하.

결국 김광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우리는,

명동의 한 술집에 문 닫지 말아달라 전화까지 드리며(당시 시각 세 시..-_-)

소주 사들고 찾아가서, 결국 노부부 이야기를 들어버리고 말았다. ㅋㅋ

아, 용감한 바람부는 밤의 취한 여성 둘.

온갖 난관들!!을 꿋꿋이 다 이겨내고 원하는 바를 성취해 내고 말았으니..

그 다음날 찾아온 숙취가 그 무에 대수란 말이냐. 흐흐흣.

 

+) 어쨌든 우리가 명동 술집으로 유유히 떠난 후 화장실 다녀왔던 그 남자는 어찌 되었을지 좀 궁금하긴 하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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