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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어지러워.

 

어지럽지 않았는데도 문득 그렇게 말을 내뱉고 나니 정말 어지러워졌어. 어지러운 방을 봐도 어지럽고 정리되지 않은 구성안을 봐도 어지럽고 만들어야 할 교안이나 연락해야 할 사람들의 리스트만 봐도 어지러워. 1년 넘게 피지 않던 담배를 다시 집어들고 한대 푸 물고나니 또 어지럽고 어지러워.

 

손톱을 깎고 머리를 감고 설거지를 하고 카메라의 베터리를 충전하고 엘워드를 다운받으며 맥주를 마시고 어지러운 방 한 켠에 내가 누울 자리 정도만 대충 짐을 밀쳐 놓았는데도 계속.

 

꿈에 대추리 할머니들이 잔뜩 나왔어 웃는 얼굴이 선한 할머니들이 꿈 속에서 한참을 우시고 또 우시고 걱정어린 한숨만 푹푹 쉬시는 통에 일어났는데도 마음이 저릿저릿 그래.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내복 바람에 민화투를 치던 모습만 생각나는 한 할머니는 서울 한 거리에 앉아 길가의 나무를 쳐다보셨는데 그게 너무 슬퍼서 나는 꿈 속에서도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가슴만 꾹꾹 누르다 말고.

 

지겨운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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